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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하나 Jan 29. 2021

울어도 돼~실컷 울어!(2021.0129)

비폭력대화(nvc)를 삶으로 살아내기 -30화


1. 타의 깜짝방문



산타의 깜짝 방문




지난 12월 25일 우리 집에 산타가 방문했다.
아이들이 코로나로 장기간 결석 중이자,
어린이집 선생님이 직접 산타 분장을 하고 집에 찾아온 것이다.

말로만 듣던 산타가
나를 만나기 위해 우리 집에 오다니!

아이는 산타를 만나고
깡충깡충 뛰며 좋아서 어쩔 줄을 몰랐다.

그리고 그날 밤 아이는,
아빠와 할머니한테서 귀에 못이 박히도록 이 말을 듣는다.

"엄마 말 잘 들어서 산타할아버지가 온 거야~
이제부터 엄마 말 잘 들어야겠어~? 안 들어야겠어~?"

내색은 안 했지만,
정작 그 말을 듣는 엄마는 이상하게도 마음이 불편하다.

왜였을까?

겨우 네 살인 아이에게
'넌 선물을 받을 자격이 있다~ 없다~' 말하는 것이 영~ 내키지 않는다.

아이에게 우리가 이걸 가르치고 있는 것 같았다.

'산타할아버지를 비롯하여 어른들은
1년 내내
네가 잘하나~ 못 하나~ 네 행동을 감시하고 있는 '감시자'야!'

 


2. 울어도 돼~


이날 밤, 우연히 어느 단체 카톡창에서
"울어도 돼"라는 노래를 만났다.
(링크는 못 찾겠고 파일은 있는데 저작권법상 공유하지 못해 아쉽다)

'울어도 돼 울어도 돼.
산타할아버지는 우는 애들에게도 선물을 주신대요.
산타할아버지는 알고 계신대.
나쁜 아인 세상에 없다는 걸.
오늘 밤에 다녀가신대.

잠잘 때나 일어날 때.
짜증 날 때 장난할 때도.
산타할아버지는 모든 것을 이해해주신데~ 오예~

울어도 돼. 울어도 돼.
산타할아버지는 우는 애들에게도 선물을 주신대요.
선물을 주신대요~메리 크리스마스!'


나쁜 아이는 세상에 없다.
산타할아버지는 모든 것을 이해해 주시고,
울어도 되고...


아... 편안하다. 안심이 된다. 따뜻하다.



난 아이도 아니고
난 선물 받을 나이도 지났는데

기타 베이스인 이 노래를 듣는데 왜 눈물이 나지.


아이들에게나 불러줘야 할 이 노래를
무한반복으로 내가 듣고 있다.

학창 시절이 생각났다.

내가 과연 사랑받을 수 있는 존재인지 확인받고 싶었다.
사랑받고 싶어서,
그리고 안전하고 싶어서,
어른들의 상벌 기준에 맞추려 애를 쓰며
내 말과 행동과 마음까지도 끊임없이 점검했던 순간들을 떠올렸다.

다행히 나는 인생 여정에서 주로 상을 받곤 했지만,
상을 받기 위해 애쓰고 애쓸 때마다
그만큼 그 상은 '나다움'을 펼치지 못하게 나를 또 묶곤 했다.

 


3. 울어, 울어도 돼, 실 울어! 




요즘 읽고 있는 이 책에서.
이 대목이 또 보인다.


글쓴이인 이윤정 선생님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저는 아들 둘을 키우면서 아이가 자기감정을 참느라고 애쓰는 것을 종종 경험했는데
"울어, 울어도 돼, 실컷 울어!"라고 얘기를 하면,
그때마다 남편이
"세상은 강한 남자를 원하는데
이 집 엄마만 약한 아들을 원하는군"이라고 해서 다투곤 했습니다. (p99)


나는 여러 번 혼자 말해본다.

"울어, 울어도 돼, 실컷 울어!"

"울어, 울어도 돼, 실컷 울어!"

"울어, 울어도 돼, 실컷 울어!"


커가는 아들에게
한없이 많이 말해주고 싶다.

사실
나 스스로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기도 하다.

'울어도 괜찮다고'

우는 자유!
 
이제라도 이 집 지붕 아래서 만큼은 서로에게 허하리라!



'여보~ 당신도 울고싶으면 마음껏 울어!'





4. 감정 해방운동을 응원합니다!



며칠 전, 준이가 외할아버지와 함께 밥을 먹고 있었다.

자기가 제일로 좋아하는 바삭 김을 밥에 크~게 싸서 입을 쩍 벌려 먹으려 하던 그때!

실수로 그 밥을 땅에 떨어뜨린다.
엄청 졸린 상태라 밥상머리에서 대성통곡을 한다.
"으아아 앙~~~~~"

어김없이 돌아오는 말.

"남자가 바보같이~!"

"남자 새끼가 울긴 왜 울어? 뚝 그쳐!"


"아니~ 남자가 되가지고~"

아빠가 말한다.


시아버님도 자주 말한다.


엄마가 딸의 외모를 쉴새없이 단속하듯이,

남자들은 서로의 감정을 부지런히 단속한다.

'불쌍한 남자 새끼...'

나는 생각한다.


나는 그 아수라장 속에서
남자 새끼를 품에 꼭 끌어안는다.

" 아이고~
속상했어~~~
맛있게 먹고 싶었지~~"

그러면 아이는
 "응~~~~~~! 흐흐흐규규규규
으앙~~~~ 엄마아~~ 아아아아"

처음엔 더 운다.
(받아줘서 저러나. 후회될 정도로)

하지만
소나기처럼 한 바탕 실컷 울고 나면
이내 말끔해진 표정으로  
밥상으로 와서 수저를 다시 든다.
 
내 눈에는 울고 난 뒤 아이의 마음에 뜬

선명한 무지개가 보인다.


아이는 울고 싶은  그 순간에
온 힘을 다해 울고
그치고 나서는
바로 웃는다.

현존의 절정이다.

아이에게서 나는 현존하는 법을 배운다.


반대로 나는 질척 질척 뒤끝의 절정이다.
 
실컷 울어야 할 그 순간 내 눈치 보랴, 남 눈치 보랴
제대로 울지 못해서
한참 나중까지 장마철 수건처럼 퀴퀴하고 축축하다.







여자들이 외모관리에 대해 문화적 압박을 느낀다면,
남자들은 감정을 관리하라는 압박을 느낀다.

- 책 '마음을 치료하는 법' p199-



'앞으로 수없이 감정을 관리해야 할 아들아.

집에서 만큼은 실컷 울렴!!!

학교에서

사회에서

군대에서

직장에서,
심지어 미래에 네가 꾸릴 가정에서도
너의 눈물을 온전히 받아주는 곳은 아마 없을 테니.

엄마 앞에서 많이 울렴. '

나는 아이에게 마음으로 편지를 쓴다.


요즘 여성들이 페미니즘 운동의 일환으로
'외모 관리'를 거부하며
노메이컵, 노브라 운동을 벌이던데,

남자들도 자발적으로 '감정 관리'를 거부하며
'감정 해방 운동' 같은 걸 일으켰으면 좋겠다.

그래서 자기 안에 있는 감정을 좀
알아차리고
조절하고
타인과 나누는,
그런 남자들이 더더더더 격려받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모든 감정을
'자기도 알 수 없는 화'로 풀어냈던 우리 할아버지 세대와 아버지 세대는
이제 좀 끝나야 하지 않을까.


 


"저. 현존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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