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다리냉면 편 [쓰레기 제로 0408]

by 유하나

1.



다른 교무실에 잠깐 머는데 목이 마르다.


컵을 찾으니

누군가 종이컵을 내민다.


"이 교무실에 공용 컵은 없어요?

제가 잘 씻어 놓을게요"


종이컵을 내민 그분이 을 가져다주신다.



나의 그 태도.

응원한다고.



자기도 요즘 와서 의식하고 기 시작했다고.

덧붙여 최근에 읽은 책까지 소개해준다.


http://aladin.kr/p/rNJh7





책을 좋아하는 사람인 데다

지구를 의식하며 사는 사람이라니!


얼결에 확인한 공통점에

반갑고 기쁘다!

힘이 나고 신도 난다.




지난달, 학교 까치집을 관찰하는 사람들끼리

단숨에 알아봤.



오늘은 종이컵을 기피하는 사람을 찾았다.


예상치 않은 순간에

공통점을 발견했을 때의 기쁨이란!





우리나라 1인당 종이컵 연간소비량 240개 - 2011년 kbs소비자고발 자료



학기초.


이렇게 저렇게 고심하여 반편성을 해

결국에는 반을 초월하여 복도에서 유유상종하는 아이들이 갑자기 이해가 된다.





유유상종은
사자성어가 아니라 실제구나







2.


복직 첫날.


기절할 뻔했다.


맛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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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말 52명의 교직원이 시켜먹은 도시락 밥이다.



코로나로 식당도 못 가고 급식도 못하고

도시락을 배달해서 서로 멀리 떨어져 앉아 먹는다.



5년을 애 키우며 부엌에서

내손 내 밥(내손으로 내 밥 짓기)했다.

그런 나에게 이 도시락은 영혼도 팔 만큼 놀라운 수라상!


이런 밥을 주시다니

직장이라는 곳이 무조건 좋아지려 한다.





그런데 사람들이

업무분장을 받은 날이라 입맛이 별로 없다 반은 남다.



'아 이해가 안가네~'


아침 굶고 저녁 굶고 점심만 먹는 제3세계 아이럼.

나는 싹싹 긁어먹고도 아쉬워서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혀를 쩝쩝거린다.



아는 사람이 있었다면 코로나고 뭐고

"나 이거 먹어도 돼?" 하며 뺐어 먹었을 거다.


다행히도 아는 사람이 없다.


오늘은 체면을 지켜보기로 한다.


잔뜩 부른 배를 퉁퉁 두들기며 일어서는데

두 번째로 기절할 뻔 한 순간.



뒤를 돌아보니

산처럼 쌓인 쓰레기가 있다.


아주 잠시 음식을 담아놓겠다고

이 플라스틱 쓰레기산을 만들어놓았다.


게다가

엄연히 플라스틱인 도시락통이

음식물이 묻어 있다는 이유로

일반쓰레기로 분류되고 있었다.


52개의 플라스틱도 미치겠는데

52개의 일반쓰레기라니!


나는 정말이지

마음이 심히 괴로워다.



화장실로 뛰어 들어가 호스 하나를 뽑아

괴력을 발휘하여 대포로 도시락통들을 한 번에 씻어버리는 상상을 한다.



나...

직장 첫날 내숭 떠느라

말 한마디 못하고 상상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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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아래는 최근에 낸 용기.



사진을 보기만 했는데

침샘폭발이다.


굴욕스럽다.


나는 결국 파블로프의 개구나.


고작 고추장 양념 사진 한장에도 맥을 못 추는

한 마리의 동물 뿐인 것을.



남편과 수요일 외식 day로 정했다.

지지난 주 수요일 내가 퇴근하며 냉면을 테익 아웃을 기로 했다.


시부모님과 친정아빠에게도 서프라이즈로 사다 드리기로 하고

아침 출근길부터 바리바리 이것부터 챙겼다.




엄마가 생전에 사놓은 용기.

나한테 국 끓여서 싸주려고 대량 구매했던 스테인리스 용기.



엄마의 유품인 셈?


국 싸주는 엄마는 없지만

용기는 제대로 쓰고 있다.


앞으로의 너의 활약이 기대된다.


배스킨라빈스,

설렁탕,

추어탕 등

다양한 hot/cold 음식 커버 가능한 스뎅~

사이즈도 중, 대, 대박 대가 있다.



매력덩어리 후후~



주의사항: 코다리냉면 사장님과 종업원 놀람 주의보

준비물: 용기를 내밀 때 필요한 용기



사 먹고도 쓰레기가 전혀 없다
뿌듯 뿌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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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그런데 전혀 생각지 못한 채 쓰레기를 집에서 양산했으니.



지난 부활절.


대상포진으로

예수님의 십자가 옆구리 통증이 이런 것일까 상상하던 주말.



내가 집에서 계란을 삶지는 못해도

7년 정도 이어온 부활절 계란 나눔을 포기하고 싶지는 않다 결심한다.


세상이 좋아지긴 했구나.


돈만 내니

마켓 컬리가 계란을 구워서 집 앞에 배달해주네.



재작년에 쓰고 남아있는 포장지를 꺼내어

아이와 남편과 가내수공업을 시작한다.


유치원에 친구들 가져다줄 거라며 행복한 아이.


교무실에 가져갈 생각에 행복한 나.





그런데...

오늘에서야 사진을 보며 이 쓰레기 더미가 보인다.


비닐 말고 대안은 없을까...


마라나타 하시기 전에

비닐 때문에 세계 종말이 오면 안 되지 않습니까?



진심.

고민해봐야겠다.




내년은 다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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