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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하나 Jan 15. 2021

부탁 II - 빵꽃이 피던 날 (2020.0626)

비폭력대화(nvc)를 삶으로 살아내기 -18화


경북에 살고 있는 남동생이 srt를 타고 온단다.
수서역 srt를 떠올리니
갑자기 거기서 파는 빵이 먹고 싶네!

문자를 보냈다.

구체적으로 요구했다.



‘옥수수빵 5개’를 꼭꼭 눌러 찍는다.

이렇게 별거 아닌 거에 공을 들이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저번에 한번 그냥 삼송 빵집에서 빵을 사 와 달라고 했다가 대실망했다.

아니 옥수수빵을 빼놓고
다른 것들만 양껏 사 온 게 아닌가?

아니! 어떻게 삼송 빵집에 트레이드 마크인 옥수수빵을 빼놓을 수가 있지?
그건 앙꼬 없는 찐빵을 사 온 거다!

참네~ 그걸 꼭 말로 해야 하나?
센스 없기는!’

나에게는 상식이
그에게는 금시초문이었다.

옥수수빵을 향한 나의 식욕(구)이 좌절되었다.

그날 동생은
돈 쓰고
욕먹고
억울했다.




한편, nvc의 언어는 이거란다.

내가 아플 때는 남편한테
내가 아픈 것도 안보이지!!!’라고 비난하는 게 아니라
전복죽 특!으로 사와~’라고 하는 거란다.


부탁할 때는
- 명확하게
- 구체적 행동 언어로
- 긍정문으로


이렇게 부탁하려고 하면,
치사빤스고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다.

그래도 치사빤스질을 정확히 해야
내가 원하는 걸 받을 확률이 높단다.

어쨌건,
원하는 걸 받아야 하지 않겠나?
못 받으면 나만 손해!

그래서 이번에는 ‘옥수수빵 5개’라고
치사빤스 하게 명시했다.
그리고 '다른 것 두세 개'를
뭘 사 올지 상상하며 기다리는 설렘도 챙겼다.

쓰다 보니.
동생도 내가 이렇게 말해서
얼마나 편했겠나 싶다.

너무나 명료하니까!

게다가. 다른 것 2-3개를 고르며
자율성을 펼치게 해주고.

나는 이날 남동생에게서 빵 상자를 받아 들고 무지 행복했다.
야호~! 원하는 걸 얻었다!


비폭력대화(nvc)의 꽃은 '부탁'이라는데
이날은 빵꽃이 피었다.

부탁으로
다양한 꽃이 매일매일 피는 일상이었으면 좋겠다.


남동생이 사다 준 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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