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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밤

기억은 또렷하지도 정확하지도 않다.

누군가에게 상처가 남는 이야기가 있다면 그것은 말해야 할까. 알고 싶지 않은 그런 진실이라면 말하지 말아야 한다. 자랑스러운 형과 다정한 부모 그리고 자신은 부족하지만 사랑을 받고 살아가는 남자가 있다. 그러나 그 기억이 행복한 것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갑작스럽게 납치를 당했다가 돌아온 형 유석과 진석은 유달리 우애가 있어 보이지만 무언가 부조화스럽다. 갑작스럽게 그들의 기억은 엇나가기 시작하고 어떤 사람의 기억이 정상적인 것인지 알지 못하는 순간에 가족은 산산이 부서져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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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의 의심은 갑작스러운 시간의 변화와 함께 자신의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는 과정을 통해 조금씩 진실을 밝혀나간다. 갑작스럽게 20년이라는 시간을 훌쩍 넘어선 진석은 자신도 모르는 기억을 되살리게 된다. 그 과정에서 자신이 가지고 있었던 그 끔찍한 기억이 자신을 어떻게 바꾸었는지 알게 된다. 누군가를 죽인다는 것은 정상적인 사람은 쉽게 감당 못하는 기억이다. 자신과 같은 존재인 사람을 죽이는 일은 자신이 소멸하는 과정을 경험하는 일이기에 살인자는 인간의 기억을 가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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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의 욕심이 혹은 과욕이 파국을 불러왔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피해자가 양산된다. 기억의 밤에서 기억은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다. 차라리 그 기억이 없었으면 아니 있었다 하더라도 절대로 기억해내지 못한다면 좋은 그런 기억은 누구에게나 있다. 특히 자신조차 알지 못하는 기억을 누군가가 알고 있을 때 사람들의 불안은 가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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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던 원하지 않든 간에 인생의 파도가 휩쓸려 온다. 버틸 수 있으면 좋겠지만 버티기 힘든 파도가 오면 그냥 휩쓸리는 일 외에는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특히 사랑하는 일은 자신의 의지대로 되는 경우가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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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가 남는 진실은 굳이 말할 필요가 없을 수도 있다. 어떤 남자는 하나의 치명적인 기억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과오는 자신도 어쩔 수 없이 휩쓸린 것이었다. 기억의 밤은 자신이 저지른 일에 대해 진실을 알고 싶은 남자와 확인하고 싶지 않았지만 알아야 했던 남자의 이야기다. 그러나 그 기억은 두 남자의 치명적인 종말로 다가갈뿐 시작도 치유도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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