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
안도현 시인은 말합니다.
외로울 때는 사랑을 꿈꿀 수 있지만,사랑에 깊이 빠진 뒤에는 외로움을 망각하기 십상이다.그러니 사랑하고 싶거든 외로워할 줄 알아야 한다.나에게 정말 외로움이 찾아온다면나는 피해 가지 않으리라. 외로울 때는 실컷 외로워하리라.다시는 외로움을 두려워하지 않으리라.
외로움을 두려워하는 사람이 많습니다.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외로워하는 사람들을정신적 장애가 있는 사람으로 걱정하기도 합니다.그러나 적절한 외로움은삶을 무르익게 만드는 삶의 자양분이자자신을 한층 더 성숙하게 이끄는삶의 쉼터와 같습니다.
시인의 말처럼 외로움의 깊이를 제대로 아는 사람만이다른 사람의 외로움도 따뜻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며함께 하는 삶의 소중함도느낄 수가 있습니다.그러니 외로움이 찾아오면 물러서지 마시고그 외로움에 빠져 깊은 내면의 소리를 들어보시기 바랍니다.어쩌면 그 소리는 너무 정신없이 살아온 당신에게잊고 산 많은 것들을 되돌아보라는소중한 울림일 수도 있으니 말입니다.
책 정리
오랜만에 집에 있는 책을 정리했습니다.이십 년 전, 이모가 미국 가실 때 주고 간 세계전집부터 역사서, 삼국지, 수필집 등이백여 권의 책을 모두 낯선 타인의 손으로 보냈습니다.어릴 적부터 방 한편에서 늘 함께해대학교 자취방, 반지하, 신혼집에 이르기까지거처를 옮길 때면 책은 절대 팔거나 버려서는 안 된다는무서운 집착 때문인지 제일 먼저 책을 챙겨왔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그 가득한 책이자꾸만 버겁게 다가왔습니다.창문을 대부분 가리고 있는 책장그리고 그곳에 빼곡하게 꽂아 있는 책을 보면숨이 꽉 막히는 답답함이 느껴졌습니다.
잘못된 지식의 소유욕, 껍데기 같은 지적 욕망의 갈증이책을 전시품으로 전락하게 했던 것입니다.책을 보내고 나니창문 밖으로 햇살이 눈부시게 다가옵니다.마음에도 봄꽃처럼 화사한 꽃냄새가 피어납니다.남겨진 책의 존재도 더욱더 소중하게 다가옵니다.비우고 나니 가득해지는 마음이 생겨읽지 않던 책을 다시 읽게 됩니다.비운 마음 곁으로 새로운 마음이 열립니다.
삶의 법칙
기린의 목을 제대로 본 사람은 알 것입니다.수직의 비상을 꿈꾸던 삶도더 올라갈 수 없는허공의 메아리 앞에서는단지 거친 몸부림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그러니 마음을 단속하지 못한 채오직 높이 올라가는 것에만삶의 모든 것을 다 바치려 하지 마십시오.그 뒤에 남겨지는 것은오직 수직의 낙하뿐이니 말입니다.
높이 올라가는 것만큼내려올 때를 준비해 차곡차곡 계단을 쌓아 가시기 바랍니다.‘나만 잘나면 된다.’라는 생각에 갇혀주변을 외면하지 마시고함께 가지 못하는 많은 사람에게내가 가진 것도 좀 나눠주고 위로의 말도 전하면서함께 갔으면 합니다.그래야지만 내려오는 길이 외롭지 않을 것입니다.
상
높은 곳, 귀한 곳이 아닌 바닥에 주는 상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공부 잘해 의사 되고 박사 되어 존경받는 것만큼 열심히 농사 잘 짓고 새벽녘 많은 사람이 잠든 사이 거리 곳곳을 청소하는 사람들에게도 동정이 아닌 진심 어린 사랑과 존경으로 전하는 그런 귀한 상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어느 곳에서 일하든 학력, 경제력이 어느 정도이건 자신의 삶과 모습에서 참된 즐거움을 찾으며 살 수 있는 그런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만약 그런 세상이 온다면 지금처럼 수많은 아이들이 이유 없이 성적에 목말라 하며 경쟁의 도가니 속에 내몰리지는 않게 될 것입니다.
동행
동행, 동반자, 동지라는 말을 들을 때면 사람의 눈빛이 먼저 다가옵니다. 계산적인 이성이 아니라 서로의 꿈을 진심으로 다독거리며 어루만지는 그 눈빛이. 우린 늘 ‘동반자’인 누군가를 찾습니다.외로워서 찾고 힘들어서 찾고 눈물이나 찾습니다. 그러나 그때마다 동반자는 늘 멀리 있습니다.
주변은 늘 어둡고 주변은 늘 계산적이며 주변은 늘 자기만을 생각하여 동행할 사람이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잠시만 빈 마음으로 다시 주변을 돌아보면 알게 됩니다. 주변에 동반자가 없는 것은 어쩌면 자신의 마음이 너무 닫혀 있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내가 먼저 누군가의 동반자가 되고자 할 때 비로소 동행할 누군가가 곁에 함께 있을 수 있다는 것을.
+10, -10
과학에 작용과 반작용이 있다면 철학엔 ‘도의 순환 법칙’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모든 것은 자연의 흐름에 따라 한쪽의 힘이 지나치면 결국 다른 쪽의 힘이 강해져 평형한 상태가 된다는 것입니다.
삶도 마찬가지입니다.
+10의 성공을 꿈꾸기 위해서는 -10의 고통에 빠져서 그 고통이 주는 아픔과 상처를 경험해야 합니다. 더 높게 성공하기 위해서는 더 깊은 좌절과 실패를 맛보아야만 가능한 것입니다. 성공한 사람들의 과거에는 대부분 이러한 삶의 법칙이 담겨 있습니다.
절망을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더 깊은 절망이 오면더 높은 성공을 위한 길임을 꼭 잊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정신의 감옥
프랑스의 철학자 미셀 푸코는 말합니다.
“감옥이란 감옥 바깥에 있는 사람들로 하여금자기들은 갇히지 않았다고 착각하게 하는정치적 공간이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가장 큰 착각 중의 하나는 바로 자기 생각이 정답이라는 점입니다. 자기 생각이 정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절대 다른 사람의 생각과 의견을 귀담아듣지 않습니다. 따라서 그 사람은 정신의 발전을 이룰 수없을 뿐만 아니라 독단의 잠에 취해 타인들과끊임없는 갈등과 마찰을 일으키며 ‘화’의 주범이 됩니다. 미셀 푸코의 말처럼 정신의 감옥에 갇혀버린 것입니다.
발전과 성숙은 타인의 생각을 귀담아듣고자신의 잘못된 점을 끊임없이 열린 공간의 장으로내던지는 행위 속에서 비로소 꽃피게 되는것입니다.
순리
복잡하고 답답할수록 아이의 눈처럼 더 단순하게 바라보면 의외로 모든 것이 술술 잘 풀리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복잡하게 꼬인 실타래를 풀다 보면 아주 단순한 곳에서 실이 꼬이기 시작해 풀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르게 됨을 알게 됩니다.
복잡하게 얽혀진 대부분의 일은 아주 작고 사소한 것에서부터 시작됩니다. 그리고 그 사소함을 더욱더 복잡하게 키우는 것은 다른 그 무엇이 아닌 바로 내 마음의 복잡함에 있는 것입니다.
금수저, 흙수저
선천적인 자연적 우연성의 혜택이 후천적 노력을 제로 상태로 다운시킬 경우 절망의 벽은 커져만 갑니다. 화려한 배경, 가문, 능력과 초라한 배경, 집, 능력의 이분법적 구조의 대립,이 대립을 합리적으로 해결하지 않는 한 자본주의는 발전할 수가 없게 됩니다.
그러나 절망할 필요는 없습니다. 선천적인 자연적 우연성의 혜택은 모래성처럼 부서지기 쉽지만 흙수저로 단련된 끈기와 인내의 삶은 쉽게 부서지지가 않기 때문입니다. 또한, 우연성으로부터 얻은 부와 권력은 자칫 잘못하면 쾌락의 함정에 빠질 위험인자를 늘 지니고 있습니다.
따라서 금수저가 금수저로서 더욱 빛나기 위해서는 흙수저를 향해 자신의 빛깔을 조금씩 내어줄 수 있는 마음을 지녀야만 합니다. 이것은 흙수저를 위한 길이기도 하지만 금수저 자신의 삶을 위한 길이기도 합니다.
금수저와흙수저, 물질적 풍요와 빈곤, 이 극한의 대립 속에서 양자가 사는 길은 결국 자발적 나눔을 통해 정신과 육체의 빈 곳을 채워주는 것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당신과 내가 지금 이곳에 함께하는 삶의 이유이고 목적인 것입니다.
자녀교육
교육이 하는 가장 중요한 모순은 ‘나는 못하는 데 너는 하라.’라는 지시와 명령입니다. 그리고 더욱 극한의 모순은 이러한 지시와 명령이 관심과 사랑이라는 잘못된 감정에 사로잡혀 끊임없이 주입되고 있는 것입니다.
‘나는 공부를 못했으니, 너만은 꼭 성공해야 한다.’
‘나는 빈곤 속에 자랐으니, 너만은 꼭 풍요 속에서 살아야만 한다.’
‘나는 젊은 날을 너무 생각 없이 살았으니, 너만은 꼭 멋진 꿈을 갖고 살아라.’
이러한 교육과 관심은 얼마 가지 못해 곧 반항으로 돌아오기가 쉽습니다. 그리고 이후의 모습은 ‘단절’입니다. 교육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말없이 삶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그리고 가장 즐겁고 행복한 모습으로 그 삶의 길을 묵묵하게 걸어가는 것입니다. 그 길이 바로 자녀를 위한 가장 훌륭한 교육의 지침이 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단순한 사실 때문인지 자녀교육은 늘 어렵고 힘든 수행의 길이 되는 것입니다.
사월의 풍경
사월입니다. 거리 곳곳에 흐드러진 꽃의 빛깔과 향기가 사람들의 눈과 발걸음을 붙잡는 계절의 여왕, 사월입니다. 사람들은 모두 다 이 짧은 순간의 빛깔을 가슴에 담으려 꽃이 있는 곳으로 떠납니다. 오랜만에 사람들의 얼굴과 눈빛에도 웃음이 가득 펼쳐집니다.
지난 시간의 아픔과 기억들은 모두 잊으라는 듯 서로가 꽃 속에 묻혀사진을 찍으며 즐거운 순간을 노래합니다. 사람들의 모습을 보니 일 년 내내 사월처럼 꽃이 피어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자 떨어지는 꽃잎이 말합니다.
‘그러면 나도 나무처럼 외면당할 걸. 순간이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이야. 마치 너의 인생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