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가편(治家篇)

결혼을 준비하면서 재물을 논하는 것은 오랑캐들의 방식이다

by 똥뫼

司馬溫公曰,(사마온공왈)

‘사마온공이 말하기를’

凡諸卑幼 事無大小(범제비유 사무대소)

‘무릇 모든 지위가 낮고 어린 사람들은 일의 크고 작음에 관계없이’

毋得專行 必咨稟於家長.(무득전행 필자품어가장)

‘독단적으로 일을 처리하지 말고 반드시 집안의 어른에게 물어 처리하라’


※ 司馬溫公(사마온공): 북송 시대의 대학자 사마광을 높여 부르는 말, 溫國公(온국공)에 봉해진 사마광을 일컫는다

※ 諸(제): 모든, 여러

※ 毋(무): 말라, 없다, 금지사

※ 專行(전행): 제멋대로 행하다, 독단적으로 처리하다

※ 咨(자): 묻다

※ 稟(품): 윗사람에게 묻다, 주다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없었던 고대사회일수록 경험자의 조언은 실수를 줄이고 더 나은 방법을 찾을 수 있는 지혜 주머니 같은 역할을 했다.

경험자의 조언을 통해 실수를 줄이는 일이 왜 중요했는지는 간단한 예를 살펴봐도 쉽게 알 수 있다.

지금처럼 컴퓨터를 사용해 정보를 전달하는 시대에는 문장 하나가 틀려서 보고서가 잘못되어도 금방 수정이 가능하고 그 실수를 만회하는 데 큰 비용이 들지 않지만, 물자가 귀했던 과거에는 실수에 대한 비용도 많이 들었을뿐더러 실수를 회복하려면 상당히 번거로운 단계를 거쳐야 했다.

실수는 곧 사회적 비용이었고 경험자의 조언은 금전에 상응하는 역할을 했었다.






待客不得不豊(대객부득불풍)

‘손님을 대접함에 풍족하게 해야 하고’

治家不得不儉.(치가부득불검)

‘집안을 다스림에(집안 살림은) 검소해야 한다.’


※ 待客(대객): 손님을 대접하다, ‘對客(대객): 손님을 마주하다’와 구별

※ 不得不(부득불): ~하지 않을 수 없다, 반드시 ~해야 한다

※ 豊(풍): 풍족하다, 풍성하다


과거, 손님은 귀한 존재였으며, 손님을 어떻게 대접하느냐에 따라 그 주인의 인품과 덕이 나타난다고 보았다. 그래서 옛사람들은 형편이 어렵더라도 손님에게 정성을 다해 대접하는 걸 미덕으로 생각했다.

이와는 반대로, 가정을 꾸려나가는 데 있어서는 절약과 검소함을 가장 필요한 덕목으로 생각했었다.

이 두 가지 삶의 방식은 얼핏 보면 상반되어 보이지만, 상반되어 보이는 두 방식이 잘 어우러져 사회를 풍요롭게 하는 중요한 역할을 했었다.






太公曰, 痴人畏婦 賢女敬夫.(태공왈 치인외부 현녀경부)

‘강태공께서 말씀하시기를, 어리석은 사내는 아내를 두려워하고 현명한 여자는 남편을 공경한다’


※ 痴(치): 어리석다

※ 畏(외): 두려워하다

※ 婦(부): 아내

※ 賢(현): 어질다, 착하다


바람직한 부부 관계란 상대를 두려워해서도 안 되며, 상대를 두렵게 만들어서도 안 된다. 부부란 서로 존중하며 신뢰를 쌓아가야 한다. 위 문장의 가르침을 부부 관계로 한정하여 생각하지는 말자. 세상 모든 인간관계도 이와 같다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凡使奴僕 先念飢寒.(범사노복 선념기한)

‘무릇, 종을 부릴 때 먼저 배고픔과 추위를 생각하라’


※ 使(사): 하여금, 시키다

※ 奴僕(노복): 종

※ 飢寒(기한): 배고픔과 추위


이 글을 접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분은 조선의 4대 임금 세종대왕이다.

세종대왕은 백성들의 삶과 어려움을 헤아리기 위해 스스로 남루한 백성의 옷을 입어보고, 죄수들이 심문 과정과 투옥 생활에서 겪는 고통을 줄이기 위해 형벌 개혁을 단행하였다. 역대 임금 중 백성들의 삶을 살피는데 가장 힘썼던 분이었으며, 심지어 노비들에게도 출산 휴가를 주어 그들의 기본권과 복지를 보장하려 노력했다는 사실이 역사스페셜을 통해 다뤄지기도 했다. 이러한 세종대왕의 정책은 당시가 철저한 신분 사회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가히 혁명적인 발상이었다고 생각한다.






子孝雙親樂 家和萬事成.(자효쌍친락 가화만사성)

‘자식이 효도하면 양친이 기뻐하고 집안이 화목하면 모든 일이 이루어진다’


※ 雙(쌍): 쌍, 둘, 양쪽

※ 和(화): 화하다, 사이가 좋다


家和萬事成(가화만사성)이라는 말은 원나라 시기 柯丹丘(가단구)의 희곡 荊釵記(형채기)에서 처음 등장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 희곡은 남녀 간의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로, 가화만사성이란 말은 여주인공의 아버지가 했던 말이라고 한다. 이때가 13세기이니 참 오랫동안 우리 삶의 귀감이 되는 문장으로 회자되었던 것이다.





時時防火發 夜夜備賊來.(시시방화발 야야비적래)

‘항상 불이 나지 않게 조심하고, 밤마다 도적이 들지 않게 방비하라’


※ 時時(시시): 항상, 언제나

※ 防備(방비): 막다, 방어하다, 서로 같은 뜻을 가진 단어다


윗글에서 ‘時時’와 ‘夜夜’라는 동일 단어를 반복적으로 표현했는데, 이는 문장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그냥 한두 번 행해서는 안 되며, 꾸준하고 지속적으로 이러한 행동이 이루어져야 함을 강조한다.






景行錄云, 觀朝夕之早晏(경행록운 관조석지조안)

‘경행록에 이르기를, 아침 저녁으로 이르고 늦음을 보아’

可以卜人家之興替.(가이복인가지흥체)

‘그 집의 흥하고 망함을 점칠 수 있다.’


※ 朝夕(조석): 아침저녁

※ 早晏(조안): 이르고 늦음

※ 興替(흥체): 흥하고 쇠함, 盛衰(성쇠)와 같은 의미


윗글을 좀 더 구체적으로 풀이하면 ‘아침저녁으로 집안사람들이 일찍 일어나 부지런히 움직이는지, 혹은 늦잠을 자고 게으름을 피우는지 그 행동을 살피면, 그 집안이 흥할지 쇠할지를 점쳐볼 수 있다’라는 뜻이다.






文中子曰, 婚娶而論財 夷虜之道也.(문중자왈 혼취이논재 이로지도야)

‘문중자가 말하기를, 결혼하며 재물을 논하는 것은 오랑캐들의 방식이다’


※ 文仲子(문중자): 수나라의 학자 王通(왕통) 선생이다

※ 婚娶(혼취): 혼인하고 장가들다

※ 夷虜(이로): 오랑캐, 같은 뜻의 합성어


결혼의 본질에 대한 통찰이다. 단순히 재산을 보고 결혼의 가부를 결정하거나, 결혼을 신분 상승의 도구로 생각하는 당시 사람들의 생각을 꾸짖는 내용인데, 그러한 생각은 수천 년이 흐른 오늘날도 크게 다르지는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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