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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나이 듦의 미학

by 문객

어머니는 나이가 들어갈수록

더욱더 자식과 손자들을 보고 싶어 합니다.

얼마 전에 뵙고 왔는데

얼마 못 가 전화해

또 안부를 묻습니다.

한 해 한 해가 지날수록 그 간격이 더욱더

짧아져만 갑니다.

모두가 제 삶이 있고

걱정 끼치지 않고 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가장 큰 안부임을 말씀드리지만

어머니는 늘 자식들의 일상이

걱정되고 곁에서 듣고 싶으신가 봅니다.

그런 어머니의 모습이

복잡한 일상 속에서 부담으로 다가올 때면

핑계 아닌 핑계를 대며

걸려 온 전화를 짧은 몇 마디로 끊곤 합니다.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들도 방에서

스마트폰 하는 시간이 더 소중한지

할머니의 전화를 잘 받으려 하지

않습니다.

늦은 밤, 초록의 잎사귀 사이로

빈 추억을 연거푸 토해내는 시간

그런 어머니의 관심과 사랑이

스스로를 향하지 못함에 마음이 무거워져만 갑니다.

어느새 지천명(知天命)의 나이에

접어들고 보니,

나를 중심에 놓고 보던 것들이 하나둘씩

타인의 마음속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나이 들어가며 내가 새롭게 느끼는 변화가 있다. 예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인다. 세상의 중심이 나 자신에서 조금씩 밖으로 이동하기 시작한다. 나이가 드니까 자꾸 연로해지시는 어머니가 마음 쓰이고, 파릇파릇 자라나는 조카들이 더 애틋하고, 잊고 지내던 친구들이나 제자들의 안부가 궁금해지고, 작고 보잘것없는 것들이 더 안쓰럽게 보인다. 한마디로 그악스럽게 붙잡고 있던 것들을 조금씩 놓아 간다고 할까. 조금씩 마음이 착해지는 것을 느낀다.

-『그러나 내겐 당신이 있습니다.』 장영희, 샘터, 2019.




“내 마음이 아닌 누군가의 마음이 되어

그 마음 곁으로 살며시 다가가보면 알게 됩니다.

늘 내 삶의 한가운데 누군가가 함께하고 있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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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이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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