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 블라우스.

by 안녕스폰지밥

화이트 블라우스.

이 단어에 대한 어린 시절부터 지속되어 온 선망과 동경.

때로는 집착이자 욕망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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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살 즈음의 기억 속에, 허리에 아이보리 색 보자기를 두르고는

시집가는 새색시처럼 한쪽 무릎을 올려 앉아 보던 모습이 있다.

결혼이라는 단어에 대한 로망에 앞서, 공주가 등장하는 동화 속 그녀들의 드레스는

나의 마음을 선점했다.

유럽 어딘가의 고대 성에 살고 있는 공주가 아닌 이상, 언젠가 드레스를 입어 볼 수 있다면 그것은,

결혼식일 거라는 막연하지만 현실적인 생각을 하던 시절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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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여자 어른이 되고 나서도, 결혼식이라는 비장미와 부담이 넘실대는 의식보다

TV에 비치는 연예인들의 결혼식에 등장한 웨딩드레스를 입은 신부에게만 관심이 생길 뿐이었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꿈의 드레스’는 찾을 수 없었다.

인생에서 점점 무르익은 나이의 삶을 살아가게 되면서도

SNS에서 보이는 셀럽 그 누군가의 결혼식에서도,

내가 생각해 온 실루엣을 완벽히 갖춘 드레스는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더불어, 내게 그런 기회가 오지도 않았다.

한 나라의 공주님이 아닌 내게 결혼이라는 이벤트도 없었으니.

아! 유명한 가수나 영화배우가 되어 연말 시상식에 등장할 일도 없었으니.


아.. 좀 초라해지려던 이 순간 나는, 지난 5월에서 7월이라는 두 달여의 기간 동안

드디어.. 여러 벌의 웨딩드레스를 입어 본 예비 신부가 되었다.

내 취향만 가득 들어간 열두 벌의 드레스들을 입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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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보자기를 허리에 두르고 공주 놀이를 하던 나.

수입이 생긴 여자 어른이 되고서는,

중세 유럽 귀족 소녀가 입을 듯한 레이스가 하늘하늘한 화이트 블라우스를 필요 이상으로 사서 옷장에 걸어 놓던 나.

그런 희고 화려한 빛나는 순간을 꿈꾸던 나는

인생에 한 번뿐인 반짝이는 이벤트의 순간을 드디어 즐겨 보고 있다.


8월의 결혼식에서, 그 어떤 셀럽도 만족시켜주지 못한

나에게는 가장 완벽한 웨딩드레스를 입을 것이다.

그렇게 하나의 로망은 나름의 완결된 추억이 되어 주겠지.


하지만 결국, 나의 인생을 관통하는 변함없는 취향의 화이트 블라우스들은

여전히 내게 특별한 날의 준비물일 거야.


욕망이고 집착일지라도 나의 오랜 로망을 기억하는 너희를 입는 날들의 나는, 여전히 행복하다.


_2024. 7.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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