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가을의 일기.(2)

by 안녕스폰지밥

가능할 때 한 자라도 더 쓰자.

쓰고 쓰다 보면, 이 행위의 반복이 패턴을 만들고

패턴을 보면 내가 담겨 있게 된다.

그렇게 어떤 종류의 숭고함은 개인의 흔적이 담긴 패턴을 기억하며 시작된다.


어제 광화문에서, 오랜 친구 신애가 예매해 준 이슬아 작가의 강연을 함께 보고 들었다.

그 시간을 통해 나의 마음은 여러모로 패턴을 만들고 있었다.

종이에 남기는 나의 흔적이 패턴으로 남을 '글쓰기'에 더욱 관심을 두는 계기가 되어 주었다.


이슬아라는 작가는 하고 싶은 일, 잘하는 일을 '생계를 위한 글쓰기'로 가져왔다.

'일간 이슬아'를 통해 매일 구독자에게 글을 이메일로 보내는 시스템을 구축했다는 작가의 히스토리는 적잖이 인상에 남았다.

'마감'이라는 절박한 단어가 시간의 숭고함과 만나

창작자는 뇌의 숨겨진 0.12%의 슬픔과 희망, 분노와 좌절마저도 끌어내 글을 쓴다.


시간의 흐름에 소멸되지 않고 분리수거되듯 잘게 쪼개져

뇌하수체계에 무의식으로 잠식중인 기억의 잔재를 살살 긁어내서라도..

창작자는 글쓰기를 이어갈 수밖에 없다.

먹고사는 문제가 밀접히 연결되자 세상은 절박함이 담긴 엄청나게 큰 기억의 쓰레기로 채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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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교보문고 [명강의 Big10] 이슬아 작가. 2022.11.18.




일주일 전 맘에 드는 방이 있어 백만 원을 주고 가계약을 한 후

오늘. 생애 처음 전세계약서에 서명을 했다.

1억 6천이 넘는 공간을 2년간 임대하는 과정은

여러 장의 서류와 두 개 업체의 공인 중개사, 6명의 임대 임차 관련인이 뒤섞여 신속한 듯 진중하게

신뢰를 바라는 의심의 눈빛과 언어 속에서 진행되었다.

이제 다음 달 잔금 처리와 이사를 통해 새로운 공간에서 좀 더 간지 나는 1인 가구의 삶을 꿈꾸고 있는 나.


계약서 서명 후, 처음 광교에 이사할 집을 보러 왔을 때 대정쓰의 추천으로 왔던 '이보아르'에 다시 왔다.

평년 기온 대비 따뜻한 가을의 끝자락에서, 결국 나는 이사를 결정했다.

너무 춥지 않은 날씨가 온난화의 비극일지라도

난생처음 이사다운 이사와 큰돈이 남의 손에 맡겨지는 혼란의 시절을 앞둔 내게는 위로가 되는 날씨다.


얼음이 들어간 아몬드 크림 라떼가, 겨울을 앞둔 이 시점에도 그리 차갑게 느껴지지 않고

주말, 여유로운 신도시의 한적한 카페에서 창밖 풍경을 보며 글을 쓸 수 있다는 것.


이곳으로의 이사 후 일주일에 한 번쯤은 해 나갈 수 있는, 나의 패턴이 되어 줄 것임에 감사하다.


_2022.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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