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수리점 옆에 사는 백구 두 마리.
이 아이들 본지 벌써 몇 년은 된 거 같아.
처음 그 털뭉치들이 마음 쓰이기 시작한 건, 강지를 데리고 한 밤중에 산책을 하면서였어.
집안에서 지낸 시간이 길고, 타인과 다른 개들과의 접촉이 적어서인지
유난히 겁이 만고 경계심이 강한 강지.
백구 두 마리가 담장을 넘어 내려 올 기세로 왈왈~ 짖어 대자
강지는 그 큰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깨갱' 소리를 내며 발걸음이 바빠졌지.
첫 만남은 백구에게도 내게도 유쾌하지 않았어.
그렇게 가끔 강지 산책길에 만나던 무서운 백구 두 마리는, 그냥 그렇게 덩치 크고 목소리 큰
'개아이'들이었다.
잊혀 갈 무렵, 이사를 가면서 전철로 향하는 이동 경로에 백구들이 있는 자동차 수리점이
포함되었어.
대부분의 경우 자고 있었고, 가끔은 섬뜻할 정도로 미동 없이 눈만 꿈벅였고.
예전의 그 우렁찬 짖음은 어디로 가고
하얀 눈썹이 순한 눈매를 도드라지게 하는, 조금 '떡진 털'이 매력 있는 백구로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어.
또 어떨 때는 낮은 담장에 꼿꼿이 네 발 딛고 서서 지나가는 사람들의 걸음 따라 시선을 옮기고 있었지.
하얀 눈썹 안에 검은 눈동자가 조용히 '찰칵', '찰칵' 자신의 일을 하고 있었어.
그렇게 언제부터인가 출근길 전철로 향하면서, 나는 굳이 보도에서 내려와 도로를 끼고도는
자동차 수리점 쪽에 몸을 붙이고 걸었다.
수리점 옆 담장으로 백구를 한번 보고 하루를 시작하고 싶었어.
아! 그러던 어느 날 내 시선에 들어온 개아이는 두 마리가 아니라, 항상 한마리였다는걸 깨달았지.
그렇다면... 한 마리가 어떤 불행한 이유로 자리를 비워서 지금 저 자리의 백구는 활발함도,
우렁차게 짖던 목소리도 잊은 걸까.
가엾은 생각에 하루라도 백구의 존재를 확인 안 하면, 젊잖게 담장너머 세상을 바라보는 그 하얀 멍멍이를 못 보면..
안될 성싶었다.
2010년의 추운 겨울. 바람이 심하게 불던 날.
똥처럼 몸을 말고 담장 너머 계단 앞문에 웅크린 백구를 다시 보게 되었어.
이렇게 추울 때 저 아이가 할 수 있는 건,
스스로 몸을 안고, 입도 닫고. 눈꺼풀도 내리고 될 수 있는 한 추위를 차단하는 거겠지.
또 짠해진다.
그리고 또 시간이 흘러 눈이 내리던 날이었다.
백구가 목욕을 했다면 비슷했을 그런 순백의 눈이 내리던 날.
따뜻한 자동차 수리점 안의 온기를 상상하고 있을 법한 백구의 꼭 감은 눈을 바라봤다.
한참 그 평온하지만 쓸쓸한 그림 앞에 멈추어 있다가, 발견했다!
계단 밑 개집 안의 또 다른 백구를.
그 아이의 쓸쓸함을 걱정하기 훨씬 전부터. 그들은 항상 둘이었던 거야.
나의 착각은 그것만이 아니었다.
꽁꽁 얼어 버린 추운 날 담장 근처에 백구가 안 보일 때는
'아, 착한 주인이 안에 들여보내 주었겠지..? 그래 이렇게 추운 날은 난로 옆에 있어야지.'
라며 찝찝한 자기 위안에 빠져 있었다.
그러나 계단에 가려 잘 보이지 않는 안 쪽의 개집이나 그 반대편에 웅크리고 있었던 것을..
눈치채지 못했어.
모든 현실이 그 자리에 그대로 있어.
미동 없이 그냥 자연의 바람과 햇빛에 깎이고 그을릴 뿐.
극단의 행복도 무한계의 불행도 백구 두 마리의 공간을 채운 것이 아니었다.
오랜만에 평온하게 잠든 백구들. 봄을 꿈꾸는 걸까.
하얀 눈썹 안의 눈동자는 수면 중 회전을 하며 너른 들을 달리고 있으려나.
목줄에 묶여 있지 않아도, 담장 너머 세상을 꿈꾸지 않고 그 안의 삶을 받아들이는
저 아이들의 선택 아닌 선택에 어떤 날 선 칼도 들이대지 말아야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