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마지막 진화?
이 영화를 좀비 영화 범주에 넣어야 할까. SF영화의 범주로 넣어야 할까. 인간이 가진 지성을 잃어버리고 자신의 본능에만 충실한다는 설정에서는 좀비 같지만 폰의 전파로 인해 사람의 뇌파에 영향을 미쳐 집단지성에 일개 단위 생명체로 변한다는 것은 SF에 가깝다. 설정은 흥미로웠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힘을 잃어버려 다소 아쉬운 작품이다. 만화가로 활동하는 클레이 리델은 공항에서 아내와 통화하던 중 휴대폰에서 흘러나오는 정체 모를 전파에 의해 공항 내에 있는 사람들이 미치광이처럼 날뛰며 서로를 공격하는 끔찍한 광경을 목격하게 된다.
누가 주도했는지도 모르고 원래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전파에 노출되지 않은 사람들은 송신탑을 찾아 피난을 떠나고, 클레이는 피난 중 만난 괴짜 무신론자 톰 맥코트와 엄마를 잃은 소녀 앨리스와 함께 자신의 아내와 아들을 구하기 위해 미쳐버린 세상 속으로 뛰어든다.
전파에 노출된 사람들의 공통점은 전파에 노출되지 않는 사람을 공격한다는 점에서 좀비 같지만 집단지성을 지니고 있는 것 같은 모습에서는 좀비와 격을 달리한다. 전파에 노출되는 순간 인간 개개인은 전파를 발산하며 서로와 소통해간다. 마치 새떼 같기도 하고 벌 떼처럼 특정한 목적을 이루려는 것처럼 보인다.
현재 인간의 뇌의 극히 일부만 사용하고 있는데 만약 그 뇌의 상당 부분을 사용한다면 아마도 엄청나게 먹어야 할 것이다. 뇌를 최대한 활용하면서 일을 해보면 알겠지만 육체를 쓰는 것 이상으로 식욕을 느끼게 된다. 제한적인 범위 내에서 뇌를 쓰기 때문에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지 않게 된다. 이 영화는 스티븐 킹의 원작 소설을 영화로 제작하였기에 생각보다 난해하게 보일 수 있다.
현대인들의 필수품인 스마트폰은 어떤 기기보다 더 빠른 파괴적인 전파력을 가지고 있다. 좋은 정보를 비롯하여 그릇된 정보나 전달되지 말아야 할 것도 빠르게 실어 나른다. 실시간으로 퍼지는 속도를 가상한다면 가히 파괴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정보가 적절한 것인지 판단하는 것은 쉽지 않다. 스마트폰이 매우 유용한 기기임에는 분명하지만 그 기기를 잘못된 방향으로 이용할 때 어떤 파급력을 가지고 올지 누구도 예상할 수는 없다. 인간의 뇌는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무한한 가능성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현대인들은 스마트폰에 너무 의존해 자신의 가능성을 죽이고 있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