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세상을 향해 웃다

동방불패 2

임청하를 인기 스타의 반열에 올린 작품은 뭐니 뭐니 해도 동방불패 시리즈일 것이다. 각종 무협지에서도 단골로 등장하는 동방불패는 엄청난 무공의 소유자로 고수라고 해도 단신으로 상대할 수 없으며 여러 명이 합공해도 이길 수 있다는 가능성이 극히 작은 절대고수로 등장한다. 강호라는 무림을 표현한 영화로 표현방법은 액션이지만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신뢰를 담았다고 해야 하나. 임청하는 동방불패를 연기하면서 강하면서 때론 약해 보이는 여자의 역할을 맡았다. 순수해 보이는 단 한 명이 남자 영호충에게 신뢰를 보이지만 동방불패를 완전히 믿을 수 없었던 영호충은 그녀를 향해 다시 되묻는다.


동방불패2.jpg


紅塵多可笑 痴情最無聊

세상은 정말 우스워 사랑도 따분하니

目空一切也好

아예 무관심해 버리는 것이 제일이지
此生未了 心却一無所優

삶은 끝나지 않았지만 마음은 오히려 홀가분해

只想換得半世逍遙

그저 생을 즐길 뿐이지.


영호충을 살리고 절벽으로 떨어지면서 1편에서 그렇게 세상에서 멀어진 동방불패는 세상을 등진채 살아간다. 그러나 절대권력이 사라지만 그 모습을 모방하면서 제2의 권력자가 되려는 사람들이 나오는 법! 세상은 더 혼란에 빠진다. 그저 생을 즐기려는 동방불패는 세상의 그런 이면에 단죄하기 시작한다.


동방불패2_2.jpg


醒時對人笑 夢中全忘掉

깨어 있을 때는 웃음 짓고 꿈속에서는 모두 잊지만

嘆天黑的太早

하루가 너무 빨리 지는구나
來生難料 愛恨一筆購鎖

생은 예측할 수 없는 것이고 사랑과 미움으로 얽혀 있으니

對酒當歌我只願開心到老

술과 노래를 벗 삼아 늙어가길 바랄 뿐이네.

風再冷不想逃

바람이 차가워져도 피하지 않고

花再美也不想要

꽃이 다시 아름다워진다 해도 탐하지 않고

任我飄搖

그저 내 마음대로 떠돌아다닐 거야


하루가 너무 빨리 진다. 하루가 너무 빨리 지면 한 달이 빨리 지고 한 달이 빨리 지면 1년이 빨리 진다. 인생이 그렇게 짦을진데 우리는 순간순간 화내고 흥분하며 시간을 소비한다. 어차피 사랑도 신뢰에 기반을 한다. 임청하가 신뢰로 인해 관계가 깨어진 사랑을 연기한 것은 백발마녀전과 동방불패다.


동방불패2_3.jpg


天越高 心越小

하늘은 높아질수록 마음은 점점 작아지네

不問因果有多少 獨自醉倒

인생사 인과 따윈 묻지 마 홀로 취해 쓰러지는구나

今天哭 明天笑

오늘은 울지만 내일은 웃으리

不求有人能明了 一生驕傲

날 이해해 줄 필요 없어 스스로 대견해할 거야

歌在唱舞在跳

노래하고 춤추고 있자니

長夜漫漫不覺曉 張快樂尋找

긴 밤이 새벽으로 향하는 것도 모른 채 즐거움만 찾는다네.


주제곡에 인생사가 모두 담겨 있는 느낌이다. 스스로 대견해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내면을 단단하게 만들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세상을 통달한 듯 그렇게 동방불패는 흘러가려 했지만 세상은 절대 힘을 잊지 않았다.


임청하.jpg

어릴 때 내면의 자아가 형성되기도 전에 심각한 상처를 입게 되면 어떤 방식으로 든 간에 방어기제가 만들어진다. 일부 연쇄살인범이나 범죄자들 같이 극단적인 폭력성을 보이던가 잠재되어 있지만 자신의 가족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그런 가해성으로 말이다. 원래는 자아가 단단해져야 하지만 아직 말랑한 상태라 어떻게 부서질지 모르는 상태이기에 외면에서는 강한척하는 모습으로 투명된다.


일희일비하지 않고 인생사 짧으니 인과 따윈 묻지 않고 신뢰를 얻을 수 있는 단 한 사람만 있으면 좋지 않겠는가. 세상을 향해 마음껏 웃을 수 있었던 동방 불 패처럼까진 아니어도 말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너의 이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