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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Jun 17. 2018

요리

집안일이란 게 있을까. 

회사에서 하는 업무는 일이긴 하지만 집안일을 일이라고 볼 수 있을까. 청소나 뒤치다꺼리는 시간이 소모가 되는 일쪽에 가깝긴 하다. 그러나 사랑하고 좋아하는 사람을 위해 음식을 하는 것을 일이라고 할 수 있을까. 최근에 음식을 하면서 누군가가 맛있게 먹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최근에 학교 동창과 모임이 있었는데 다들 요리를 한다는 말에 남자가 왜 그런 것을?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심지어 그 자리에 온 모든 친구들의 와이프 중 단 한 명도 혼자서 김치를 담가 본 적이 없다고 하다. 두려워서 일까. 멍하게 거실에서 영화를 보고 있다가 오래전에 읽은 책이 눈에 들어왔다. 그때는 그냥 서평을 하기 위해서 내용만 파악한 책이 지금에는 와 닿는다. 


"요리하는 남자는 무적이다."


뭐 이런 말도 안 되는 소리가 있을까란 생각을 했었는데 머리가 좋고 월등하게 유능한 사람 중 요리를 아예 시작을 안 했으면 몰라도 요리를 잘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밥을 잘해서 볶으면 더 좋겠지만 귀찮다면 요즘 햇반도 잘 나오니 전자레인지에 잘 돌린 다음 볶음밥을 만들어 먹으면 좋다. 총각김치가 너무 많이 익어서 애매 해질 때 어떻게 먹어야지 고민이 된다면 이렇게 볶음밥을 만들어 먹으면 좋다. 먹기 좋게 푹 익은 총각김치를 잘 다진 다음 파프리카와 베이컨 그리고 간은 소금이 아닌 잘 담근 된장 조금이면 된다. 최근에 지인이 준 맛있는 된장이 있어서 간을 맞추어 본다. 

소금, 설탕 같은 것을 하나도 넣지 않고 만든 볶음밥이다. 개인적으로 맛이 괜찮다. 된장의 고소한 맛이 밥알과 파프리카 등에 배어 있다. 고추장보다 된장을 선호하는 이유는 깔끔한 뒷맛 때문이다. 고추장은 재료 본연의 맛을 숨기는 대신 그냥 적당한 맛을 느끼게 해준다. 

오래간만에 이 책을 꺼내서 읽어 본다. 누구한테 요리를 배워본 적은 없지만 요리가 재미있다는 것은 안다. 세상에 못하는 것보다는 할 줄 아는 것이 좋다. 요리는 자신만이 아닌 다른 사름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어서 더 시너지 효과가 크다. 신사의 품격의 요건 중에 요리는 무조건 들어가야 한다. 하는 일이 일인지라 제철 채소나 제철 생선과 나오는 것들을 잘 안다. 이것은 요리를 하는 데 있어서 상당한 강점이다. 

어느 정도는 계량해서 요리를 하긴 하지만 모든 것을 철저하게 하지 않는다. 그냥 재료를 보면 어느 정도를 넣으면 어떤 맛이 날지가 상상된다. 그리고 대부분은 그 맛을 만들어낸다. 최근에 김치를 담글 때는 기막힌 맛을 낼지 알았는데 그 정도까지는 도달하지는 못했다. 그냥 음식재료를 보면 상상이 되는 것이 조금 특이하다. 그만큼 글을 많이 쓰고 맛을 보았기 때문인지 모르지만 아무튼 그렇다. 이 책의 저자인 후쿠모토 요코는 자신의 경험상 요리할 줄 아는 남자가 일도 잘한다는 것을 확신하고 있다. 

저자는 자신이 만났던 능력 있는 사람은 일과 관련 없는 부분에서도 핵심적인 기술을 터득해서 자기 업무와 연관 짓는 능력이 탁월하다는 것을 연신 경험했다고 한다. 사진을 찍기 위해 세팅을 위한 접시를 제외하고 최소한으로 접시를 활용하는 편이다. 요리를 하고 무언가 잔뜩 쌓여 있는 것을 보는 것은 무언가 불편하다. 

누군가를 위한 요리는 결국 자신을 향해 돌아온다. 한 번 요리를 시작하면 시간과 상관없이 감은 둔해지지 않는다. 총각김치를 처음 해본 것이 2월이었는데 배추김치를 담은 것은 6월이었다. 혹시나 양념을 만드는 데 있어서 조금 서투르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뭐 그런 것 같지는 않다. 

개인적으로 요리를 할 때는 시장에서 꼭 필요한 만큼만 사는 것을 원한다. 주로 요리를 잘 하시지 않는 분들이 한꺼번에 잔뜩 사서 냉동고나 냉장고에 쟁여두는 경우가 많은데 맛있는 요리를 하기 원한다면 필요할 때 조금씩 사는 것이 좋다. 그래서 마트보다 시장을 선호하는 편이다. 시장에 서서 묶음 상품이라고 하더라도 1,000원어치만 따로 살 수 있다. 물론 난감해하시는 상인분들에게 미소가 필요하다. 그리고 말만 잘하면 아주 조금만 필요한 것도 어렵지 않게 얻어낼 수 있다. 


요리는 남녀를 떠나서 누군가에게 행복을 선사할 수 있는 가장 유효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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