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의 면천읍성과 골정지

봄이 완성되기 직전의 풍경 속에서, 우리는 가장 많은 것을 느낀다.

어떤 곳은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지만 어떤 지역은 아직 벚꽃이 수줍게 봉우리안에 머물러 있는 모습을 볼 수가 있다. 그렇게 봄은 언제나 갑작스럽게 시작되지 않는다. 어느 날 갑자기 꽃이 피어나는 것 같지만, 그 이전에는 이미 보이지 않는 변화가 오래 진행되고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봄이 완성되기전에 나들이를 하기 위해 당진으로 향해보았다. 당진의 대표적인 여행지인 면천읍성과 골정지는 벚꽃이 화사하게 필 때에도 방문하면 좋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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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천읍성을 걷다 보면 그런 생각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성곽은 화려하지 않지만 낮은 흙과 돌로 쌓여 있고, 그 위를 따라 걷다 보면 마을이 한눈에 들어온다. 잘 정돈된 한옥과 그 사이를 지나는 길, 그리고 그 너머로 이어지는 일상의 풍경까지 스쳐 지나간다. 이곳은 관광지라기보다, 시간이 한 번 멈췄다가 다시 천천히 흐르는 공간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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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완전히 피어나지 않은 꽃들이 가지마다 조용히 올라와 있다. 지금 면천을 방문하면 목련과 산수유, 매화가 피어난 것을 볼 수가 있다. 매화의 하얀 꽃망울과 노란 산수유가 섞여 있는 풍경은 ‘지금이 봄이다’라고 말하기보다는 ‘이제 곧 봄이 온다’라고 말하는 것에 더 가깝다. 그래서 이곳의 봄은 더 오래 머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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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천이라는 공간을 걷다 보면 한 사람의 이름이 떠오른다. 바로 조선 후기의 실학자, 박지원이다. 그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려 했던 사람이었다. 형식보다 본질을, 관습보다 변화를 중요하게 생각했던 인물로 이곳의 풍경과 묘하게 닮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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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정지로 내려가는 길목에서 시선이 머무른다. 작은 연못과 정자, 그리고 그 주변을 감싸고 있는 나무들이 포근하게 안아주는 것만 같다. 화려하지 않은 성곽과 꾸며지지 않은 골목의 안쪽을 걷다보면 이곳에서 살았던 사람들의 옛 모습이 어떠했는지 알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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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풍경들이 겉으로 드러나는 아름다움보다 ‘있는 그대로의 삶’을 보여주고 있다. 박지원이 바라보았던 세상도 어쩌면 이와 같지 않았을까. 빠르게 변하는 시대 속에서 우리는 늘 더 새로운 것을 찾는다. 더 빠르고, 더 효율적이고, 더 자극적인 것들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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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곳을 걷다 보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변화는 언제나 빠르게만 오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어쩌면 가장 중요한 변화는 이렇게 조용하게, 눈에 잘 띄지 않는 방식으로 다가오는 것일지도 모른다. 봄꽃이 막 피어나기 시작하는 면천읍성과 골정지는 항상 포근해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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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히 만개하지 않았기 때문에 오히려 더 오래 바라보게 되는 풍경이 놓여 있었다. 이곳에서의 시간은 빠르게 지나가기보다 조금 더 깊게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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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진시는 대중교통을 이용해 당진을 찾는 방문객들이 편리하게 주요 명소를 둘러볼 수 있도록 오는 4월부터 10월까지 7개월간 이번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실제 관광객이 부담하는 요금은 택시 1대당 4시간 4만 5000원, 6시간 6만 5000원(초과 시 시간당 2만 원)으로 3인이 함께 이용할 경우 1인당 약 1만 5000원(4시간 기준) 수준의 저렴한 비용으로 당진 여행을 즐길 수 있다고 하니 이용해보는 것도 좋을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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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늘 결과를 보려고 한다. 목련과 산수유, 매화가 활짝 핀 모습을 보면서 걷다보면 때로는 피어나기 직전의 순간이 더 많은 것을 말해준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면천에서의 봄은 그런 시간에 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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