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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Nov 25. 2017

칠갑산길

인생이란 그렇다. 

인생이 탄탄대로라면 얼마나 좋을까. 대다수의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를 원할 테고 자신이 가고 싶은 대학이나 직장 혹은 사업에서 문제없이 성공하길 바랄 것이다. 그러나 물이 생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흐르듯이 인생 또한 그러하다. 몸을 쉬는 방법은 누구나 잘 알지만 마음 쉬는 방법은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올해를 잘 보낸다는 생각에 오래간만에 찾은 칠갑산에서 잠시 마음의 휴식을 얻었다. 칠갑산 산행을 처음 해본 이 동창이 기억나기도 한다. 칠갑이라는 의미에 대해서 말이다. 칠갑산에 대해서 여러 번 글을 썼지만 만물 생성의 7대 근원 七자와 싹이 난다는 뜻의 甲자로 생명의 시원(始源) 七甲山이라 경칭 하여 오늘날에 이르렀다고 에둘러 말하기도 했다. 부여에 자리한 사비성의 정북방의 진산이었던 칠갑산은 동서남쪽에 사찰이 있지만 현재 제대로 보존된 곳은 천년사찰 장곡사가 유일한 곳이다. 


청양에는 모덕사가 있는데 모덕사는 면암 최익현 선생을 기리는 곳으로 칠갑산 산행의 초입에 최익현의 동상이 자리한 것이 무관하지 않다.  경기도 포천 출신으로 한미한 집안에서 태어난 면암(勉菴) 최익현(崔益鉉, 1833~1906)은 19세기 말 외세가 이 땅에 밀려올 때에 가장 줄기차게 저항운동을 벌인 사람이다. 그는 대마도에서 일제가 주는 음식을 거절하다가 그 쌀이 조선에서 가져온 것임을 알고 절식을 중단했다. 그러나 풍토병에 걸려 끝내 죽고 말았다. 

예전에 왔을 때만 하더라도 칠갑산 어머니 길은 조성이 되어 있지 않았는데 올해 가보니 어머니 길이 조성되어 있었다. 아이가 태어난 기쁨과 말을 듣지 않음에 대한 화남, 결혼해서 떠나는 슬픔과 대를 이은 것에 대한 즐거움과 그런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자비정에 미친다는 내용이다. 

칠갑광장에서 천문대, 자비정, 정상으로 가는 길은 완만해서 걷기에 좋다. 마지막에 숨을 할딱 거리는 구간이 있기는 하지만 조금만 버티면 정상에서 주변을 내려다보는 멋진 풍광을 보기 위해 올라가야 한다. 걸어가면서 아무에게나 쉽게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주고받으면서 걷는다. 어릴 때 누구나 했을법한 실수나 서로의 성장 이야기를 하면서 걸어 올라가니 산행이라는 생각조차 들지 않는다. 

누군가에 대한 그리움은 애증이 섞인 어머니라고 해도 예외가 아닌 듯하다. 그 역시 부모가 되는 과정을 배우지 못했을 터인데 얼마나 시행착오가 많았을까. 다행히 지혜로운 어머니를 만났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어머니가 아닌 것이 되지 않겠는가. 사람들은 안정적이면서 익숙한 것을 좋아한다. 익숙함을 벗어나는 방법 중에 하나는 자신의 단점을 바라보는 것으로 이는 자신을 바라볼 수 있는 내면과 터놓고 이야기하다 보면 알게 된다. 

칠갑산의 중반까지 올라가는 길에는 소나무가 많다. 푸르른 소나무는 겨울이 되어야 그 진가를 알 수 있다. 우리가 사람으로 태어난 것은 우리가 간절히 원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앞서 계속 걸어가는 두 분은 보였다가 보이지 않았다를 반복한다. 필자는 멈추어서 다른 것도 보고 잠시 정자를 올라가기도 했기 때문에 간격이 멀어졌다 줄어들었다가를 반복하게 되는 것이다. 

드디어 정상에 올라왔다. 오래간만에 긴 계단을 올라와서 그런지 몸은 조금 고달프지만 올라와보니 이 또한 좋다. 산세 규모는 크지 않은 평범한 육산이지만 아은하옵골이 있고 산줄기가 사방으로 뻗어 지세가 복잡하다. 남녀노소 초보자 할 것 없이 편안하게 산행할 수 있는 등산지로 칠갑산은 추천할만하다. 

정상에서 여러 갈래로 갈라진 길이 나오는데 칠갑산의 자연휴양림까지는 거리가 꽤 있다. 장곡리 마을로 가는 길과 장곡 주차장으로 가는 길 그리고 아까 전에 잠시 들러 소원을 빌고 올라온 장곡사와 지천리로 내려갈 수 있다. 단풍의 계절 가을이 지나고 초겨울 운치 뽐내는 겨울의 칠갑산이다. 

칠갑산이라는 육산과 천 년 도량 장곡사가 주는 덕이 마음의 평온함을 돕는 것 같다. 고운 비단 위에 국화꽃그림 하나 얹듯이 그곳에 산이 있을 뿐이다라고 말하는 오래된 산의 진실한 말 한마디와 웃는 얼굴이 평안함을 더해 줄 것이다. 편안한 대화를 할 수 있는 누군가가 있다면 이렇게 산행을 해보면서 이해해주는 따뜻함이 있는 곳으로 칠갑산은 추천할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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