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냥이 금동이의 생존기.
금요일 밤의 알코올 타임이 끝나고 다섯 시간 정도 숙면 후
본가로 가기 위해 아침 운전을 했다.
토요일 아침의 도로는 붐비지 않고 여유로웠다.
도착 후엔 언제나 그렇듯, 길고양이 금동이의 잠자리가 있는 방향으로 걸어간다.
오늘도 아파트 단지 정자 근처 풀숲 사이에 또아리를 틀고, 납작 만두처럼 땅바닥에 붙어 자고 있다.
죽은 고양이도 저런 모습일까 싶은 기분이 들지만.. 햇빛이 가는 숨을 쉬며 금동이 주변에 머물고 있어 다행이다.
금동이는 정자가 있는 공개된 넓은 마당을 자기 영역으로 삼고 있기에
은폐된 공간을 갖으려면 더 납작하게, 더 웅크려 풀숲으로 들어가야 한다.
그렇게.. 금동이는 우리가 한 달 전 새로 마련해 준 여름 집에서 쉬지 않은지 열흘 정도 되어간다.
빈번한 영역 다툼 싸움에서도 큰 상처 없던 맹수 고양이였는데..
얼마 전 목덜미와 귀 뒤로 크게 물린 금동이의 모습은 처참했다.
물린 상처가 곪아서 진물이 나고, 털이 원형 탈모처럼 한 움큼씩 빠져버린 상태였다.
급한 데로 소독을 하고 일주일 정도 약을 먹였다.
지금은 상처가 많이 아물었고, 의기 소침했던 기력도 회복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알아버렸다.
금동이는 영원히 이 동네 짱고양이가 아니며, 슈퍼 고양이는 더욱 아니라는 걸.
항상 위험에 노출되어 있고, 경계와 의심으로 깊은 잠을 잘 수 없다는 걸.
마련해 둔 고양이 집 주변에는 가끔 음식이 담긴 밥그릇을 놓고
그냥 가버리는 사람들의 부주의로 온갖 벌레가 꼬인다.
그리고 아이들이 소꿉놀이를 한답시고 금동이 물그릇에 흙을 가득 채우는 일이 빈번하다.
또한 은폐된 안정감을 조금이라도 더 느끼도록 집에 덮어 둔 우산은, 시시때때로 없어지고.
너무나 공개된 자리에서, 공개된 존재감으로
절반의 행복과 그 절반으로 채워지지 않는, 남은 절반의 절망이 금동이 주변을 맴돈다.
상처는 나아가지만, 금동이는 이런 과정을 통해
마련해 준 집을 더욱 이용하지 않게 되었다.
오히려 자기 존재가 더 드러나지 않는 익명의 수풀 속 땅바닥에서.. 이 여름을 보내게 될 거 같다.
큰 싸움 후, 심경의 변화가 컸는지.. 금동이는 집으로 돌아가는 나와 엄마의 발걸음을 더 무겁게 한다.
매번 더 끈질기게 뒤따라와 아파트 현관 앞에서 애처로운 하울링을 한다.
집생활을 해 본 경험이 있는 듯한 금동이의 길 생활은
묘하게 아슬아슬한 외줄 타기를 하고 있는 거 같다.
많은 관심을 받지만 진득한 사랑은 아닌.
자유롭지만 책임은 없는.
그저 그렇게 부유하며, 깨끗한 물을 흐리는 기름때 같은 마음들에 둘러 싸여
오늘 하루를 또 살아 내는 너란 고양이.
이른 아침 수풀사이 땅바닥에 두 눈을 꼭 감고 잠을 청하던 금동이의 모습은 쉽게 잊지 못할 잔상이다.
그래도 우리는 알고 있어.
그렇게.. 끝이 보이는 사랑은 다시 시작되었다는 걸.
충분히 만지고 다독여 주지 않으면, 몸을 이리저리 뒹굴리고 야옹야옹 거리며 발 길을 붙잡는 너에게
그 사랑을 다시 시작했다는 걸.
그리고 우리는 또한 알고 있지.
사랑이 끝이 나도 남겨진 흔적에 발을 딛고 걸어간다, 사람은. 숨을 쉬면서.
그러니까, 괜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