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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Apr 04. 2018

모악산 벚꽃

산에 찾아온 봄내음

전국에 산이 얼마나 많은지 많이 다녔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생소한 산들이 있다. 완주의 자연경관이 빼어난 호남 사경 중 하나로 자리한 모악산은 호남평야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곳으로 1971년에 도립공원으로 지정된 곳이다. 전라북도 도립미술관이 있는 곳이지만 생각만큼 진입로의 규모는 크지는 않은 편이다. 특히 이맘때쯤 벚꽃 눈을 내리기 때문에 사람들이 그걸 보려고 이곳을 많이 찾아온다.


대전과 공주의 경계에 있는 계룡산도 벚꽃이 필 때면 찾아오는 상춘객들로 인해 인산인해를 이루는데 이곳은 진입로가 좁아 주말에는 상당한 정체를 일으킬 듯하다. 벚꽃길은 저 밑의 구이저수지에서부터 시작해 모악산의 입구까지 쭉 이어진다. 꽃에 대한 관심이 없어도 벚꽃은 그냥 보면 그 핑크빛의 화사함으로 인해 넋을 잃고 사진을 찍게 만드는 듯하다. 필자도 이곳에서 혼자 오신 분들이 찍어달라는 사진을 몇 장 찍어주었다. 카메라를 들고 있으면 사진을 잘 찍어줄 것 같은 생각이 드나 보다. 

모악산의 직접 내린 커피맛이 유명하다는 카페에서 커피를 한잔 받아 들고 위에 올라와서 사진을 찍어본다. 흐드러지게 핀 벚꽃과 저 멀리 보이는 구이저수지와 모악산이 이어지는 주변의 풍광을 보니 멋지다는 말만 나온다. 모악산은 어머니가 어린아이를 안고 있는 모양의 바위가 있어서 모악이라고 했다. 도읍으로 정하려다가 말았다는 계룡산 일대의 신도안과 더불어 풍수지리설에서는 모악산 부근도 명당이라고 부르며 피난처로 알려져 있는데 그래서 그런지 주변에 비슷한 종교들이 눈에 뜨인다. 

다들 셀카를 찍으랴 벚꽃을 쳐다보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모악산의 벚꽃은 이번 주에 절정을 이룬 뒤 다음 주부터는 많이 떨어져서 벚꽃의 향연을 누리기가 힘들 듯 보인다. 오늘 찾아와 보길 잘한 것 같다. 생각하면 바로 행동하는 것도 때론 괜찮은 듯하다. 

벚꽃만 보고 갈 수가 없어서 위쪽으로 조금 더 걸어올라온다. 벚꽃만 봄에 피는 꽃이랴 다른 봄꽃들도 많이 눈에 뜨인다. 봄꽃은 그런 것 같다. 피는 건 힘들게 피는데 지는 건 잠깐이면 지는 꽃이 봄꽃이다. 수행의 꽃이며 암향이 홀로 진한 매화, 물가에 피며 향기로 치면 두 번째라고 말하면 미안한 수선화, 노란 별꽃 같은 산수유, 흔하디 흔하지만 안 피면 서운한 개나리, 하얗게 눈부신 목련, 최근에 박람회를 가서 사려다가 그 비싼 가격에 놀란 꽃차인 복숭아 꽃등 참 많기도 하다. 

천천히 걸어서 올라가 본다. 누구와 함께하면 어떤 곳이 좋을지 먼저 와보는 것도 또 다른 즐거움이다. 모악산은 생각보다 걷는 길이 이쁘고 풍광이 좋다. 다른 산들과 다른데 진짜로 어머니가 아이를 안고 있는 느낌이 들어서 마음까지 따뜻해진다. 

지천에 핀 꽃이며 녹색의 새 생명들이 꿈틀대고 길은 걷기에 좋다. ‘엄뫼’라는 말이나 ‘큰뫼’라는 말은 아주 높은 산을 의미하는데, 한자가 들어오면서 ‘엄뫼’는 어머니산이라는 뜻으로 의역해서 ‘모악’이라 했다는데 임진왜란 때는 처영(處英)이 금산사에서 승병 1,000인을 일으켜 왜병을 무찔렀던 장거(壯擧)도 있었다고 한다. 

물의 색이 너무 좋고 졸졸졸 흘러내려오는 소리도 듣기가 좋다. 때론 자연이 만들어주는 이런 소리를 들어야 건강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잠깐 걸었는데 그것도 산행이라고 배가 출출해졌다. 모악산에서 유명하다는 모시송편을 하나 먹어본다. 모시송편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이가 있어서 이 기름기가 좔좔좔 흐르는 떡을 보니 생각이 난다. 

버섯 소고기 비빔밥도 하나 먹어본다. 오색의 향연이 그냥 눈으로만 보았을 뿐인데 입맛을 돌게 하는 것을 보면 역시 한민족의 음식은 현명한 조상들의 유산임에는 분명해 보인다. 점심을 대충 먹어서 그런지 한 그릇 깨끗이 비워본다. 

구이저수지는 모악 호수라고도 부르는데 구이저수지는 둘레길이 조성이 잘되어 있어서 시간을 가지고 오면 한 바퀴 돌아볼만하다. 구이면은 관광 측면에서 보면 많은 관광자원을 가지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봄이면 벚꽃이 활짝 피는 모악산 입구와 가을에는 감나무가 많아 멋진 풍광을 만들어낸다고 한다. 게다가 그 아래에는 이렇게 구이저수지가 있으니 생각나면 한 번쯤 오고 싶게끔 만든다. 

또 한 음식점을 찾았더니 괜찮다고 해도 한 그릇 먹고 가라며 다슬기수제비를 내어주신다. 한 시간 만에 식사를 두 번 하는 것은 정말 오래간만의 일이다. 하루 종일 땀을 어지간히 흘렸기 때문에 몸도 힘든데 에너지나 보충해볼까라는 생각에 한 그릇 더 먹어본다. 역시 배는 무지 부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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