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해, 사랑해라고
수없이 전해 봐도
상대방에게
진심으로 공감을 전하는
사랑해 한 마디가
깊은 울림을 전하는
것은
어쩌면 말과 언어가
지닌 하나의 생명력일지
모른다
인간이 동물과 다르게 인간으로서의 가치를 표현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대상 중 하나가 바로 말과 글이다. 말과 글은 단순하게 의사소통의 수단이라는 차원을 벗어나 인간 내면에 담겨져 있는 보이지 않는 영혼을 적절한 도구를 이용하여 표현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사람들이 내뱉은 말 속에는 그 사람의 영혼이 담겨있다. 말투라는 것은 단순하게 한순간의 미학적 태도로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된 한 사람의 영혼의 울림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이유 때문일까? 사람들의 목소리에는 누구나 그 사람의 파동이 전해진다. 격한 성질을 지닌 사람의 말소리는 늘 거친 파도와 같이 상대방을 밀어내는 울림이 있다. 이러한 말소리는 말을 할 때 호흡의 순환보다 더 빠른 속도로 언어를 밀어내기 때문에 듣는 사람을 늘 긴장하게 만들고 그 사람의 말에 쉽게 동화되지 못하도록 하게 만든다. 그리고 온화한 수행자의 말소리 속에는 마치 따스한 저녁노을과 같은 잔잔함이 느껴진다. 이러한 말소리를 접하다 보면 때때로 그 내용과 상관없이 전하는 파동만으로 그 사람의 말소리 속에 깊게 빠져들게 된다. 물리학자인 데이비드 봄은 “존재하는 모든 것은 그 크기와 상관없이 입자와 파동으로 되어 있다.”고 봤다. 그리고 언어 파동은 전자파보다 무려 3,300배나 더 강력하게 전해진다고 한다.
사람들은 대화를 할 때 일반적으로 말의 내용을 가지고 문제 삼지만, 실제 대화의 많은 부분이 내용 보다 그 사람이 전하는 말소리 속에 담겨진 파동에 의해서 교감이 이루어지게 된다. 때때로 듣기 거북한 말이 잔잔한 파동을 가진 사람에게서 나올 때는 굉장히 유머 있는 표현으로 정겹게 다가오는 것도 바로 이와 같은 이유 때문이다. 똑같은 말일지라도 어떠한 파동을 가지고 누구에게 전달되느냐에 따라 그 말의 의미와 가치가 달라지게 되는 것이다.
아이들이 잠잘 때 엄마가 옆에서 들려주는 동화책은 책의 내용보다는 엄마가 전해주는 소리의 파동에 의해 아이가 잠에 들게 되는 경우가 많다. 아이는 엄마의 뱃속에 있었을 때 느꼈던 호흡과 순환의 흐름을 엄마의 목소리를 통해서 느끼게 되면서 무의식의 세계로 빠져들게 되는 것이다. 아이가 잠잘 때 동화책을 읽어달라고 애타게 부르짖는 이유는 동화책의 내용이 궁금해서가 아니라 엄마가 옆에서 들려주는 그 잔잔한 파동이 그립기 때문이다. 이러한 측면은 성인도 마찬가지이다. 어떤 사람은 이유 없이 라디오를 틀어놓고 잠을 자거나 밤새 텔레비전의 소리가 있어야만 잠이 든다고 말한다. 이것은 마치 아이가 어둠 때문에 느끼는 공포를 엄마의 소리를 통해 극복하듯이 뭔가 모를 적적함과 외로움을 소리의 잔잔한 파동을 통해서 잊게 되는 것이다.
말을 잘한다는 것 또한 단순하게 언어적 논리성과 체계성으로 무장된다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말을 잘한다는 것은 본인이 사용하고 있는 언어 하나하나에 본인의 내면의 울림을 집어넣어 상대방에게 제대로 전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말만 잘 전달하는 사람들에게는 큰 매력을 느끼지 않는다. 영혼이 없는 말소리는 그저 기계적 소음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작고 고요하지만 한 마디 한 마디에 상대방의 마음을 함께 공유하면서 전하는 말일 때 비로소 그 파동은 상대방의 가슴 속으로 파고들게 되는 것이다.
사람들은 말을 통해 상처를 받기도 하지만 말을 통해 위로를 받기도 한다. 어떤 사람은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데 말 하나로 많은 사람에게 공감을 주고 위로를 전하며 행복한 삶을 살아가지만, 또 누군가는 그 빛나는 명성에 맞지 않게 말 때문에 매우 불행한 삶을 살아가게 된다. 좋은 말, 따뜻한 말, 영혼에 울림을 전하는 말은 언어 선택에 앞서 내면의 수행이 함께하지 않으면 결코 표현되거나 전달될 수 없는 속성을 지니고 있다. 결국 좋은 말을 잘 전달하기 위해서는 다른 무엇보다도 자신의 내면적 성찰이 늘 함께 해야만 하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 내면의 세계를 밖으로 투영시키는 것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눈빛으로 나올 수도 있고, 행동으로 나올 수 있고, 말과 목소리로 표현될 수 있다. 목소리가 좋다는 것은 단순히 소리의 빛깔이 좋다는 것이 아니다. 그 목소리를 듣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잔잔하고 편안한 마음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파동과 진폭은 단순하게 목소리가 크고 낮음에 따라 느껴지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내면의 호흡과 울림에 따라 상대방에게 투영되는 것이다.
인간의 언어는 단순하게 의사전달의 이성적 효과만을 지니고 있는 것이 아니다. 인간이 사용하는 언어는 의사전달의 효과를 넘어서 우리가 함께 살아가고 있는 이 시대의 동반자임을 그 울림을 통해 스스로 확인하고 공감하는 대상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언어가 서로의 입과 귀를 통해 전달될 때 마치 자연의 순환적 흐름 속에 만물이 상생하듯이 인간 또한 함께 공존하고 있음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우린 복잡한 도시 생활에 지쳐갈 즈음 어릴 적 머물던 시골의 풍경을 동경하며 그 곳으로 떠나게 된다. 특히 바람에 댓잎이 흔들리는 소리, 나뭇잎이 사각거리는 소리, 굴뚝 주변으로 밥 짓는 연기가 모락모락 퍼져가는 소리, 개구리들이 지저귀는 소리 앞에 머물다 보면 마치 한 폭의 풍경화에 취한 듯 위로와 평온함을 느끼게 된다.
갈수록 빠름과 경쟁을 강조하다 보니 사람들의 소리 또한 초기가급의 속도로 거침없이 전해지고 있다. 말소리는 많이 들리는 데 새겨서 울림을 전하는 소리는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많은 말보다 적은 말이지만 상대방의 가슴에 따뜻하게 안길 수 있는 말의 성찰이 중요한 시점이다.
언어는
의미 전달을 넘어
너와 내가
하나의 호흡과
숨결을 간직한 채
이곳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에
대한
울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