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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하나 Jan 27. 2021

1월 셋째주 - 지구인 투숙 기록(2021.0127)

비폭력대화(nvc)를 삶으로 살아내기 - 28화


1. 1월 셋째 주 플라스틱 배출량




일주일에 한 번, 월요일.

일주일간의 플라스틱 쓰레기를 결산하는 시간이다.


'아는 것'과 '사는 것'이 일치되고 싶어서

이러고 있다.

애 재우고 밤에 찍느라, 늘 사진은 어둑어둑.


이번 주는 생일을 맞은 나에게

스스로 거한 초밥을 쐈더니

저렇게나 많은 플라스틱이 나와버렸다.

자잘한 쓰레기의 주인공은

락교와 생강, 된장국 용기들인데

거의 손도 대지 않았어서 더욱 안타깝다.



배달음식이 문제다.

후... 어떻게 해야 할까?


일상이 배달로 도배된 이 배달의 민족은.

어떻게 이 배달용기 문화를 바꿔야 할까.


마음이 답답하다.



한끼 1인분 배달음식에서 나온 쓰레기






2. 개념 이제야 장착



플라스틱에 다른 것이 조금만 붙어있어도 재활용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불가리스통에 붙은 비닐을 열심히 뗐다.

처음으로...

나도 참 너무한다.


이제까지는 그냥 휙~ 재활용 통에 던졌었다.  

'어떻게 되겠지~' 하면서.

 

상표와 그림을 떼니

브랜드와 광고가 만들어낸 이미지는 어디론가 휘발해버리고

넌 영락없는 쓰레기.

그냥 쓰레기 맞나?


상품의 생얼은 쓰레기다.



상품의 쌩얼은 쓰레기







3. 알고 선택하는 힘


종이 두유를 사 먹을까,

병 두유를 사 먹을까 고민하다가,

병 두유를 사 먹고

'한송이 꽃병'으로 쓰기로 한다.



남편에게 매일 주는 비트즙이 떨어졌다.

지금까지는 포로 된 것을 사서 하나씩 휙~ 식탁에 던져놓으면 그렇게 편했다.

그런데 쓰레기에 대한 민감성이 커지고 나서는 아무리 편해도 도저히 못 사겠다.


한참을 검색해서 다른 브랜드의 병으로 된 대용량을 산다.

남편이 매일 조금씩 따라 마시는 수고를 하면 된다.


이 병도 꽃병으로 쓸 수 있을까?

상상해본다.


아.. 쓰레기가 꽃병이 된다니.

벌써부터 설렌다.


애벌레가 나비가 되는 정도로

극적인 반전이다.









3. 지구의 협찬 - 빨간대야


'생일선물로 뭘 사줄까~?' 하는 친구의 물음에

'면생리대!' 했다.


면생리대는 나에게 '버킷리스트'같은 것이었다.

동경하기는 하나~

손빨래는 절대 못하겠는 현실에 부딪혀 계속 엄두를 못 내는 .


그간 대안을 못 찾았다.



일반 생리대는

- 발암물질 뉴스로 늘 찝찝하다

- 피부도 따끔거리고

- 계속 사려니 지속적으로 돈도 꽤 들고

- 생리대 쓰레기에 지구가 아픈건 물론

- 생리 컵을 써보니 신세계이긴 하나, 단점도 있어서 생리 컵과 함께 갈 지속 가능한 보조용품이 필요하다.


나 진짜 집안일 싫어하는데.

내가 과연 이걸 계속 빨아쓸 수 있을까?


내 세탁 푸념을 듣더니,

면생리대를 오랫동안 써온 친구가 말해준다. 혹~할만한 뒤처리 방법이다.


일단, 딸기 바구니 같은 빨간 대야를 마련하라.

거기에 면생리대 쓴 것을 베이킹파우더와 함께 투척해놓고,

화장실 갈 때마다 보이면 물 갈아 주

하루쯤 지나서 세탁기에 던져 넣으면 끝! 


좋아!!!

손빨래 안 해도 된다는 거지?

도전해보게~~ 쓰!!


빨간 바구니 있음 되겠네~~


"빨간 바구니야~~~

어딨니~ 빨간 바구니야~~~~"


요즘 내가 재미 붙인 것 중 하나.


필요한 것을 바로 사지 않고

그 물건이 나타날 때까지 기다려보는 것이다.

굉장히 신기한 경험을 여러 번 하고 나서

 이 기다림을  적극적으로 즐기게 되었다.


마침 필요한 것을 딱! 누구에게 우연히 받기도 하고(최근에는 아이 겨울 모자가 필요했는데, 그다음 날 우연히 집에 방문한 손님이 딱! 손으로 직접 뜬 아이 모자를 선물해주셨다!)


또는 필요한 게 있으면 지인들에게 먼저 묻는다

"혹시 나사못 하나, 나한테 줄 거 있어요?"

 "혹시 모서리 보호 고무, 하나 남는 거 있어요?" 

꼭 한 집에는 있더라.


때로는 필요한 걸 길가다가 만난 적도 여러 번이다.

그럼 바로 업어온다.



남편은 이런 나를 부끄러워하기도 하고

자랑스러워하는 것도 같다.


별 생각없이 그냥 재밌다.


퍼즐 맞추기를 하는 것 같은 쾌감이 있다.



이번에 얼마 기다리기도 전에

놀랄만한 일이 벌어졌다.



오전에 집에서 '빨간대야'를 어디서 구하지 생각하고,

몇 시간 후 아이를 데리러 집을 나서는데


우리 집 계단 바로 앞,

나무 아래에 놓여 있는 빨간 대야.




너... 나를 기다린 거야?


소름이 돋다.

주위를 괜히 둘러봤다.


아무도 없다.

'이게 어쩌다 여기에?'


맥락도 없다.



그냥 빨간대야 하나 덩그러니.


와... 너 뭐니?


대야를 즉시 집으로 입양했다.


지구투숙객의 면생리대 개시를 축하하는

지구가 준 선물이 확실하다.


센스 있는 건물주일세!



입양을 기다린 빨간 대야

덧,


직장을 다닐때는,

쓰고 난 면생리대를 어떻게 처리해야 하나?

상상하니 무척 난감해진다.


하려고만 하면, 무슨 방법이 있겠지 싶기도 하다.


다시 안볼곳에 버려버리는 건

너무나 편한거였구나.

외면하면 되니까.

쓰레기는 남이 치워주고.


면생리대로 나를 직면하는 법,

내 손으로 내 삶을 지속가능하게 꾸려나가는 법을 배울것 같아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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