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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Jun 17. 2018

오타쿠의 천국

CO-OP Broadway

어떤 것에 빠져서 좋아한다는 것은 제어가 가능한 범위 내에서는 긍정적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제어가 안되면서 현실과 괴리가 되기 시작하면 문제가 생겨난다. 만약 경제생활을 하지 않는다던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문제가 생긴다면 그건 조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일본의 도쿄에 가면 특정 캐릭터를 좋아하고 수집하는 오타쿠들의 공간들이 적지 않다. 그중에 CO-OP Broadway는 애니메이션이나 영화 등에서 보는 캐릭터 피겨가 많은 곳이다. 


대부분이 가타카나로 쓰여 있는 형형색색의 간판들이 먼저 눈에 뜨인다. 군데군데 일본의 음식점들이 눈에 뜨이는데 일본은 24시간 영업을 하는 음식점들이 적지 않다. 그렇다고 해서 한국의 24시간 운영하는 음식점의 음식 수준이 아니라 퀄리티가 나쁘지 않다. 

우선 배가 고프니 이곳의 한 중식 요릿집에 들어가서 자판기에서 적당한 메뉴를 선택하고 지불을 했다. 생각보다 양이 상당히 많은 편이다. 배가 덜 고팠는지 아니면 일본에 와서 중식요리를 먹어서 입맛이 당기지 않아서 그런지 몰라도 남겼다. 

밥을 먹었으니 이제 다시 한번 건물 내부를 둘러본다. 보행자 전용몰의 형태로 만들어져 있는 이곳에는 전자제품을 비롯하여 각종 코믹북을 파는 가게와 피겨 전문점등으로 구성이 되어 있다. 한 때는 상당히 유명했던 곳으로 보이는데 지금은 2층이나 3층에 올라가면 빈 점포들도 간간히 눈에 뜨일 정도다. 

오타쿠의 천국이라고 불릴 만큼 정말 많은 캐릭터들이 이곳에 있다. 처음에 이곳을 오면 조금 어리둥절할 정도로 많은 볼 것들이 있어서 조금은 정신이 없다. 

필자만 그런 느낌을 받았는지 몰라도 그냥 오래된 미래도시 같은 분위기다. 일본 특유의 간판들도 그렇지만 구석구석에 놓여 있는 고풍스러운 물건들은 시간이 지나도 이곳에 계속 남아 있을 것 같다. 그러니 미래를 미리 갔다 온 것과 다를 것이 있을까. 

캐릭터에 생명을 부여하는 일을 가장 잘하는 나라가 일본이다. 미국은 히어로를 성공적으로 잘 만들어내는 능력이 있다면 일본은 캐릭터에 생명을 부여한다. 

은하철도 999에서의 실물 사이즈의 메텔이다. 긴 금발과 긴 속눈썹에 극단적으로 마른 몸이 메텔이다. 까맣고 따뜻해 보이는 털모자와 까맣고 길어서 몸을 완전히 가리는 코트, 까만 부츠를 신고 까만 가방을 손에 들고 다닌다. 아름답고 연약해 보이는 외모와 달리 총도 잘 쏘고 격투에도 능한 캐릭터다. 그녀가 까만 옷을 입고 있는 것은 기계화로 인해 수많은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상복이기 때문이다. 악인지 선인 지도 모호하고 미스터리 한 캐릭터다. 


“나는 청춘의 환영, 젊은이에게 밖에 보이지 않는 시간의 흐름 속을 여행하는 여자.”

다시 밖으로 나와서 길가를 배회하면서 돌아다녀 본다. 

저녁에 영업을 하기 위해 내장과 고기를 손질하느라 분주한 곳이다. 

지하철역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의 상점가를 들어가 본다. 일본은 어디든지 가더라도 맛의 기본은 보장이 된다.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이날 저녁은 초밥으로 먹어보기로 한다. 한국돈으로 12,000원 정도면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다. 


지하철을 타고 숙소로 돌아가기 전에 한 야끼도리 집을 들어가 본다. 

조금 짠 것이 흠이긴 하지만 야끼도리의 맛이 꽤나 좋다. 시간 있으면 야끼도리를 만들어보고 싶기는 하지만 숯불이 문제라 조금 고민이다. 무언가에 빠지는 것은 좋다. 그리고 그것이 생산적이라면 더욱더 좋다. 자신만의 세상을 만드는 것은 자신만의 아머를 만드는 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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