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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Apr 02. 2018

도보여행

섬진강을 따라가는 '토지'길

도보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지만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나 아예 하지 않는 사람들이 훨씬 많은 요즘 시간을 들여서 하는 도보여행을 즐겨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도보여행은 우선 풍광이 천천히 지나간다는 점에서 무척이나 큰 장점이 있다. 자동차 혹은 조금 더 느리게 가는 자전거를 탄다고 하더라도 풍광은 생각보다 빨리 지나간다. 순간을 잡아내기가 좀처럼 쉽지 않다. 그러나 도보여행은 빠르지 못하고 많이 못 본다는 점에서는 단점이라고 볼 수 있지만 숨은 매력을 발견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많은 장점이 있다. 인생은 속도보다 방향이 더 중요하다는 점에서 말이다. 


세상에는 쉽게 참을 수 없는 게 있는데 바로 목마름이다. 목마름은 쉽게 참기 힘들다. 그런데 길가에 이런 것이 있는데 게다가 오픈되어 있다. 마실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잠시 해본다. 꾸준히 흘러가는 물이라면 어쩌면 마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되지만 고여 있는 물이라면 조금은 다르다. 우선은 조금 참아본다. 

하동의 토지길은 토지를 쓴 작가 박경리의 흔적이 묻어 있어서 조성된 길이기도 하다. 젖줄이라는 섬진강을 따라서 걷는 길은 의미가 있다. 토지의 주 무대가 된 하동을 걷는 도보여행코스로 실제 배경이 되었던 평사리를 지나는 1코스와 요즘처럼 날이 좋을 때 꽃을 보면서 걷는 2코스와 3코스로 나뉜다. 

아직 벚꽃이 만개하지는 않았지만 하동의 악양면에 오면 이 한적함과 멋진 풍광이 너무나 마음에 든다. 무난한 코스는 최참판댁 입구에서 시작해서 최참판댁을 돌아 조씨 고가와 취간림 그리고 이곳 평사리 들판으로 걷는 코스가 있다. 곳곳의 모든 구간에서 섬진강을 만날 수 있는데 한강이나 대전과 충남을 흐르는 금강과는 다른 느낌이라서 좋다. 

우선 그리 낮지도 높지도 않은 언덕에 올라 악양면을 내려다보려고 올라간다. 무슨 바람이 이렇게 많이 부는지 그리 가볍지도 않은 필자가 날아갈 것 같은 느낌마저 든다. 정자 하나가 위에 있어서 도보여행을 하다가 힘들면 잠시 쉬어가라고 손짓을 한다. 그러나 도보나 산행을 하다 보면 쉼이 생각보다 다음 여정으로의 연결을 생각보다 어렵게 한다는 것을 알기에 잠시 마음을 거두어 본다. 물론 근래 시작한 요가라는 운동을 하다 보면 시간을 이렇게 길게 느끼게 만들 수 있구나라는 생각을 들게끔 한다.

멀리 지리산 자락이 보이고 악양면의 일부가 내려다 보이는 이 풍광을 보려고 이곳까지 올라왔나라는 생각도 들지만 뭐 한 번도 안 올라왔던 곳이라서 때론 이런 풍광도 좋다. 사람은 시도해야 새로운 것을 얻을 수 있으니 무엇이든 시도해보고 겪어봐야 하는 것이 가장 좋은 것이 아니겠는가라는 생각을 잠시 해본다. 

예전에는 소나무에 대한 별다른 생각이 없었는데 사시사철 푸르름을 가진 소나무는 어떤 화려한 나무보다 꽃보다도 더 묵직한 느낌이 든다. 항상 같은 모습을 보이는 사람을 만나는 것이 어디 쉬웠던가. 진실한 모습을 보여주는 사람이 항상 좋듯이 소나무가 필자에게는 그런 느낌이다. 화사한 벚꽃보다 때론 의미가 없어 보이는 부엉이 모양이 요즘 마음이 간다. 재물과 복, 행운을 가져다주며 집을 지켜둔다고 하는 부엉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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