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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하나 Mar 19. 2021

새벽 산책

1.

새벽 5시에 밖을 나왔다.


그 시간쯤 온도가 어떤지에 대한 감이 전혀 없어

추위가 너무 싫은

한겨울 패딩과 장갑에 털목도리까지 했다.


밖에 나오니

'포근한'쌀쌀함이 느껴졌다.

공기가 영락없는 봄이다.


결과적으로 탈옥한 여자 같은 패션이 됐다.

(괜찮아. 아무도 없었으니)


30분을 걸었다.


심야는 무서운데 새벽은 덜 무섭다.

괴한이나 범죄자는 왠지 새벽엔 디비 잘 것 같다.


고양이 한마리하고만 마주쳤다.


그리고 하나둘씩 거실 불이 켜지는 풍경을 보았다.

누군가의 시작을 몰래 관찰하니 기분이 묘했다.



그리고

덤으로 받은 선물.


새벽하늘과 벚꽃.


숨은그림찾기 ㅡ고양이 한마리



2.

매일 놀이터 죽순이 2시간을 하며 6 천보는 가볍게 찍었던 과거는 갔다.


차를 타고 직장에 갔다가 집에 와서 자니

몸을 움직 일일이 거의 없다.


찌뿌둥하고 무겁다.


그나마 혼자 움직일 시간은 아이가 깨기 전 새벽뿐이다.

남편은 6시면 나가고 아이도 그쯤이면 꿈틀댄다.

그전에 나갔다 오자!


이리하여 이번 한주. 이 책을 벗 삼아

요즘 유행하는 4시 반 일어나기를 해보려 했다.


http://naver.me/GT7cKiyr



첫날은 야심 차게 기록도 했다.



초랑 음악?


해보니 그럴 여유는 없다.

나중엔 생길지도?


그리고 3일 연속해보니 매일은 ( 나에게 ) 무리다.


처음이라 그런지 낮에 무지 졸렸다.

처음이라 그런지 전날 밤 9-10시에 잠이 안 왔다.

그리고 처음이라 그런지 애가 어떻게 알고 계속 깨서 부른다. 엄마 어디 갔냐고.


잠이나 잘걸.

괜히 새벽부터 둘 다 깨서 뭐 하는 건지.



월수금 5시 정도면 해볼 만할 것 같다.


그래서 오늘은 처음으로 아침에 30분 걷고 와서

출근 준비를 하고 뭐 좀 집어먹고

그때 일어난 아이랑 6시부터 7시 반까지

레고를 만들고 숨바꼭질을 하고 인형 구출 대작전 역할놀이를 하고 나오니

이미 마음이 꽉 찬다.


오늘은 출근길에 잘 떨어진다.

다행이다.


요 며칠 같이 가겠다고 엉엉 울어서

엘리베이터에서 할머니한테 질질 끌려가는 걸 보고 문이 닫혔다.


금방 그칠 울음이라는 걸 알아도

잔상이 오래 남았다.


오늘은 너도 마음이 꽉 찼구나.

엄마도 그래.


충만한 금요일을 시작해본다.

따끈따끈한 브런치도 차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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