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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Dec 16. 2017

경양식

미술로 먹어보는 한 끼 식사 

경양식이라고 하는 것은 말 그대로 가벼운 양식을 의미한다. 추억의 음식이며 한 때 동네마다 괜찮은 경양식집이 하나쯤은 있을 정도로 많았지만 자본을 앞세우며 들어온 패밀리 레스토랑이 그 자리를 차지하며 상당수가 자취를 감취 었다. 지금 명맥을 유지하는 경양식집들은 대부분 오래된 인테리어가 아닌 고전적인 느낌을 살렸거나 그 집만의 색다른 인테리어로 입소문을 타며 자리매김하고 있다. 


감곡성당으로 잘 알려진 음성의 감곡에는 궤짝이라는 조금 특이한 경양식 음식점이며 미술가의 공간이 있다. 음식점 건물 인테리어 콘셉트가 궤짝으로 원래는 물건 같은 것을 담아 놓기 위해 나무로 담아놓는 용도의 통에 사람들이 들어가서 식사를 하는 셈이다. 

이곳 음식점 주인은 특히 철을 이용한 다양한 작품을 만드는 것을 좋아하는 듯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오래된 폐철이 작품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외국의 집의 느낌을 비롯하여 솥뚜껑에 얹어진 하트 모양도 눈에 뜨인다. 

날이 얼었다가 살짝 풀린 날 전라도 지리산 자락을 품은 구례에서 카페를 하시는 여성분과 서울에서 카페를 하시는 분이 분위기 좋은 음성의 한 음식점을 찾아왔다. 우연하게 만난 분들과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며 분위기 좋은 카페나 음식점, 찻집 정보를 공유하며 시간 가는 줄 몰랐던 것 같다. 

미술을 전공한 사람들이 자신의 집이나 특정 공간을 자신만의 색채로 채우기 위한 방법으로 수집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 비싼 것을 수집하기도 하지만 그냥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품들도 수집한다. 파블로 피카소는 작품 속에 참고해서 그릴 사물들을 거의 강박적으로 수집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미술사의 카테고리에서 누드는 전통적으로 긍정적인 이미지를 연상시키게 한다. 그리스인들은 주로 남성들의 몸에 대한 집착을 했는데 후기 로마에 와서는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 숭배에 힘입어 여성 몸을 조각하고 그린 것들이 많이 등장했다. 관능적인 여성의 누드화는 강렬한 현실성과 시적 추상성을 가지고 있다. 

부부가 같이 운영하는 궤짝이라는 경양식 음식점은 오래된 것과 오토바이를 좋아하는 남편분과 꿈 많고 다정다감해 보이는 부인 분의 공간이기도 하다. 이곳을 살펴보면 부부의 사진뿐만이 아니라 이곳을 거쳐간 사람들의 사진들도 적지 않게 걸려 있어서 보는 재미도 있다. 

서울의 남산에서 유명한 돈가스는 일본에서는 돼지고기를 뜻하는 ‘포크’ 대신에 돼지 돈(豚)을 쓰고 거기에 커틀릿의 일본어 발음인 ‘가쓰레쓰’를 덧붙여 ‘돈카스’로 불리다가 일제 강점기 때 우리나라에 오면서 돈가스로 자리 잡게 된다. 

돈가스의 고기가 그렇게 두텁지는 않지만 질 좋은 고기를 사용하는 덕분에 고기 맛은 괜찮은 곳이다.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 그리고 궤짝 안주인의 꾸미지 않은 친절함이 많은 대화를 나누게 했다. 날 좋은 날 분위기 괜찮은 이 공간에서 식사하기 위해 다시 찾아올 필요가 있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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