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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하나 Aug 29. 2021

육일째 ㅡ 안전 (0827)

오늘의 나를 안아주세요 - 날마다 욕구 명상

안전






안전.





안전.





안전.




세 번 읊조린다.




1. 엄마나에게 안전한 되어 주었다.


2. 아빠는 평생 가족의 경제적인 안전을 보장해주셨다.


가족의 경제적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그의 정서적 안전이 얼마나 위협당했는지는

정확히 몰랐다.


그가 나중에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들었을 뿐이다.


"사업이라는 것은

시도 때도 없이 생존이 위협받는 이지"




한편,


아빠는 나의 정서적 안전을 위협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요즘 와서 좀 다르게 보인다.


다르게 보이기 때문에

다행이면서도

매우 당황스럽다.


엄마와의 과도한 동일시

피해자 모드를 갖고 살아온 것.


그게 보인다.


다행인데

짜증 난다.



결국 내 책임도 있다는 걸

인정해야만 하니까.



가 내 유년기에

뭐 아주 친근한 아빠는 아니었다 해도

부모로서 나에게 딱히 잘못한 건 없다.


심지어 요새는 친근하려고까지 하다.


오늘 오후에도 아빠는 우리 집에 와서 갈치를 주고 갔다.






3.

내가 믿는


나의 요새이자~

피할 바위이자~

산성!


안전 그 자체다.


가족관계가 힘들거나

직장이 힘들거나

지인과 문제가 있어도


그 차원을 넘어서

그를 믿는 피조물인

창조주 안에서 안전하다.




비유가 기가막인다고?



성경에 나와있는 거지요.



not mine ~




4.


대한민국.



이 애증의 나라.



코로나19 이후,

'안전이 우선순위가 되어야만 한다!'

는 명제 아래.

다른 소중한 욕구들이 희생되고 있다.


함께 있음.


스킨십.


소통.


재미.


자유로운 움직임.


유대.


연대.


공동체.


축하와 애도.


....

끝없이 나열할 수 있는 목록들.


언제까지일까.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마스크를 벗을 자유'에 대한 시위는 들어본 적이 없다.


반대로

'마스크를 안 써서' 지하철에서 누가 누군가를 폭행했다는 기사는 본 적이 있네.








얼마 전 언론을 통해

마스크를 거부하는  파리지앵들을 보았다.


신기하고 궁금하다.


안전보다 '자유'가 더 중하다는 목소리가 넘실대는


그런 사회에서 한번 살아보고 싶다.


한국은 분단과 전쟁. 경쟁 속에서

안전이 늘 최우선이었다.


안전보다 다른 가치가 중요하다 여겨지는

그런 사회에서 사는 느낌은 어떤 걸까?




K 방역이니 뭐니 하는 것도

안전을 위해서라면

수많은 욕구를 희생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명제 아래 탄생한 것인지도.





5.

아이를 낳고서는


아이가 내 품을 떠나기 전까지

정말 안전한 '품'되어주고 싶다는 소망이 생겼다.



소망 자체는 참 아름다운데


상업주의와 능력주의로 무장한 한국사회는

'아이  세'때의 '엄마''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 류의 메시지로 

매 순간 엄마들을 공격한다.



제목만 봐도

숨이 턱 막히고

가슴이 답답~~~ 하다.


아이 하나면 짐 하나

아이 둘이면 짐 두 개.





난 일부러 짐 안 늘릴래요



 생각이 만연 해지는 이 사회가 밉다.




사회학과 교육학, 인류학 등의 학계에서는

요즘

'Mothers in South Korea(남한의 엄마들)' 실제 연구 대상이 되고 있다.



어쩌다 보 '남한의 엄마'로 살고 있는 나는,


아이에 대한 아름다운 소망

상업적으로 변질되지 않기 위해

어떻게 주류의 목소리와 다르게 살아야 할지.



매 순고민이 되고

매 순간 자신이 없다.



나의 정서적 안전과

아이의 정서적 안전.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면서.




툭하면 고개를 드는 엄마로서의 죄책감

옆집으로 고개만 돌리면 갖게 되는 엄마로서의 부담감

짓눌리지 않으면서


자유하면서도 안전한 엄마 되기.


요즘 내 인생의 화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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