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숨 막히는 이유 3가지

by 유하나


다은.

한국에 난 잘 도착했어.


그런데 오자마자 숨이 턱 막히더라?


일단.

날씨! 가 너무 숨 막혀ㅠㅠ


나 동남아에 왔나? 싶었다니까?


공항버스를 타려고 바깥으로 나오는데

진짜 마이클잭슨 탭댄스로

뒤로 걸어가고 싶었다니까?


그리고

숨 막힌 두 번째 이유는


공항버스에서 내려서 보인 집 앞 풍경들 이렇더라고.


1. 버스 정류장에 ㅡ연세대치의학 석사 블라블라

2. 집으로 가는 횡단보도 앞에 ㅡ 서울대출신 피부과 블라블라

3. 상가마다 들어선 학원. 학원. 학원...


공항버스에서 내려 우리 집까지 불과 200미터가 안되는데

이런 것들의 행렬이 이어지더라.


이러니 숨이 안 막힐 수 있겠어?


다은.


한 달 동안

너희 집 주변의 푸른 잔디밭과

호수와

조깅하는 사람들을 봤어.


나도 모르게 셋째 주부터는 조깅을 하고 싶어 지고

넷째 주부터는 잔디밭에 돗자리 없이 철퍼덕 앉게 되더라?

다들 나와서 온갖 운동을 하고 있으니까

나도 모르게 심신단련은 행복한 삶에 기본이라는 생각도 들더라?


그런데

내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 서울. 강남. 아파트촌이 뿜어내는 메시지는 어떨까? 혹시


명문대 나온 건 엄청난 자랑이다
(자랑 평생해라. 평생 뽕뺀다),

밤에도 공부하러 학원 가야지!
(명문대 가기 위해)

이런 것들이 아닐까?


아이들은 이런 걸 보며

몸과 마음에 어떤 메시지를 새기고 있을까?



숨 막힌 세 번째는


시야였어.


동서남북 보이는 건 빌딩숲이로다~


너희 집 근처 풍경과 극과 극이지?


런던에서 마지막날 찍은 풍경



전방위로

숨이 콱!! 막혀서

집까지 트렁크를 끌며 터벅터벅 걷고 있는데


같이 걷던 준이가

갑자기


엄마!!
귀뚜라미 소리가 난다!!

하며 달려가서 땅에 철퍼덕 주저앉더라?


그러더니 한~~ 참을 나무를 뒤적이며

귀뚜라미를 찾았어.


평소 같으면

'빨리 일어나~ 집에 가자~

엄마 피곤하다~'

했을 텐데.


이상하게 이 날은

나도 앉아서 오래도록 귀뚜라미를 찾게 되더라?


숨이 막혀서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귀뚜라미라도 잡고 싶었나 봐.



다은.

나는 한국사람이고 내 아이도 그래.


나는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랐고

저런 메시지를 평생 들으며 자랐어.


심지어

그 시스템에서 꽤 잘 해내서

한국 사회에서만 누릴 수 있는 학벌주의의 특권을 꽤나 누렸고 지금도 누리고 있지.


우리 가족은 현재로서는

다른 나라 시민권을 딸 건수도 없어 보여.


그런데 그런 나의 조국

대한민국 땅을 밟은 순간.

내 마음이 왜 이렇게 답답한 걸까?


저 메시지의 노예가 되지 않고

한국에서

나다움을 지키며 잘 살아갈 수 있을까?


한국에서

내 자식이 저 메시지의 노예가 되지 않고도

잘 살아갈 수 있을까?


나는 몹시 두려워져...


매거진 [영국엄마와 강남엄마의 교환일기]는

런던에서 살고 있는 두 아이 엄마와

강남에 살고 있는 한 아이 엄마의

교환일기입니다.


네이버와 브런치에 각자 연재 중입니다.


다은의 편지를 보고 싶으시면 아래 링크로 가시면 됩니다.

https://blog.naver.com/nina1315/223939147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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