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천왕봉의 기운이 전해지는 대원사계곡을 거닐다!
* 대원사계곡
* 대원사계곡 생태탐방로
2022년 8월 4일 목요일.
역시 걷는 것과 오르는 것은 진짜 다른 것일까? 전날 오랜만에 트레킹이 아닌. 지리산 등산을 했다고 온 몸이 다 천근만근이었다. 체력이 약해진 것일까, 아니면 나이탓? 배낭 무게가 10kg 이상이라고 변명을 하고 싶었지만 그건 통하지는 않을 거 같다. 지리산을 종주하는 산꾼들의 배낭과 비교하면 필자의 10kg짜리는 그저 애교 보따리 수준이기 때문이다.
"등산하고 트레킹의 차이점이 뭐에요?"
역사트레킹 강의를 시작할 때 자주 듣는 질문 중에 하나다. 워낙 우리나라에서는 등산과 트레킹을 혼용해서 쓰는 사람이 많아서 저런 물음을 많이 하는 거 같다.
"등산은 수직적인 행위이고, 그에 비해 트레킹은 수평적인 움직임이에요. 지리산을 예를 들면 여러분이 천왕봉을 올라갔다면 등산을 하신 거고, 지리산 둘레길을 걷는다면 트레킹을 하신 거에요."
항상 저렇게 설명을 하는데 저 말이 딱 떨어지지는 않는다. 명칭은 둘레길로 불리지만 '악산' 산행을 빰칠 정도로 험준한 코스를 가진 도보여행길도 많기 때문이다. 반대로 등산로라고 적혀있지만 길이 순해서 콧노래를 부르며 걷는 구간도 있다. 이와 관련하여 필자 나름대로 기준점을 더 만들어보았다.
- 해발고도 표고차가 300미터 이상 벌어지면 등산, 그 이하면 트레킹.
- 이동중 해설이 가능하면 트레킹, 어려우면 등산.
두번째는 필자가 트레킹 중에 해설을 하기 때문에 그에 맞춰서 기준점을 잡아본 것이다. 등산을 할 때는 숨이 차 올라서 해설을 하기가 힘든 것도 있지만 협소한 등산로의 특성상 트레킹팀이 한 곳에 자리잡을 공간조차 없는 경우가 부지기수라 저런 구분 방식을 사용한 것이다.
* 대원사계곡
전날 지리산 최고봉인 천왕봉을 올랐을 때, 해발 600고지인 중산리에서 시작을 했었다. 천왕봉의 해발이 1915미터이니 표고차가 약 1300미터 정도가 났던 것이다. 그러다보니 기존에 안 쓰던 근육을 많이 썼던 거 같다. 새삼 예전 아웃도어 광고의 카피가 생각나더라.
- 걷는 것과 오르는 것은 다르니까!
전날에는 천왕봉을 오르며 수직적인 행위를 했으니까 이날은 대원사 계곡길을 걸으며 수평적인 행위를 할 생각이었다. 청정한 계곡수로 유명한 대원사는 신라 중기시대인 진흥왕 9년(548년)에 연기조사에 의해 창건됐다. 경남 산청군 삼장면 유평리에 위치해있는 대원사는 창건 당시의 명칭이 평원사였다. 이후 폐사가 됐다 재건을 했고, 고종 27년(1890년)에 지금의 이름으로 명칭을 변경하게 된다.
대원사계곡을 따라 걸을 수 있어서 그런지 대원사를 찾아가는 길은 귀가 호강하는 길이다. 유량이 많은 날 탐방을 해서 그런지 계곡수 소리가 아주 우렁차게 들렸다. 경쾌한 계곡물 소리를 들으니 발걸음도 경쾌해졌다.
대원사 계곡을 따라 2018년, 일명 '대원사계곡 생태탐방로'라는 둘레길이 개설됐다. 대원사 계곡은 천왕봉과 비교적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는터라 천왕봉의 기운이 전해지는 계곡이라고 언급된다. 뭐 믿거나 말거나...ㅋ
대원사계곡 생태탐방로는 편도가 3.5km이나 결국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야 하는 코스라 왕복 7km로 생각하고 이동하는 것이 좋다. 시간은 대원사 탐방까지 합쳐 약 2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
대원주차장 -> 지리산국립공원 삼장분소 -> 대원사 -> 용소 -> 유평마을
유평마을은 생태탐방로의 종점이지만 등산로의 시작이기도 하다. 지리산 종주의 가장 힘든 코스라고 불리는 화대종주의 실질적인 시작점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화'는 화엄사(전남 구례)이고, '대'는 대원사를 말한다. 대원사는 천왕봉보다 더 동쪽에 위치해있다. 한마디로 대원사는 지리산의 동쪽 끝 부분에 위치해있는 셈이다. 그래서 화대종주는 약 45km 정도로 최소 1박 2일 이상이 소요된다. 아이고 생각만해도 후덜덜~ㅋ
화대종주는 됐고, 나중에 기회되면 '대원사 - 천왕봉' 코스를 올라가 볼 생각이다. 이 코스가 '중산리-천왕봉'보다는 좀 더 수월하다고 한다. 물론 산꾼들의 말을 믿으면 안 된다. 수월하다고 하는데 안 수월한???
* 대원사
* 산청 대원사 다층석탑: 보물 1112호
물소리 따라 씩씩하게 걸어갔더니 어느덧 대원사에 다다랐다. 그런데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천년고찰임에도 막상 대원사에 들어서니 별로 연식이 느껴지지 않았다. 이유가 있었는데 한국전쟁을 전후로 하여 빨치산들의 은신처를 차단하기 위해 선재적으로 가람들을 태워버렸다고 한다. 그래서 조선 전기시대에 세워졌다고 추정되는 다층석탑(보물1112호) 외에는 대부분의 가람들이 한국전쟁 이후에 세워졌다. 전쟁이 이렇게 무서운 것이다. 전쟁자체가 반달리즘인 것이다.
아담한 대웅전을 지나 다층석탑을 보러갔다. 정식 명칭이 '산청 대원사 다층석탑'인 이 탑은 돌에 남아있는 철 성분 때문에 좀 붉은 기운이 감돈다. 얼핏보면 9층 석탑같은 이탑은 실제적으로 8층 석탑이다. 3층, 5층, 7층 같이 홀수로 나가는 석탑들과 달리 짝수층으로 이루어져 무척 흥미롭다.
늘씬하고 거대한 석탑을 보고 있자니 경외감이 들었다. 그러다 눈을 아래로 내려 기단을 봤더니 미소가 지어지더라. 엥? 왜이리 귀여워!
사진에서도 보이듯 기단부 모서리에 사람의 형상을 그려넣은 것이다. 무덤가를 지키는 문인석처럼 생긴, 그렇지만 아주 귀여운 형상을 한 인물들을 탑 기단부 모서리에 그려넣은 것이다. 탑신을 머리에 이고 있으라는 임무가 낯설어서 그런가? 표정도 놀란 표정이다. 이렇게 우리 선조들은 근엄함을 드러내는 탑을 만들면서도 특유의 해학과 익살도 함께 표현했었다.
* 산청 대원사 다층석탑: 기단석 모서리에 새겨진 문인석과 같은 형상의 조각들. 마치 뭐에 놀란 모습을 하고 있다.
대원사 다층석탑은 나라에 좋은 일이 있으면 스스로 빛을 냈다고 한다. 경사스러운 일에 빛을 내는 석탑이라니! 그래서 빛이 좀 나는지 꼼꼼히 잘 살펴봤다. 빛이 나는 거 같기는 하다. 희망의 빛!
대원사를 빠져나와 유평마을까지 이어진 계곡길을 걸은 후 다시 시작점으로 돌아왔다. 왕복 7km의 거리를 느긋하게 잘 걷고 왔다. 수평적인 행위를 해서 그런지 힘들지 않고 몸도 가뿐하네! 귀도 호강하고 희망의 빛도 보고, 좋은 일 가득했던 트레킹이었네!
*** 도움말
* 세부코스: 대원주차장 -> 지리산국립공원 삼장분소 -> 대원사 -> 용소 -> 유평마을
* 길이: 왕복 약 7km
*난이도: 하
* 교통편: 서울남부터미널에서 경남 산청군 원지정류소행 고속버스 탑승(약 3시간 30분) ->
원지정류소에서 대원사행 시외버스 탑승(약 25분 소요 / 배차 약 2시간 간격)
* 대원사계곡
* 대원사계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