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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하나 May 28. 2021

요사스러운 계집. 하늘

1.


침 8시.

이런 비는 정말 오랜만이었다.


아니지.


이런 빗속에

아침부터 어디를 나선 것이 오랜만일지도.


출근길이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출근은 해야 하니까.


고속도로를 시속 80킬로, 시속 100킬로까지 달리고 있는 중인데

와이퍼 속도를 최대 올려도 도대체 앞이 보이지 않는다.


겁이 덜컥 난다.


나 잘 가고 있는 거야?

어디로 가고 있는 거야...?

언제까지 이렇게 가야 하는 거야?


그칠 것 같지 않은 빗속을

잔뜩 졸아서 달다.


그렇다고

속도를 늦출 수도. 멈출 수도 없다.


그건 고속도로에서 더 위험 일이니.


나는 어깨에 힘을 빡~ 주고

오래도록 숨을 꾸욱... 참고

그저 달리던 대로  수밖에.


다른 대안이 없다.




2.

40분을 달려 목적지에 다다랐다.


출근도 안 했는데 퇴근길처럼 너덜너덜. 


5분 산책 대신

심신안정을 위해 5분 비 감상을 한다.




8:15 a.m. May,28, 2021


멍 때리며 보면 이리 좋은 것을

뚫고 지나가 보겠다고 야단법석이었구나.



3.


약 9시간 뒤 퇴근길.


같은 장소.

같은 각도.

같은 하늘.


나는 놀라고 만다.


니가 아침에 너 맞니?




요부가 따로 없다.

너의 요사스러운 매력을  것으로 갖고 싶구나.



5:10 p.m. May,28, 2021

그리고 하늘의 변덕 앞에

묘한 희망을 느낀다.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 좋은 일도

어느 날 예고 없이 일어날 수 있다고.


흐느끼는 칠흑 같은 밤도

말끔한 대낮이 될 수 있다고.


끝없이 계속될 것 같은 굴도

가다 보면 출구가 나타날 거라고.


그러니 인생은 수록 아볼 가치가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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