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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Jun 05. 2018

문경을 담다

옛길 박물관

문경새재로 들어가는 관문에 조성되어 있는 옛길박물관은 문경의 역사와 전통 그리고 콘텐츠에 대해서 가장 빠르게 접할 수 있는 곳으로 문경을 오가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새겨져 있다. 옛길이라는 말에서 어원이 유추되듯이 문경의 옛길은 잘 복원되어 있고 사람들의 끊임없는 방문을 이끌어내고 있다. 


옛길 박물관은 입장료가 없는 무료 공간이니 언제든지 방문해봐도 좋다. 

문경새재아리랑은 문경만의 색채를 담은 우리의 고유문화다. 이곳에는 장장 500일에 걸쳐 한지 7,000장에 참여작가만 120명에 이르며 노랫말은 10,068수의 21세기 한국을 대표하는 기록유산이 있다. 

흙물의 연꽃은 곱기만 하다

세상이 흐려도 내 살 탓이지

아리아리 쓰리쓰리 아라리요 아리아리

얼쑤구 놀다가세

이곳에는 문경새재의 아리랑을 담은 수많은 기록들이 잇는데 1950년대 콜롬비아 레코드에서 발매한 7인치 EP 음반부터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유엔군에게 한정판으로 제작해서 판매한 희귀한 물건과 아리랑과 도라지는 콘셉트로 만든 작품들이 있다. 

예전에 사용하던 물건들이 전시되어 있는데 가장 흔하게 보는 홍두깨도 눈에 뜨인다. 


어릴 때 이런 성냥을 본 기억이 난다. 대부분의 가정집에 하나씩은 있었던 성냥은 사각형의 형태의 단순한 모양이었지만 매우 중요한 불 발생원으로 활용되었다. 지금은 집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1인 독거를 제외하고 많이 없어졌지만 옛날에는 많은 남자들이 집에서 담배를 폈다. 

이런 형태의 축음기는 오래간만에 본다.  1800년대 유럽에서 생산되어 대중화된 뮤직박스(오르골) 20여 종과 나팔 축음기, 포터블 축음기가 나왔고 이후에는  1920~30년대 제작된 캐비닛형 내장형 축음기가 나왔다. 

위층에 오면 문경새재를 관통하는 다양한 이야기들을 접할 수 있는데 특히 토끼비리 - 관갑천잔도에 전해오는 얘기에 의하면 고려 태조 왕건이 남정시에 이곳에 이르렀는데 길이 막혔다. 마침 토끼가 벼랑을 타고 달아나면서 길을 열어주어 진군할 수 있었으므로 토천이라고 불렀다고 기록이 되어 있다고 한다. 

이렇게 낭떠러지가 이어지는 길은 비리라고 하는 문경 방언인데 아래에 강이 흐르거나 해안을 끼고 있는 곳을 말하며 벼랑과는 구별된다. 잔도는 나무 사다리 길을 말하며 천도는 하천변의 절벽을 파내고 만든 벼랑길을 말한다. 이 길 위에 새겨진 발자국들은 수많은 사람들의 벼슬길로 가는 길목에 남겨져 있는 흔적이다. 

조금 큰 거상인 부상과 작은 상인인 보상이 모여 만들어진 보부상 혹은 부보상들은 엄격한 규율이 있었다고 하는데 그들은 이렇게 문서로 인증을 받았다. 워낙 먼 곳을 오가던 사람들이라서 그 규율이 매우 엄격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문경새재를 넘어서 벼슬길에 오르려고 했던 사람과 대다수의 떨어진 이들은 낙방 길로 이곳을 지나갔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이 절망과 좌절 속에 귀향길에 오르지는 않았다고 한다. 세상을 두루 유람하며 돌아다닌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문경새재는 그들의 통과 길이자 인생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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