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IP 로그인 이력이 있습니다.'
오후 2시 18분. 본인이 아닐 시 확인이 필요하다는 메시지가 떴다.
그때, 왜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는지..
그저 하던 작업을 했다. 대수롭지 않게.
오후 4시가 넘어가면서 휴대폰에 계속 떠 있던 그 메시지를 다시 보게 되었다.
그리고 머릿속 빈 공간에 빙점이 찍혔다.
'아!.. 내가 그 어떤 도구로도 새로운 로그인을 한 기억이 없는데.'
급하게 블로그 메인 페이지로 접속했고, 내 비밀번호를 해킹한 잡범이 천연덕스럽게
'새 글'을 올려놓았음을 확인했다.
심장이 뛰고, 이어지는 다급함에 동공이 커졌다.
설마.. 이상한 광고 글로 도배를 해 놓았다면..!!
불과 몇 시간 전, 내 글에 공감과 위로를 표해주던 친구가 그 어이없는 장면을 봤다면..
새 글을 클릭하자 쓰여있는 단 한 줄은 당황스러웠다.
'나 지금 정말 너무너무 슬프당.'
딱 하나의 문장. 단일한 감정 표현.
두 번 생각할 필요 없이 글을 바로 삭제했다.
로그인용 아이디를 새로 만들고, 비밀번호도 변경했다.
하지만 놀란 와중에도 이중 확인용 로그인 아이디는 설정하지 않았다.
길게 봤을 때, 로그인이 요구될 때마다 5초 정도의 연장된 귀찮음을 매번 감수하기는 싫었다.
그렇게 짧고 굵은 해킹의 피해 경험이 지나가고,
큰 피해는 아니었지만, 짧게 남겨져 있던 그 한 문장이 한 동안.. 마음 한 구석에 오롯이 서 있었다.
'나 지금 정말 너무너무 슬프당.'
뭐지?
허울 좋은 이미지로 포장된 내 글이 이 한 문장으로 발가 벗겨진 기분.
슬픔을 '희망'으로 곱게 감싸서, 속은 쓰고 겉은 달달한 사탕처럼..
내가 전시하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누군가가 결국 한 문장으로 진실을 밝혀 준 기분.
절망을 노래하는 사람의 곁에는 결국, 아무도 남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니까.
그동안 팔아넘긴 사탕들로 내 우울을 정당화하고.
맛있게 하기 위해 그 슬픔을 적당히 중화할 행복의 대상을 찾고.
도대체 저런 뼈 때리는 문장 하나만 적어 놓은 너는 누구일까.
내 마음속을 해킹하고 간 너를 위해서라도 난, 더욱 열심히 이 슬픔과 마주하고, 돌보아야겠다.
주변의 행복을 소중히 쓸어 모아 마스킹 테이프로 고정할 거고.
삶에 필요한 더 달콤한 사탕을 만들어 내야겠어.
직설적인 문장하나는 용옥고처럼 쓰디쓴 현실을 보여 줄 뿐,
맛도 감흥도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