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를 끌어올리고 마음의 움직임을 글로 옮기는 데는, 머뭇거림의 시간이 필요하다.
뭘 쓸 거야?
막힌 벽에 서서
피는 흘리지 않고 그 벽을 부수고 싶다는 생각에 안주만 하고 있진 않나.
읽는 것에 대한 괴로움이 다시 괴롭고.
눈이 바라는 자유로운 형태의 사물을 마주하는 데에 한계를 느낀다.
해결되지 않는 심적 박탈. 허무와 충만. 그 경계의 모호함.
가능하다고 믿는 순간의 기적들이
한 밤의 은하수처럼 그 흔적을 뒤로하고 검은 바다에 녹아내린다.
무엇보다 그저 눈을 좀 감고 있는 것이 도움이 되었다.
벗어나야 할 때와 가능하다고 믿는 시점은
그저 머무르며 흐르는 시간을 관망하는 게으른 자에게도 주어진다.
가능함. 가능성의 빛으로 향하는 내 머리와 손 끝과 펜의 움직임을 보듬고, 감싸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