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과의 대화록
39개월 시기의 아들은 성장통 때문인지 자주 밤에 깼다. 평소보다 짜증도 늘어서 서로 간에 힘들었던 시기였다.
자기감정을 건조하게 마주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이는 어른도 하기 어려운 일이 아니던가.
아이가 감정적으로 행동하던 시기, 이를 다독이기 위해 내가 선택한 방법은 감정의 시각화, 화로부터 잠시 떨어지기, 국면 전환하기 전략이었다.
하루는 아이가 밤잠도 늦게 들었는데도 새벽 3시에 갑자기 일어난 뒤 온갖 짜증을 내며 소리를 지르고 잠을 거부하였다.
아내가 달래도 소용이 없고 아이의 행동은 점점 격해졌다. 잠시 아내를 방에서 나가게 하고 내가 아이를 맡았다.
몸부림치는 아들을 꼭 안고 이야기를 시작하자 아들은 더욱 격하게 짜증을 냈다.
- 아빠 안아주지마! 엄마가 필요해! 저리가! 안예쁘게 말할거야!
- 아들, 깜깜한 새벽에는 모두가 자고 있어. 지금이 고요한 시간에 크게 소리 지르는 친구들은 아마 악당 들일 텐데.. 악당들이 네가 소리지르는 것을 듣고 ‘어? 우리 친구가 있네. 같이 놀자고 해야겠다!’하고 오면 어떡하지?
잠시 눈물바람과 짜증을 거둔 아들이 이야기했다.
- 그건 싫어.
- 그럼 잠깐 심호흡을 하고 아빠한테 안겨봐. 아빠가 가장 힘이 세니까 아빠한테 안겨있으면 안전해.
한풀 기세가 꺾인 아들이 포옥 안겼다.
- 아들, 마음 마을에 혹시 불편함이 찾아왔어? 삐죽삐죽하고 화가났어?
- 응.. 막 화가나고 불편했어.
- 그래서 엄마한테 큰소리를 내고 짜증냈어?
- 음.. 아니.. 엄마가 너무 좋은데.. 아까는 마음이 뾰족해서 내가 막 엄마를 세게 잡고.. 내가 조금 오래 짜증을 내긴 했지..
- 아들아, 마음에서 화가 나고 불편하고 힘들 때 네 마음을 조금 쉬게해보면 어떨까?
- 내 마음에는 쉴 수 있는 의자가 없어가지고 그래서 화를 참을 수가 없었고 계속 화가 돌아다닌거야.
- 엥? 그래? 그렇다면 아빠가 어서 마음에 의자를 만들어줄게. 아니다. 푹신한 소파는 어때?
- 근데 내 마음으로 가는 문이 흙으로 꽉 막혀가지고 못 만들어.
아들의 가슴팍을 장난스레 간지르며 말했다.
- 어디보자.. 아! 문 앞에 삽이 있었다. 아빠가 흙을 좀 파낼게. 혹시 뾰족해서 아프면 이야기해줘! 영차 영차 다 팠다! 삽은 아플 수 있으니까 다른 곳에 치워둘게~ 자 뚝딱뚝딱 소파를 만듭니다~ 나무로 만들까?
- 응 나무가 좋겠어. 그리고 푹신하게.
- 좋아요. 아들이 좋아하는 참나무랑 푹신한 소재로 만들었어. 어때?
가슴을 쓸어보이던 아들이 살짝 웃으며 말했다.
- 편해!
- 그러면 눈을 감고 마음 소파에 앉아서 쉰다고 생각해봐. 괜찮아?
- 응 좋아. 지금은 기분이 조금만 나빠.
- 흠.. 기분을 좋게 만들려면.. 자! 아빠가 아들 마음에 침대랑 책장도 만들었어! 책은 어떤 것을 꽂아볼래?
- 내가 좋아하는 항공기책이랑 자동차책!
- 좋았어! 아빠가 아들이 좋아하는 책들을 마음 책장에 가득 넣었으니까 힘이 들고 화가나면 마음 소파에서 책을 본다고 생각하고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쉬어봐. 조금 나아질거야.
- 이제 기분이 좋아졌어!
- 앞으로도 뾰족한 기분, 빨간 기분, 먹구름 기분이 언제라도 찾아올 수 있어. 마음 마을이 홍수나고 지진나고 힘들면 아빠가 도와줄테니 꼭 이야기해줘~
- 응!
- 이제 자자~ 아빠 꼭 안아~
‘아들아, 크는게 힘들지? 아빠도 아빠가 처음이라 보통 힘든 것이 아니구나. 그래도 우리 같이 잘 성장해보자꾸나’
잠든 아이의 머리칼을 쓰다듬으며 함께 잠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