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유산 ㅡ건강식 먹는 습관
15년 전
엄마는 위암 진단을 받았다.
가족력 같은 건 없었는데
어느 날 그랬다.
그날부터
우리 집 먹거리는 청정지역 위암 환자식이었다.
엄마에겐
취향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였다.
온갖 야채.
브로콜리.
생선.
질 좋은 소량의 고기.
청국장. 등등
온 가족이 5년 후 기쁨의 완치 판정 순간도 함께했고
그 후 또 5년이 흘러
대형병원에서 건강검진 촘촘히 다 했는데도
또 위암 3기 또는 4기라는
충격적인 순간도 함께했다.
엄마의 살 날이 최대 6개월이라는 소식을 접하고는
나는 뭐라도 해야 정신을 붙잡겠기에
돌 된 아이를 시엄니께 맡기고
항암 안 해도
자연치유로 사람을 살린다는 온갖 강좌를 들으러 다녔다.
관련 책도 읽기 시작했다.
결국 음식으로 살린다는 것이었고
스트레스가 제일 안좋고
몸을 따뜻하게 해야 한다는 것
수면의 질이 중요하다는 것
매일 30분 땀내는 운동이 좋다는 것 등으로
비슷하게 귀결되었다.
동결건조 녹즙 십여 개를 사서 물에 녹여먹어보기도 하고
ㅇㅇ파가 나온다는 온열기구도 검색해 보고
아무튼 좋다는 건 다 해 보고
반대로
안 좋다는 건 다 안 해보던 몇 개월이 지났다.
어차피
엄마는 얼마 지나지 않아
암이 소화기관으로 퍼져서 꽉 차게 되었는지
음식을 먹으면 입으로 역류하고
변으로 나오지도 않는..
사람이 이렇게도 되는구나..
싶은 너무나 괴로운 날들이 찾아왔다.
그때 얻은 수많은 잡지식과
수많은 자연치유 음식은
결국 엄마한테는 써보지도 못하게 되었다.
그런데 요즘 내가 가족에게 음식을 주다가 깨닫게 되는 건..
위암 환자의 가족으로 갖게 된 생활습관과 식습관.
그리고 치유식에 대한 지식이
엄마가 지금 없다고 해서
다 쓰레기통에 들어간 것은 아니었다.. 싶다.
며칠 전 주말.
감자와 고구마를 찌다가 생각하게 된 것이다.
한 아이의 엄마가 되고 보니
시대가 시대니만큼
편의점은 밖에만 나가면 수십 군데에 있고
음식배달은 손가락 까딱만 하면 되니..
건강한 먹거리를 대려면
얼마나 깨어있어야 하는지
얼마나 부지런을 조금이라도 떨어야 하는지 매일매일 절감한다.
게다가 난 요리에 취미도 없고
다른 취미는 산더미 같은 사람이라..
늘 요리에 들이는 시간이 아깝다.
결론은 건강한 식품을 원재료로 주기.
로.. 귀결..
음식 하는 시간은 줄여야겠고~
건강음식은 줘야겠고~ 하니
이걸 세간에는 멋지게 '자연식물식'이라고 부르더만?
난 그런 멋진 가치관 따위는 없다.
그저 엄마를 암으로 잃은 사람이기에
암 걸리기 쉽다는 음식을 내손으로 가족에게 주는 게 마음이 힘들다.
근데
크게 요리 시간은 들이기 싫을 뿐이다.
어제도
아들에게 천연과일스무디를 해주었다.
외할머니를 모르고 자란 너에게도
건강식에 대한 민감함은
너무나 귀한 유산이 되겠다.
건강먹거리에 조금이라도 의식이 깨어 있는건
정말 돈 주고 못 살 할머니의 선물이다.
"엄마 많이 고마워.
내가 완벽하게는 못해도
건강한 음식 먹고살려고 하는 거.
남편하고 아들한테
되도록이면 건강식 주려고 하는 습관이 있는 거.
배달음식 거의 안 먹는 거.
외식 최소한으로 하는 거.
그런 게 남보다 별로 어렵지 않은 거.
이런 게
내 삶에 너무 자연스러운 건
다 엄마 덕분이야.
엄마가 나와 동생. 아빠에게
십여 년간 차려준 건강식 덕분이야.
입이 알거든.
몸이 알고.
이게 내 몸에 좋겠는지.
나쁘겠는지..
근데 엄마 미안해.
엄마도 환자인데
엄마 손으로만 음식 하는 수고하게 해서 미안해.
내가 환자식 못해줬고
해줄 생각도 못했던 거 미안해.
그냥 우리 집에서 음식은 엄마가 환자든 아니든
엄마가 한다고 생각했던 거 미안해.
많이 사랑해.
엄마 고마워 "
P.s.
단..인정해야 할 것은
이런 것만 먹어도 암걸려 죽기도 하고
이런것 안먹어도 장수할수 있다는 것이다.
ㅋ
1. 어떻게 죽을 것인가?
ㅡ 사고사?병사? 즉사?서서히?대략적 날 받아?
2. 언제 죽을 것인가?
는 결국 하나님의 영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