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그려 놓은 불분명한 다짐을 백팩 한 켠에 넣어 두었다.
한 여름의 습도는 분명하지 않음을 더 흐릿하게 만들지만
그래도 여름 장맛비로 불투명해지는 자동차 유리는 와이퍼만으로도 실시간으로 닦이니까.
그렇게 간헐적이지만 지속적으로 내리는 비에 젖은 도로를 따라 일산에서 판교로 달린다.
자유로를 건너고
강변북로에서 한강을 바라보고.
경부 고속도로에서 만남의 광장을 지나쳤다.
7월의 업무 가능 시간을 초과하여 Gate-off가 된 사원증 대신에 임시 사원증을 발급받아, 세상 조용한 내 업무 공간에 들어온다.
새벽에 쓰고 남은 잔상을 글로 옮기려 찾은 곳.
허리를 습관적으로 꼿꼿이 세우게 되고, 동시에 낯설지 않아 예측 가능한 곳.
회사에 1분 1초만 더 있어도 삶의 일부분이 깎여 나갈 것처럼 몸서리치던 지난 시절을 넘어, 드디어..
이제 편하게 내려놓고, 일과 일 밖의 내가 하나가 되어 간다.
슬프지도 기쁘지도 않아. 알고 있었거든.
이 것만큼은 확신이 있었다.
빠르지 않지만 진중하게. 실수가 잦지만 결국에 배우고 깨달을 거라는 것.
분리되어 있던 내 일과 글쓰기를 같이 할 수 있게 된 지금의 나는
죽는 순간까지 숨 쉬려는 노력을 해나갈 거라는 걸.
그래서 다시 펜을 내 몸에 가까이 붙이고,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마음을 종이에 남긴다.
Gate-off 도 막지 못한 내 사랑이 담긴 삶의 흔적을.
_ 2022.07.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