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까지 정신이 멀쩡하던
이웃의 할머니가 치매가 심해져
이젠 가족조차 제대로 알아보지
못합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할아버지만 보면
주변의 물건을 내던지거나
소리를 지르며 화를 냅니다.
그러면서 종이 위에다 할아버지 얼굴을 그리고는
가위로 오리고 또 찢고
심할 때는 입속에 넣어 삼키기도
합니다.
잃어버린 기억 속에
감정의 물결도 고요할 줄 알았는데
기억을 잃어갈수록 감정의 물결은 더욱더
한쪽으로만 커져갑니다.
그 광경을 지켜보는
할아버지는 아무런 말없이
할머니의 행동을 묵묵하게 바라보며
할머니가 내던진 물건을 치우며
조용히 뒷정리를 합니다.
지나온 세월을 알 수는 없지만
기억이 사라지는 마지막 문턱에서도
아픈 기억은
쉽게 저물지 못하나 봅니다.
상처와 아픔은 의식을 넘어
무의식에까지 깊게 새겨져 누군가에겐 한평생의
고통이 될 수도 있으니
늘 타인의 마음을 내마음처럼 여기며
섬길 줄 알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