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의미는 뭘까?
삶에 목적이란 게 있긴 한가?
가끔은 삶의 의미를 알려고 하는 게 시간낭비 같아.
그저 이대로 삶을 즐기면서
모른 척해도 되잖아.
금방 올 거야.
약속할게.
인간들은 참 복잡해.
개들이 이해 못 하는 일들을 한다니까.
이별 같은 일.
어쩌면 모든 건 네가 왔던 곳으로 돌아가고 나서, 점점 안 좋아지게 되었던 건 아닐까.
나도 모르게 곁에 없는 너를 탓하게 되네.
너의 16년 견생의 마지막 봄이 지나던 어떤 일요일.
그날 아침은 유일하게 목으로 넘겨주던 소고기 안심도 소용이 없고.
조금은 덜 답답한 거실 한가운데에서
3XL 사이즈의 대형견 패딩을 등에 덮고 햇살아래 누워 있었지.
내 주인은 늘 슬퍼했어.
그리고 외로워했어.
그때 깨달았어.
최악의 악몽은 혼자가 되는 거라고.
살도 근육도 많이 빠졌고, 은연중 계속하게 되는 설사로 배변 패드를 깔고 누워 있어야만 했고.
힘들게 몸을 일으키려면 앙상해지고 힘이 다 닳아 비틀거리는 앞 두 다리가 애처롭던 그런 시간들.
햇살 드는 거실에서 고통으로 설친 지난밤의 피로를 선잠으로 위로하던 너를 바라보며
'베일리 어게인'이란 영화를 오랜만에 다시 봤어.
나의 희망사항이 담긴 꿈이면서
어쩌면.. 너의 바람일지도 모를 그런 이야기.
티노, 무슨 생각하고 있어?
갈 준비가 됐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
정말 좋은 삶이었어.
즐거워 본 지 너무 오래됐어..
그리고 내내 울었어.
등을 돌리고 누워있는 앙상한 너의 몸에 우리와 함께 할 영혼이 이제, 35% 정도만 남아 있는 기분이었지.
영화를 보고 울면서, 그렇게 너를 수시로 살폈어.
몇 번을 다시 태어나서
드디어 찾았어.
언젠가, 아무 일 없었던 듯 3개월, 3.5kg의 깨발랄 강아지로 다시 내 앞에 나타나
풍선 조각이랑 실뭉치를 씹어 댈 너를 상상해.
모든 감정이 거짓을 모르고 여과 없이 내 가슴에 바로 와 꽂히던 표정과 행동을 기억하고 있지.
몇 시간 만에 만났는 데도, 몇십 년 못 만난 것처럼
점프하고 오줌 세례를 퍼붓던 나의 똥강아지.
은연중, 침잠하는 무기력한 기분에 아무것도 하기 싫을 때에도 다시 이렇게 쓰고, 또 쓰려고 해.
너처럼 지금을 살기 위해,
지금이 가장 소중하니까.
내가 개로 살면서 깨달은 건 이거야.
즐겁게 살아.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찾아서 구해주고.
사랑하는 이들을 핥아주고.
지나간 일로 슬픈 얼굴 하지 말고.
다가 올 일로 얼굴 찌푸리지 마.
그저 지금을 사는 거야.
지금 이 순간을.
_영화 '베일리 어게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