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적

천안의 김시민과 홍대용

진주대첩의 주인공 김시민과 후기 과학사상에 선구적인 역할을 했던 홍대용은 이름을 남기고 그 묘소까지 있으나 태어나고 자란 공간은 사라져 버렸다. 그러나 그곳에 대한 이야기는 천안의 곳곳에 남겨져 있다. 김시민 장군의 유허지는 충청남도 천안시 동남구 병천면 가전리 460-1에 홍대용의 생가지는 충남 천안시 동남구 수신면 장산리에 있다. 각자 자신만의 방법으로 조선을 지키고 조선을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한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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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시간이 지난 터라 김시민 장군이 태어난 곳이 어디인지 알기는 어려웠지만 여러 고증 자료와 전문가들의 현지 조사 및 전해 내려오는 일화 등을 토대로 인접한 사사처와 함께 2004년 4월 10일 충청남도 기념물 제166호로 지정 고시하였다. ‘사사처(射蛇處)’라고 이름을 지은 것은 '활로 뱀을 쏘아 죽였다'는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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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허지 바로 옆에는 오래된 고목이 한그루 자리하고 있다. 오래간만에 보았는데도 불구하고 아직도 그 자리에서 그 모습 그대로 나를 반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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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이를 보호하고 지켜준다는 것은 사람이 할 수 있는 것 중에 가장 고귀한 일이지 않을까. 김시민이 지켰던 진주성은 경남 진주시 본성동에 있는 곳으로 임진왜란의 아픔을 그대로 다 겪은 곳이다. 임진왜란은 1592년부터 1598년까지 2차에 걸쳐서 왜국이 조선을 침범했는데 이때 진주성은 두 차례에 걸쳐서 왜병과 싸웠다. 1차는 김시민 장군이 이끄는 3,800여 명의 병력이 2만의 왜병을 물리쳤지만 2차 때에는 김시민은 병사하고 세상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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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허지에 있는 구암[거북 바위]은 충무공의 부친인 구암(龜巖) 김충갑(金忠甲)의 호(號)가 유래된 바위로서, ‘김씨 세거 백전 동천(金氏世居 栢田洞天)’이라는 명문이 바위 뒷면에 새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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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허지 한 켠에 세워져 있는 유허비는 천안 김시민 장군 유허지가 충청남도 문화재로 지정된 것을 축하하고 장군의 업적을 오래도록 기리기 위해 2004년 9월에 충무공 김시민 장군 기념 사업회가 국민 성금과 천안시 보조금으로 건립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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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용 선생의 생가지로 가는 길은 골목 안쪽에 있어서 신경 쓰지 않으면 그냥 지나치기 마련이다. 대표적인 주장으로 홍대용이 생각했던 지전설(地轉說)은 ‘땅이 한 번 돌면 1일이 된다(地一轉爲一日)’라는 지구 자전설을 말하는 건데 이건 동시대를 살았던 프랑스의 물리학자 '푸코'가 1851년에 지구 자전설의 가설을 푸코진자로 증명(판테온 사원의 천장에 67m인 실로 28kg의 추를 매달라 진동시켜 진동면이 시계방향으로 회전하여 제자리로 돌아온다는 사실) 한 것과 시대적으로 유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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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이며 경제학자이고 실학자였던 홍대용 경제정책의 토대는 균전제(均田制), 부병제(府兵制)의 실시라고 볼 수 있다. 그 이념은 병농 일치인데 국가에서 농민에게 토지를 균등하게 분배하고 농민은 그 대가로 군역의 의무를 지는 것으로 먹고 살길을 마련해 준 다음 그 대가로 나라를 지키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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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시구가 전에도 있었던가. 인생에 대한 좋은 조언이 짧은 글에 담겨 있다.


다툼이 없으니 온갖 비방 면하겠고

재주스럽지 못하니 헛 명예 있을소냐

수시로 좋은 친구 찾아오면

아름다운 산나물 술안주가 일미라오

높은 난간에서 거문고 타노니

곡조속에 슬픔감회 그 뉘가 알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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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민 장군 유허지에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지만 홍대용 선생 생가지에는 적어도 기초석은 남아 있었다. 홍대용의 주장 중 가장 혁신적인 것은 국왕에 대한 비판을 독점하고 있던 사간원(司諫院)이나 관원의 임명에 관여하는 등의 사헌부(司憲府)를 폐지하고 모든 사람에게 발언권을 주자고 했던 것은 현대식 민주사회의 근간이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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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적을 통해 옛사람들의 이야기를 접해보는 것도 좋지만 그 지혜를 오늘날에 다시 돌아보는 것도 큰 의미가 있다. 오래간만에 찾는 김시민 장군 유허지와 홍대용 선생 생가지를 보면서 선현들의 생각과 흔적을 다시 새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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