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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Nov 07. 2017

그 끝에서

진남역의 철로 자전거

코너를 돌면 무엇이 나올지 모르지만 그래도 가야 하는 것이 사람의 길이다. 더 이상 나가지 않고 그 자리에 그냥 머무를 수 있다. 좋은 일, 나쁜 일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문경을 시작으로 전국에는 적지 않은 레일바이크가 설치되어 있다. 철로가 지나가던 곳의 풍광이 좋은 곳에 깔린 철로를 따라가는 레일바이크를 타면 뒷사람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페달을 밟아야 하고 다음 여정을 위해서라면 더더욱 페달에 힘을 실어야 한다. 그러다 보면 터널도 나오고 가을의 색을 만나기도 한다. 

경상북도 문경시 마성면에 있는 문경선의 역인 진남역은 폐지되었다가 2004년부터 문경관광진흥공단의 관할 하에 관광사업의 일환으로 구량리역 방면 철로 자전거가 운영되고 있다. 지난여름에는 야간개장도 했던 문경 철로자전거는 문경의 속살을 만날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이기도 하다. 

이용요금은 4인승에 25,000원이고 단체나 문경 지역 거주자에 한해 조금씩 가격이 다르다. 대부분 인력에 의해서만 운영되던 구간이 전동으로 바뀌면서 생각 외로 철로 자전거를 즐기는 것이 힘들지 않다.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이긴 하지만 신현역 사이에 신현터널(석현터널)이라는 폐 터널이 있는데 귀신이 나온다고 하여 고스트 스팟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드디어 출발을 해서 구량리역 방향으로 진행을 해본다. 아름다운 계절 가을을 보면 아포토시스라는 그리스어가 연상된다. 가을이 되면 잎이 떨어지는 상태로 단풍이 바람에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가을이 오면 잎줄기의 세포가 죽어 떨어지는 것으로 모든 생물은 다음 생을 키우기 위해 죽도록 미리 프로그램이 되어 있다는 의미가 있다. 

어두운 터널로 들어왔으니 다시 밖으로 나가기 위해 열심히 페달을 밟아 본다. 속도가 있는 편이다. 늦은 가을 속으로 달리는 문경의 철로 자전거로 들어오는 바람이 다소 쌀쌀하기는 하지만 기분은 상쾌하다. 누군가 이런 말을 했는데 사람은 너무 행복해선 안되는데 너무 행복하면 그걸 당연하게 여겨 주위 사람들을 함부로 대하기 쉽고 너무 불행하면 불행에 젖어 성격이 비뚤어진다고 한다. 그래서 행복이라는 잔에 불행은 딱 한 방울만 있으면 된다. 작은 것에도 행복을 찾는 눈을 가지는 것이 좋다. 

생각보다 긴 구간이라 자전거를 타고 가는 길은 짧지 않다. 영강을 휘감아 도는 이 구간은 반짝반짝 빛나는 물비늘이 눈에 자극을 준다. 한참 전국에 KTX역을 유치하기 위해 지자체들이 힘을 쏟을 때 문경시는 폐선이 된 철길에 천천히 가는 저속 철로 자전거를 통해 관광 상품화하면서 진남역은 오랜 시간 전국적 명소로 자리 잡았다. 

전국의 산업 발전을 위해 문경에서 나는 석탄은 이 철로를 따라 끊임없이 전국으로 흘러 나갔다. 철로 자전거는 한 대에 400만 원이 넘는 제작비가 들어간다고 한다. 

철로를 따라가는 문경의 여행길에는 간혹 자연과 어울리지 않는 건물도 눈에 뜨이지만 문경새재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는 데에는 무리는 없다. 문경에서 철로 자전거가 운영이 되는 곳은 이곳 진남역을 비롯하여 구량리역, 문경역, 가은역으로 총 134대가 운영 중이다. 


- 진남역 : 진남역 ~ 구랑리 구간 3.6km(왕복 7.2km)

- 구랑리역 : 구랑리역 ~ 먹뱅이 구간 3.3km(왕복 6.6km)

- 문경역 : 문경역 ~ 마원 구간 1.9km(왕복 3.8km)

- 가은역 : 가은역 ~먹뱅이 구간 3.2km(왕복 6.4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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