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괜찮다.

by 안녕스폰지밥

더 나은 방법을 여전히 찾지 못한 자신을 자책하며

기분이 미칠 듯 바닥을 뚫고 내려가 목젖까지 턱턱 막히다가도,

겨우 토해낸 숨에 하루하루 조금씩 좋아진다.

삶에서 하나둘씩 놓친 꿈과 사람의 인연이 떠올라 피가 닳다가도,

'알 수 없음'과 동의어인 미래를 거스르기보다, 그저 이렇게 앞으로 걸어 나간다.


여전히 가능성의 노예이자, 절망을 품은 시한폭탄인 나는

매 순간 뛰지는 못하지만, 매일을 걷듯이 열심히 살고 있다.

서툴러도, 넘어져도 자전거는 탈 수 있고

완성되지 않은 형태로도 글은 얼마든지 쓸 수 있다.


언제 일어나도 놀랍지 않을 러시아의 공습에 대비하기 위해

우크라이나의 평범한 엄마, 아빠들이 전쟁 물품을 하나씩 구입하고

총 쏘는 연습까지 해야 하는 지구 안 먼 땅의 현실 보다,


노랑, 보라, 화이트 필링이 가득 들어있는 마카롱 중에서

'이 아름다운 색의 균형을 어떤 것부터 먹으며 없애 무너뜨려야 할까' 고민하는

작은 선택장애를 겪는 지금.


날씨가 풀리며 미세먼지는 심해지는 대지의 걱정을 떠나

따뜻해서인지 더 여유로워지고 건강해 보이는 길고양이 금동이의 오늘 하루 바이오리듬.


이런 평화가 함께하는 지금에 감사할 수 있음에.. 다시 감사할 수 있다면.


질기지만 살아있고, 징그럽지만 애틋하게.

지금.이라는 순간들을 잘 품어, 미래와 조우할 수 있다면.


나는 충분히 괜찮다.


_2022.2.13.


20221023_141610a.jpg



keyword
작가의 이전글펜 심(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