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심보감 성심편 5(省心篇)

한 점의 불씨가 만 이랑의 풀을 태울 수 있다

by 똥뫼

眞宗皇帝御製曰,(진종황제어제왈)

‘진종황제께서 친히 작성하신 글에 이르기를’

知危識險 終無羅網之門,(지위식험 종무라망지문)

‘위태로울 것을 알고 험난할 것을 (미리) 알면 평생토록 법망에 걸리는 일은 없을 것이다’

擧善薦賢 自有安身之路.(거선천현 자유안신지로)

‘착한 사람을 받들고 현명한 사람을 천거해서 쓰면 저절로 몸을 편안하게 하는 길이 있다’


危(위): 위태롭다

識(식): 알다, 식별하다

險(험): 험난하다

終(종): 마침내, 결국, 끝내, 평생토록

門(문): 문, 노크하다, 들어가다

羅(라): 그물

網(망): 그물


‘終無羅網之門(종무라망지문)’에서 ‘羅網(라망)’은 비슷한 뜻의 글자를 倂記(병기)했다.

같은 그물이라도 ‘羅(라)’가 ‘網(망)’보다 좀 더 촘촘한 그물이다. 덧붙여 해석하자면 ‘크고 작은 모든 그물’이 된다.

위 문장을 직역하면 ‘평생토록 크고 작은 그물로 들어가는(門) 일은 없다’인데 여기서 그물은 법망 즉 법의 그물을 뜻하니 의역하면 ‘평생토록 크고 작은 법망에 걸리는 일은 없다’가 된다.

위의 문장을 네 글자로 줄이면 ‘그물 망’ 자 앞에 ‘걸릴 리’ 자를 써서 終無罹網(종무리망)이라고 하면 될 것 같다.


擧善薦賢(거선천현)의 대표적인 사례로 楚(초)나라 申包胥(신포서) 이야기가 있다.


중국 춘추시대, 초나라에 楚昭王(초소왕)이라는 현명한 군주가 있었다. 당시 초나라는 오나라의 침략을 받아 수도가 함락되는 등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었다.

하지만 초나라에는 申包胥(신포서)라는 충신이 있었다. 그는 전쟁의 어려움 속에서도 초나라를 지키려 고군분투했고, 秦(진)나라에 가서 7일 동안 식음을 전폐하며 피눈물로 초나라를 도와줄 것을 요청해 구원병을 받아 냈고 결국 오나라를 물리치는 데 큰 공을 세웠다.

이에 소왕은 신포서의 충절과 공로를 높이 평가하여 많은 상을 내리려 했지만, 신포서는 모두 마다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제가 이 자리에서 공을 자랑하고 상을 받는 것은 적절치 않습니다. 저는 제가 해야 할 도리를 했을 뿐입니다. 오히려 지금 초나라에는 저보다 더 현명하고 나라에 보탬이 될 만한 인재들이 많습니다. ‘燕伯圄(연백어)’는 학식이 뛰어나고 덕망이 높으나 아직 크게 쓰이지 못하고 있으며, ‘王子朱(왕자주)’는 전략에 밝고 용맹하지만 아직 벼슬길에 오르지 못하고 있습니다. 폐하께서 이들을 등용하시어 제 역할을 하게 하신다면, 이것이 진정으로 초나라를 편안케 하는 길이자 저 또한 기쁜 마음으로 나라의 안녕을 지켜볼 수 있는 길이 될 것입니다.”


소왕은 신포서의 넓은 아량과 현명한 판단에 깊이 감동하여 연백어와 왕자주를 비롯한 인재들을 두루 발굴하여 요직에 앉혔다. 이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국력을 회복하고 백성을 다스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이후 초나라는 다시 국력을 회복할 수 있었다.






施仁布德 乃世代之榮昌,(시인포덕 내세대지영창)

‘인을 베풀고 덕을 펴면 대를 이어 영화롭고 번창할 것이다.’

懷妬報寃 與子孫之危患,(회투보원 여자손지위환)

‘시기하은 마음을 품고 원한을 갚으면, 자손에게까지 위태로운 근심이 있게 된다’

損人利己 終無顯達雲仍,(손인이기 종무현달운잉)

‘다른 사람에게 손해를 끼치고 자신을 이롭게 하면 결국 성공하는 자손이 없게 된다.’

害衆成家 豈有長久富貴.(해중성가 기유장구부귀)

‘여러 사람을 해롭게 하고 집안을 일으킨다면 어떻게 부귀가 오랫동안 지속되겠는가?’

施(시): 베풀다, 펴다

布(포): 널리 펴다, 퍼뜨리다

乃(내): 곧, 비로소, 이에

榮(영): 영화롭다, 빛나다

昌(창): 번창하다

懷(회): 품다

妬(투): 시기하다

報(보): 갚다, 보답하다

寃(원): 원한

危(위): 위태롭다

患(환): 근심, 걱정

損(손): 덜다, 손해를 끼치다

이 구절들은 세상을 살면서 어떤 마음을 품고 어떻게 행동하느냐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려주고 있다.

나의 마음과 행동은 나 혼자만의 문제로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내 대에 나의 행동에 상응한 결과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반드시 다음 대 후손에게 나타난다는 의미다.

위 구절은 이전에 풀이했던 아래 구절과도 상통한다.

‘積善之家면 必有餘慶이고(적선지가 필유여경), 積不善之家면 必有餘殃이다(적불선지가 필유여앙): 선을 쌓은 집안은 반드시 아직 오지 않은 경사스러운 일이 있을 것이고, 불선을 쌓은 집안은 반드시 아직 오지 않은 재앙이 있을 것이다.’ 여기서 아직 오지 않은 경사란 내 대에 오지 않은 경사로 후대에 반드시 온다는 뜻이고, 아직 오지 않은 재앙 역시 내 대에 오지 않았더라도 후대에 반드시 재앙이 미친다는 뜻이다.





改名異體 皆因巧語而生,(개명이체 개인교어이생)

‘이름을 바꾸고 몸을 변장하는 것은 모두 간교한 말로 인해 그렇게 되는 것이다.(간교한 말로 남을 속이면 계속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살아야 한다는 의미)

禍起傷身 皆是不仁之召.(화기상신 개시불인지소)

’재앙이 생겨 몸이 상하게 됨은 모두 어질지 않아 생긴 것이다.‘

異體(이체): 몸을 바꾸다

皆(개): 모두, 다

因巧語(인교어): 간교한 말 때문에

傷(상): 상하게 하다

召(소): 부르다, 초래하다

앞 문장은 간교한 말과 행동으로 다른 사람을 속이면 그 순간 잠깐의 이득은 챙길 수 있을지 모르지만 결국 자신의 본모습을 숨기고 살아야 하는 고통스러운 삶을 자초하게 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뒤 문장의 의미는 결국 인간관계에 대한 통찰이다. 自業自得(자업자득)이란 말이 있다. 어질지 못한 마음과 행동으로 저지른 일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결국은 자신에게 귀결된다는 의미다.





神宗皇帝御製曰,(신종황제어제왈)

’신종황제께서 친히 작성하신 글에 이르기를‘

遠非道之財 戒過度之酒,(원비도지재 계과도지주)

’도에 어긋난 재물을 멀리하고 도를 넘긴 음주를 삼가라‘

居必擇隣 交必擇友,(거필택린 교필택우)

거처를 정할 때 반드시 이웃을 가려서 정하고, 반드시 친구를 가려서 사귀어야 한다’

嫉妬 勿起於心 讒言 勿宣於口.(진투 물기어심 참언 물선어구)

마음으로부터 질투심과 시기심이 생기는 것을 막고, 입으로부터 남을 비난하는 말이 나오지 않게 하라‘


神宗皇帝(신종황제): 중국 송나라의 6대 황제

遠(원): 멀리하다

過度(과도): 정도에 지나치다

擇(택): 가리다, 선택하다

隣(린): 이웃

嫉妬(질투): 시기하다, 질투하다

讒言(참언): 참소하는 말

宣(선): 선포하다, 널리 퍼뜨리다

이 구절들은 재물에 대한 바른 접근 태도, 환경과 관계의 선택, 마음 다스림 그리고 말조심 등의 지혜를 담고 있다.

도에 어긋난 재물이란 부정한 방법으로 얻은 재물을 말한다. 그렇게 쌓은 부는 일시적인 만족을 줄지는 몰라도 결국 큰 화를 부르게 된다.

도를 넘는 음주 습관 역시 자신의 건강을 망칠 뿐 아니라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이웃과 친구를 가려 택하라는 말은 ’孟母三遷之敎(맹모삼천지교)‘처럼 환경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말이다.

질투심과 참언의 빈도가 높으면 주변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힘드니 주의하여야 한다는 말도 덧붙여 놓았다.





骨肉貧者 莫疎 他人富者 莫厚,(골육빈자 막소 타인부자 막후)

’가난한 형제라고 소원하게 대하지 말고, 남이 부자라고 후하게 대하지 마라‘

克己 以勤儉爲先 愛衆 以謙和爲首.(극기 이근검위선 애중 이겸화위수)

’자신을 이김에 있어 근면함과 검소함을 우선으로 하고, 대중을 사랑함에 있어 겸손과 화합을 우선시하라‘

骨肉(골육): 骨肉之親의 준말로 뼈와 살을 나눈 친척이란 뜻으로 부자지간 및 형제지간을 말한다.

莫疎(막소): 소원하게 하지 마라, 홀대하지 마라

莫厚(막후): 후하게 대우하지 마라

勤儉(근검): 근면함과 검소함

謙和(겸화): 겸손과 화합

첫 번째 문장은 피를 나눈 家族(가족)에 대한 인간적 도리에 대해 강조하고 있고, 재물과 사회적 지위를 보고 사람을 평가하거나 관계를 맺으려는 세속적 행태를 비판하고 있다.

두 번째 문장은 자기 관리를 할 때와 여러 사람과 함께 일을 해나갈 때 어떠한 것에 주안점을 두고 행동해야 하는지 설명하고 있다.





常思已往之非 每念未來之咎,(상사이왕지비 매념미래지구)

’과거의 잘못을 항상 생각하고, 앞으로 허물이 될 만한 것을 매일 유념해야 한다.‘

若依朕之斯言 治國家而可久.(약의짐지사언 치국가이가구)

’만약 짐의 이와 같은 말을 잘 따르면, 국가를 다스림이 오랫동안 지속될 것이다.‘

已往(이왕): 이미 지나간 일, 과거

念(념/염): 마음에 두다, 염두에 두다, 헤아리다

咎(구): 허물, 잘못

若(약): 만약 ~라면, 만일 ~한다면

依(의): 의지하다

朕(짐): 나, 황제나 임금이 자기 자신을 가리키는 말

斯言(사언): 이 말

可久(가구): 오래도록 유지될 수 있다

첫 번째 문장은 과거를 거울삼아 미래의 우환을 대비하라는 말이다. 여기서 憂患(우환)이란 꼭 전쟁이나 변란 같은 큰 사고만을 뜻하지는 않는다. 황제가 신중치 못하고 현명하지 못해 벌어지는 나라의 여러 가지 일들을 말한다. 이 구절은 황제가 그의 뒤를 이을 황태자에게 훈계하는 말로 생각된다.





高宗皇帝御製曰,(고종황제어제왈)

’고종황제께서 친히 작성하신 글에 이르기를‘

一星之火 能燒萬頃之薪(일성지화 능소만경지신)

’한 점의 불씨가 만 이랑의(넓은 들판의) 풀을 태울 수 있다‘

半句非言 誤損平生之德.(반구비언 오손평생지덕)

’반 마디의 그릇된 말이 평생의 덕을 그르쳐 손상시킬 수 있다.‘

高宗皇帝(고종황제): 중국 남송(南宋)의 고종황제를 지칭

御製(어제): 황제(임금)가 직접 글을 짓거나 명령하여 만든 것

一星(일성): 한 점

燒(소): 태우다

萬頃(만경): 만 이랑

半句(반구): 반 마디의 말

非言(비언): 그릇된 말, 옳지 않은 말

誤(오): 그르치다, 잘못되게 하다

損(손): 손상시키다, 해치다

平生(평생): 살아있는 동안, 일생

처음부터 큰 재앙은 그리 많지 않다. 아주 작은 실수가 큰 재앙의 단초가 되고, 사소한 사건이 수습할 수 없을 만큼 큰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음을 경계하라는 가르침이다.

두 번째 문장은 언행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말이다. 한 사람의 인품과 평판은 오랜 시간 동안 그 사람의 행적이 쌓여 형성되는 것이지만, 단 한 번의 실수로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으니 늘 신중하고 조심하라는 가르침이다.





身被一縷 常思織女之勞(신피일루 상사직녀지로)

’실오라기 하나를 걸쳐도 베 짜는 여자의 수고로움을 항상 생각하고‘

日食三飧 每念農夫之苦.(일식삼손 매념농부지고)

’하루에 세 끼를 먹을 때마다 농부의 노고를 매번 생각해야 한다.‘

被(피): 입다, 씌우다

縷(루): 실오라기를 의미

常(상): 항상

思(사): 생각하다, 헤아리다

織女(직녀): 베 짜는 여인을 통칭

飧(손): 저녁밥을 의미, 여기서는 하루 끼니로 해석하면 됨

農夫(농부): 농사짓는 사람

일상을 살아가며 당연시하고 잊고 지내는 것에 대해 감사와 겸손의 태도를 가지라는 교훈이다. 세상 모든 일은 자기 혼자 이룰 수 있는 일은 없다. 사람들 모두가 서로의 노력 위에 서서 삶을 영위하고 있음을 명심하라는 교훈이다.





苟貪妬損 終無十載安康,(구탐투손 종무십재안강)

’구차하게 탐내고 시기하여 손해를 끼치고 살면 결국 십 년의 편안함과 건강함도 누리지 못한다.‘

積善存仁 必有榮華後裔,(적선존인 필유영화후예)

’선을 쌓고 어진 마음이 있으면 반드시 자손에게 영화가 있을 것이다.‘

福緣善慶 多因積行而生,(복연선경 다인적행이생)

’복된 인연과 잘된 경사스러운 일은 모두 선을 쌓는 것에서 생겨난다.‘

入聖超凡 盡是眞實而得.(입성초범 진시진실이득)

’성스러운 경지에 들어가고 평범함을 초월하는 것은 결국 진실함이 있어야 얻어진다.‘

苟(구): 구차하게, 진실로

貪(탐): 탐내다, 탐하다

妬(투): 질투하다, 시기하다

損(손): 덜다, 해치다, 손상시키다

終(종): 끝내, 마침내, 결국

無(무): ~이 없다

十載(십재): 십 년, 여기서는 ’오랫동안'이라는 의미

安康(안강): 편안하고 건강함


이 구절 역시 因果應報(인과응보)에 대한 설명으로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방향 제시다.

평범한 사람들에게 가족들의 건강과 경제적 여유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이러한 보통 사람들이 누릴 수 있는 행복은 선을 쌓고 어진 마음이 있으면 가능하니 삶을 영위하면서 노력하면 얻을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성스러운 경지에 들어가는 것은 善(선)과 仁(인)에 더해 진실함이 있어야 가능한 일로 한 차원 높은 경지로 구분하여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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