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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서 만나는 음식의 맛
by 나는 누군가 Dec 03. 2017

보령 삼시세끼

잘 먹었다는 소리를 들으려면

어느 지역을 여행할 때 가장 고민되는 것은 아마 두 가지일 것이다. 어디에서 잘 것이냐 그리고 무엇을 먹을 것이냐이다. 자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무엇을 먹느냐이다. 사람에 따라서 육류와 해물류로 명확하게 호불호가 갈리는 사람들도 있지만 둘 다 골고루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다. 우선 숙소는 나중에 생각하더라도 보령을 1년에 여러 번 여행차 혹은 글쓰기 위해 가는 사람으로 토요일 낮에 도착해서 일요일 점심까지 해결하고 오는 먹방 코스를 만들어 보려고 한다. 


여행을 떠나면 우선 배가 고파진다. 집에 있을 때는 몰랐던 위장의 존재를 확연하게 깨닫게 되는 시간이다. 하기사 배가 고파야 맛있는 것을 먹지 않겠는가. 우선 배가 편안한 음식을 선택해보기로 한다. 다람쥐가 좋아하는 도토리는 있는 그대로는 사람이 섭취하지는 못하지만 가공한 도토리로 만든 묵이나 국수는 사람도 맛있게 먹을 수 있다. 

흥업묵집 (충남 보령시 주교면 송학 422)

여름에는 차갑게 먹는 묵밥과 겨울에는 따뜻하게 먹는 묵밥을 내놓는 집이다. 고택 스타일로 만든 이 집에서는 모든 것이 한옥스럽다. 옛날의 집을 개조한 이 집은 편안하게 한 끼를 먹을 수 있다. 이 집은 2010 세계 대백제전에서 열린 향토음식 경연대회에서 보령시의 흥업 묵집에서 출품한 엄나무 백숙이 대상을 차지하기도 했다. 

겨울에는 따뜻한 묵밥 한 그릇도 좋다. 이 집에서 가장 많이 나가는 메밀묵밥은 겉껍질을 벗기고 만든 연한색깔의 메밀묵을 아이 손가락 굵기로 길게 썰고 김치와 김가루, 파를 넣어 먹는 메밀묵밥은 강한 맛은 하나도 없지만 개운하고 시원해서 좋다. 

밥을 모두 말아 넣고 메밀이나 도토리로 만든 묵과 그리 자극적이지 않은 육수가 입안을 휘감아 돈다. 배가 더부룩한 사람들이라면 이 밥이 더 제격이다. 여행을 떠나서 첫끼부터 배 터지게 먹으면 다음 일정이 조금 힘들어진다. 운전을 하는 사람은 식곤증을 유발할 수도 있다. 한 끼를 잘 해결했으니 이제 에너지를 축적하고 다시 돌아다녀 본다. 

겨울에 보령을 오면 무조건 생각나는 것은 굴이다. 여성에게 피부에도 좋고 남자에게는 스태미나 음식이니 영양분이 풍부하니 하더라도 우선 맛이 좋으니까 굴을 먹는다. '자산어보'에도 등장하면서 선사시대부터 먹어 왔다는 석굴은 겨울의 꽃이다. 겨울의 꽃을 만나러 가는 천북에는 드 넓은 어항이 펼쳐진다. 

굴을 구워서 먹어도 좋지만 쪄서 먹어도 좋은 석굴은 한 망에 보통 3만 원 정도 하는데 쪄서 껍질을 까면서 먹다 보면 금방 바닥을 보인다. 여러 사람들이 같이 갔다면 여러 메뉴를 주문해서 골고루 먹어보는 것도 좋다. 

천북에서 소쿠리에 가득 담긴 굴을 불판에 가득 올려놓고 먹는 굴구이나 커다란 냄비에 이렇게 굴을 가득 담아 찌는 굴찜은 모두 제각기 장단점이 있지만 이렇게 추운 겨울날에는 숯에다가 구워 먹는 굴구이가 때론 더 매력이 있어 보인다. 

나름 테두리가 까맣고 아이보리색이 나는 것을 골라 보았다. 깐 굴은 빛깔이 유백색이며 광택이 나는 것이 신선한 것을 골라서 깠더니 그 속살이 먹음직스럽다. 굴은 몸을 건강하게 할뿐더러 살결을 곱게 만들어 준다고 한다. 겨울철에 필자의 살결을 만져보았더니 자주 굴을 먹어야 할 것 같다는 기분에 휩싸인다. 


저녁까지 먹었겠다. 보령까지 왔으니 대천해수욕장도 한번 둘러본다. 겨울철의 낭만이 넘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생각보다 칼바람이 많이 불어온다. 낭만을 느끼기도 전에 얼어 죽을 것 같다. 이대로 숙소로 들어가기에는 무언가 아쉽다. 조금은 바다의 맛을 더 맛보고 싶은데 무언가 없을까. 

대천해수욕장의 바다 풍광도 많이 바뀌었다. 머드축제가 성공적으로 자리하면서 더 많은 투자가 대천해수욕장의 머드 광장과 가로변으로 이루어져서 지금은 밤에도 불야성을 이룬다. 겨울 대천해수욕장의 밤은 낮보다 아름답다고 하지만 여전히 춥다. 

살짝 아쉬운 허기를 달래기 위해 보령시내로 이동을 했다. 동부시장이 있는 곳에서 대천 스파밸리 안쪽으로 가면 보령의 맛을 만날 수 있는 포장마차 같은 식당들이 여러 곳 있다. 간단하게 먹을 수도 있지만 횟감을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에 내놓기 때문에 대천해수욕장 앞의 대형식당의 부담스러운 분위기가 싫은 분이라면 이곳을 추천할만하다. 

보령의 곳곳의 갯바위 낚시 포인트에서도 잡을 수 있는 갑오징어다.  모래밭에 은신해 있다가 먹이활동을 하는 생물인 갑오징어는 한국 바다에 대략 9종류가 살고 있는데 서해와 남해 바다에서 가장 흔히 잡히는 것이 ‘참갑오징어’이다. 갑오징어는 다른 오징어와 달리 등에 ‘갑’이라는 넓고 기다란 ‘뼈’가 있는 것이 특징으로 바로 잡아서 회로 뜨면 그 씹는 맛이 일품이다. 

가마솥장작불곰탕 (충남 보령시 안소래길 15)

밤에 무얼 했는지 몰라도 일어나 보니 해가 떠 있다. 밤에 먹었던 음식은 뱃속에서 벌써 사라졌는지 뱃속에서 무언가를 달라고 아우성인데 만약 술이라도 한 잔 했다면 해장을 해야 할터 해장음식에도 여러 종류가 있지만 국물이 있는 것만큼 적당한 것이 없을 듯하다. 

전통방식으로 만들어서 손님에게 내준다는 가마솥 장작불 곰탕집에는 할머니의 맛이 있는 것 같다. 지금 필자에게는 할머니가 살아계시지 않지만 할머니의 상징은 바로 손맛이며 음식 맛(외할머니가 살아계셨어도 음식은 추천할만하지 않다.)일 듯하다. 소 뼈 곰탕을 제대로 우린 곰탕은 보기에는 쉬워 보여도 입안에 들어가는 온도를 제대로 맞춰야 하는 음식이다. 

소 뼈를 우려낸 곰국은 영양가도 있지만 가족 간의 관계의 두툼함을 더해주는 그런 음식이다. 그렇지만 삼시세끼 곰탕만 먹고 싶지는 않다. 필자의 어머니의 경우 음식을 하는 것을 귀찮아하셨던 귀차니스트이신데 한 번 먹을만하다고 하면 1주일을 같은 메뉴를 내놓는 신공을 선보이신다.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그래서 고등학교 때 곰탕이 싫었던 기억이 또렷이 난다. 아무튼 아침식사로 보령에서의 곰탕은 괜찮았다. 

황해원 (충남 보령시 성주면 성주리 195-4)

석탄박물관도 가보고 휴양림도 들려보면서 시간을 보내고 나니 점심을 해결해야 할 때가 왔다. 점심은 무엇을 먹어야 할까. 보령시내의 미더유 맛집으로 돌게장을 하는 집도 있지만 다시 한번 옛날 짬뽕 맛을 보고 싶어 졌다. 공간이 작아서 기다리는 시간도 길지만 들어가서도 한참을 기다려야 한 그릇 맛볼 수 있는 그 짬뽕집 말이다. 


우선 황해원의 짬뽕집은 자극적이지 않다. 그렇다고 해서 간이 밍밍하지도 않고 적당한 선을 잘 지키고 있다. 고기와 해물이 적당하게 조화를 이루면서 야채의 육수가 그 둘을 적당하게 잘 붙들고 있다. 이 짬뽕은 바닥을 봐야 한다. 

여행을 떠나면 좋은 것이 먹고 나면 볼거리가 있고 볼거리를 지나면 다시 식사시간이 온다는 점이다. 아무것이나 먹어도 좋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사람 인생에서 먹는 것을 빼면 아마 껍데기만 남을 것이다. 짬뽕을 먹고 나니 옆에 빈터에 석탑들만 덩그러니 남아 있는 성주사지에서 인생을 논할 여유가 생겼다. 글을 쓰다 보면 보통사람들의 생각이나 취미 생활을 초월하게 되는 그 시점이 느껴진다. 


세상이 하찮을 수도 있고 무가치할 수도 있지만 그 점을 연결해주는 것은 필자에게는 음식이며 음식 속에 스며든 생명의 기운인 듯하다. 이렇게 챙겨 먹으면 삼시세끼 잘 먹었다는 소리는 들을 수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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