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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하나 Aug 24. 2021

4일째. 음식(0824)

오늘의 나를 안아주세요 ㅡ 날마다 욕구 명상

음식이
욕구가 아니고
수단과 방법으로 바뀔 때

             P33, < 오늘의 나를 안아주세요>





1. 축하


음식에 특별히 집착하지도

음식을 특별히 홀대하지도 않는다.


음식을 탐닉하지도

음식을 거부하지도 않는다.


음식과 비교적 안정적이고 건강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것 같다.


깊은 감사가 올라온다.





삼시 세 끼.

건강하고 삼삼한 한식을 좋아하는 나의 취향.


엄마의 유산이다.


그러고 보니 그녀는

지금의 나처럼.


아침엔 빵이라든지

애매한 두 끼라든지 

그런 꼼수를 쓰지 않았다.


별 일 아닌 줄 알았는데

별일 아닌 게 아니다.


삼시 세 끼.


이건 어마어마한 헌신이고

하루를 다 바쳐야 하는 풀타임 직장이다.

(점입가경: ..수.)

 

찐 삼시 세 끼를 매일같이 차려준 우리 엄마.


그 헌신이

지금의 내 몸.

세포 하나하나가 되었다.


엄마는 생물학적으로 나에게 유전자를 주었을 뿐 아니라

글자 그대로

밥으로 내 세포를 키워주셨다.






2. 애도와 알아차림


오늘 하루 종일 먹은 음식을 의식해봤다.

그리고 사진으로 찍어보았다.





출근길. 빨간불에 설 때마다 허겁지겁 먹는 떡

 전날 밤 썰어놓은 참외(이것도 차 안에서 허겁지겁)

ㅡ보리차 끓인 것(요즘 왜케 맛있냐)

ㅡ오전엔 옆자리 선생님이 건넨 약과 한 조각

ㅡ 점심 급식(까먹고 못 찍음)

ㅡ 오후 3시. 당 수급용 및 기분전환용 레몬차



내가 음식을 대하는 패턴이

잠을 대하는 양상과 비슷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수단화하고

소외시킨다.


하루 종일 뭔가를 한다고


허겁지겁 먹고

스트레스 푸는 용으로 먹고

아니면 의무감으로 먹고..(과일 같은 것)


먹는 행위를 

욕구 자체로 누리지 못하고

끼워 팔기

떨이 팔기를 하며

철저히 수단과 방법으로 대하고 있었다.


아차리고 나니

심히 안타깝다.


내일부터는

뭘 먹을 때

음식과 대화를 좀 해보련다.






3.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고...


퇴근 후 준이를 데리러 시댁에 가면


시어머님이 '어서 먹어라' 하시고


나는 식탁을 보며


깊~~~~~은 안도감을 느낀다.



보호받고 있구나.

소중히 여김을 받고 있구나.

배려해주시는구나.

사랑해주시는구나.

나는 안전하구나.






오늘 밥상이다.


1. 밥 두 종류 중 택 1:

보리와 현미를 넣은 잡곡밥(밥솥) or

콩 넣은 흰쌀밥(돌솥)


2. 고등어 김치찜

(쓰기만 했는데 침샘폭발)


3. 정성껏 만드신 반찬 3가지

양파 어묵볶음, 황태 무침, 콩나물


4. 가락시장서 열무 사다가 정성껏 담근 열무김치


5. 한살림 김


6. 손주에게만 주는 소불고기


7. 후식으로 돌솥 숭늉까지..!



이거 실화냐?



실화 맞다.


게다가

오늘은 아무 날도 아니었다.


매일이 이렇다.


 다시 올라오는 감사.




정성



그러고 보니 '음식'과 '정성'이라는 두 단어는 

늘 붙어 다닌다.


먹는 이는 당연히 알게 된다.

이 음식에 정성이 몇 스푼 있는지.





엄마가 된다고 그냥 되는 일은 없더라.

나는 아니되더라.




아니!!

생각할수록 신기하네?

어떻게 이렇게 매일 해줄 수 있는 거지?

난 당췌 안된다구!


솔직해지자.


 할 수 없다기보다

하고 싶지 않다. 가

진실에 가깝겠다.


더더더 편하고 싶고

더더더 쉬고 싶고

더더더 다른 뭔가를 하고 싶지.


먹고사는데 이런 정성까지 쏟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자주 하며 산다.



그래 놓고 이런 밥상 받으면 너무 좋다흐~



이 위선자!







이렇게 늘.


누군가에게

빚을 지고 산다.






4.

음식에 대해 욕구 명상을 하고 나니

읽어보고 싶은 책이 생겼다.


http://aladin.kr/p/n6rfh


음식을

음식으로 대하자는 책이다.


음식을 다시 보자는 책이다.


음식을


수단 말고.

방법 말고.


욕구로 대해보자는 책이란다.







With 아래책

https://brunch.co.kr/@hisilver2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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