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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비

둘이 하나 됨으로 더 커지는 가치

생물학적으로 분리가 되어 있는 두 사람은 한 몸이 될 수는 없다. 그러나 인간은 정신은 공유하고 감응하면서 더 강력한 힘을 가질 수가 있다. 남녀관 계일 수도 있고 친구관 계일 수도 있다. 원래 하나 된 민족이었지만 지금은 둘로 나뉘어 정치적으로 이용을 당하고 있는 대한민국과 북한은 분단이 오히려 기득권에게는 기회의 요소로 이용되는 경향이 있다. 서로가 공격할지 모른다는 공포감을 통해 정권을 유지하고 악용하며 국민들을 고통의 늪에 빠트린다.


보려던 영화가 아니면 누가 권하는 영화를 잘 보지 않는 편이지만 어떤 이가 권하면 보게 된다. 어떤 이가 권한 강철비 영어로는 스틸레인이며 영화 속에서 주인공들의 이름도 강철비를 의미하는 철우를 사용하였다. 투표에 따라 5년마다 한 번씩 바뀌는 대한민국 1호는 대통령이지만 북한 1호는 김정은으로 죽을 때까지 1위를 유지한다. 이 영화를 보면서 드는 느낌은 스토리를 쓰는 사람으로 흡입력 있는 픽션의 구조를 그리는 작가의 능력을 눈앞에서 보는 것과 같았다. 단순해 보이는 남북한 구도를 미국, 중국, 일본과의 강대국 사이에 정치적인 현실을 잘 스며들게 하였으며 분단된 국가에 살면서 다시 돌아봐야 할 메시지를 곳곳에 적당하게 배치해 놓았다. 영화에서 언급한 전쟁 가능성 시나리오도 허구이기는 하지만 충분히 가능해 보였다. 플롯 구성에 적지 않은 아이디어를 얻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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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방에서 군대를 다녀온 사람이라면 적어도 십 수 번은 들었을 계획 작계 5027은 1974년 처음 만들어져 1994년부터 한·미 협의로 2년마다 개정되는 계획으로 내용은 1급 군사기밀이라고 하지만 대충 시나리오는 안다. 북한군과의 전면전을 가정하고 만들어진 계획 작계 5027은 신속전개 억제전력이나 전투력 증강전력이 포함되어 있다. 영화에서 등장하는 이 계획이 발포가 될 때는 보통 계엄령과 함께 한다. 그러나 실제 북핵 위기시 핵기지를 빠르게 공습하는 내용은 작계 5026에 담겨 있다.


이제 새 대통령이 선출되었고 마지막 몇 달을 남겨둔 현 대통령은 자신이 북한의 핵위협을 성공적으로 저지하고 마무리한 대통령으로 남으려는 야심 찬 목표를 가지고 있다. 대통령이 선출되면 인수위원회가 구성이 되고 떠나갈 대통령에게 많은 것을 받게 된다. 그러나 마지막까지 실권을 놓지 않고 대한민국을 위협에 빠트리려는 현 대통령은 한국의 정치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핵의 완전 억제란 사실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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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위치한 개성공단은 지난 소통의 시기에 만들어졌던 곳이다. 이명박근혜 정부를 통해 그곳은 소통의 공간에서 다시 단절의 공간으로 변해 버렸지만 그 현장은 다시 북한의 경제화의 교두보로 사용하려는 북한 1호의 의지가 있는 곳이었다. 개성공단 공장의 노동자들을 격려차 방문한 북한 1호는 때맞춰 일어난 쿠데타에 의해 공격받게 된다. 그 공격의 시작은 바로 대한민국 전방이었다. 미국이 운영하는 포대의 MLRS (Multiple Launch Rocket System)가 탈취되고 여기서 쏘는 로켓포탄인 집속탄이 개성공간을 강타한 것이었다. 격자지형 지우개라는 집속탄이 떨어지면 하강하면서 흩어지는 수만 발의 강철 탄환이 약 1km 의 공간을 초토화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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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철우는 자신이 모셨던 상관의 명령에 따라 군부 쿠데타를 막기 위해 암살을 시도하지만 그것은 바로 인민무력부 정찰총국장 리태한의 음모였다. 호위총국장 박광동은 초반에 이 쿠데타를 지휘한 것으로 보였으나 이는 숨겨진 전략이었다. 이 쿠데타로 인해 북한 1호는 심각한 부상을 입었지만 엄철우에 의해 대한민국으로 가까스로 피난에 성공한다. 전력 전을 생각하는 정찰총국장의 강력한 주도로 인해 대한민국의 주요 시설에는 북한 특수요원들이 아무렇지 않게 드나드는 가운데 엄철우는 북한 1호도 구하고 남북한 전면전도 막아야 하는 절체절명의 위기의 키로 나서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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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엘리트 코스만을 밟아오면서 자기 자신밖에 모르는 대한민국 외교안보수석 곽철우는 시종일관 모든 것이 가볍게 보이는 모양이다. 자신의 전 와이프를 '독한 년'이라고 저장해놓고 엄철우와 조우하면서 심각한 상황을 맞이했음에도 불구하고 농담 따먹기에 정신이 없다. 땅굴을 20여 개 정도 파놓은 것이 있다는 엄철우의 말에 북한은 두더지도 먹냐고 되묻는다. 엄철우가 북한에서는 두더지 같은 것을 먹지 않는다고 하자. 그런데 어떻게 땅굴을 그렇게 잘 파나며 남북한 통일이 되면 지하철은 그쪽에서 모두 놓으라고 말한다. 그런 그에게도 진심이 있었고 이 한반도가 살아남아야 된다는 소신에는 변함이 없었다. 안보수석은 대통령 주재 회의에 참석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불쑥불쑥 들어가 시급한 현실을 다시 되짚어주기도 한다. 그리고 엄철우와의 캐미도 꽤나 볼만하다. 그에게 닥친 현실과 그가 가진 질병 그리고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끝으로 달려가는 것뿐이라는 것을 아는 그는 안타까움을 관객들에게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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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득권들이 만들어놓은 정치적인 이데올로기 때문에 우리는 같은 하나의 민족이었다는 것을 너무 빠르게 잊고 그들을 주적으로만 생각하며 살아왔다. 한반도가 처한 현실이 그렇게 녹록지 않고 정치인들은 위급한 상황이 발생하면 먼저 해외로 나갈 것이라는 것은 누구나 인지하고 있다. 북한에서 내려온 엄철우는 의리라던가 신의가 무엇인지 더 잘 보여주는 인물이다. 자신의 몸 하나 성하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을 생각하고 민족을 생각했던 그 역할을 잘 표현해냈다.


이 상황에서 이런 유머를 하면 그렇지만 대한민국에서 뚱뚱하지 않은 사람들이 사는 곳은 '반포동'이라고 한다. 그리고 뚱뚱한 사람들은 '개포동'에 몰려 산다. 다음 소설을 쓸 준비가 끝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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