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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Jun 11. 2018

김치

식재료의 조화란 무엇인가. 

이제 부모의 세대들이 뒤편으로 물러나고 나면 김치를 제대로 담글 수 있는 사람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지난번에 총각김치에 이어 배추김치에 처음 도전해 본다. 보통 사람들은 도전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실패라는 것에 대한 근본적인 두려움이 있다고 할까. 뭐 맛이 없으면 어때 하면서 시도해본다. 해주는 음식을 누군가가 맛있게 먹는 것이 행복하면 그것으로 그만이다. 마치 여행을 가듯이 장을 보는 것부터 시작한다. 이번의 김치는 시원하게 담그기 위해 기존의 오젓 말고 보리새우를 살 생각이다. 


강경시장은 젓갈의 다양성이 가장 많이 있는 곳으로 웬만한 젓갈은 이곳에서 모두 구입할 수 있다. 내륙의 시장에도 젓갈을 파는 곳이 있긴 하지만 강경만큼 다양하기는 힘들다. 전국에 있는 젓갈이 대부분 모여드는 강경은 바다를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곳이다. 

이 봉지에 들은 것이 바로 보리새우다. 보리새우는 일명 뎃데기 젓으로 하품으로 값이 저렴하고 그냥 먹기에는 조금 힘들다. 그래서 김치를 담글 때는 갈아서 넣어야 한다. 유월에 나서 가장 맛이 좋은 육젓만의 매력이 있고 5월에 나서 오젓도 무난하다. 가을에 나는 추젓은 염장이 조금 적어서 덜 짜게 먹으려면 추젓을 권해본다. 

1kg에 20,000원이라고 해서 그렇게 많이는 필요 없고 500g만 구매했다. 500g도 작은 통으로 가득 찬다. 언제 무엇을 해 먹어야 할지 고민이 될 정도로 많이 남았다. 식재료가 남으면 무언가 요리를 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것은 나뿐일까. 참고로 우리나라에서 많이 활용되는 새우 종류는 대하, 분홍 새우, 꽃새우, 참새우, 보리새우 정도다. 

김장철에는 이런 건고추를 보는 것이 쉽지 않지만 지금 김치를 담글 때 저 건고추를 물에 살포시 담갔다가 양념을 만들 때 같이 믹서기로 돌려서 만들면 좋다. 김치는 참 희한한 식품이다. 한국인의 밥상에서 없어서는 안 될 음식이기도 하지만 여러 식재료가 만들어내는 조화가 있어야 제대로 맛이 난다. 음식 오케스트라가 있다면 대표적인 것이 김치 교향곡일 것이다. 태양초의 경우 빛깔이 곱고 윤기가 나며 껍질이 두꺼운 것이 좋은데 고추를 들어 냄새를 맡았을 때 매운 냄새나는 것이 좋다. 

먹태의 일부를 얻어와서 육수를 내본다. 까나리 액젓도 넣긴 하겠지만 이렇게 먹태나 멸치로 육수를 낸 것을 양념에 넣어도 좋다. 보통 안주로 잘 먹는 먹태와 짝태가 있는데 짝태의 경우 양념을 해놓은 것이기에 육수를 내면 짜질 우려가 있다. 

이번에 절이는 것부터 해보니까 절임에서 기본이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보게 된다. 처음 하는 사람들은 이 절임이 생각만큼 쉽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래서 그냥 잘 절여진 절임배추를 구입하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신파를 좋아하는 국민정서상 김장을 하면서 모이는 가족의 정 같은 것을 강조하지만 아무래도 좋다. 그냥 공장 김치들의 특색 없는 표준화된 맛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을 뿐이다. 소통은 굳이 김장을 같이 하면서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지는데서 생겨난다. 

소금으로 김치를 절이면서 얼마나 우러났는지 본다. 나쁘지 않다. 국물을 맛보니 담백하니 잘 스며들면 감칠맛을 낼 수 있어 보인다. 

배추가 소금에 절여지면 이렇게 흐물흐물해진다. 그러면 세 번 정도를 씻어서 물이 빠질 때까지 3시간 정도를 놔둔다. 큰 배추는 수확시기를 놓친 것이고 작은 배추는 익기 전에 수확한 것으로 입을 뜯어먹었을 때 맛이 고소하면서 중간 크기로 묵직하고 단단하면서 아래 흰 부분에 탄력이 있는 것이 좋다. 

역사 속에서 무는 6,000년 전 이 집에서 먹었다는 기록이 있는데 껍질이 희고 고르면서 무청이 달려 있던 부분이 싱싱한 푸른색이면서 매운맛이 적으면서 달달한 것이 좋다. 기본재료만 다듬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들어간다. 손이 빠른 편이긴 하지만 식재료를 다듬는 도구들이 적은 것이 조금 아쉽다. 

잘 다듬은 것을 이렇게 비빔 양푼이에 담아본다. 지난번에 맨손으로 총각김치를 담갔다가 손이 매워서 혼났기에 이번에는 투명한 1회용 장갑을 끼고 요리를 한다. 

아쉽게도 지난번에는 풀을 쓸 때 성공적이었는데 이번에는 밥으로 풀을 만드는 것을 추천해준 분이 있어서 그걸로 했던 것이 조금 아쉬운 부분이었다. 한 포기만 할 것이라서 밀가루나 찹쌀로 풀을 쑤는 대신에 밥으로 했다. 

아까 절여진 배추를 비빔 양푼이에 담아서 배추의 속에다가 넣었다. 이제 조금은 익혀질 것 시간이 필요하다. 다음에 담글 기회가 있다면 명태 머리, 표고버섯 등으로 푹 끊여서 감칠맛을 더하는 김치를 담가 보는 것을 시도해보려고 한다. 

자 김치를 담그고 난 비주얼은 이렇다. 이제 이 김치와 어울릴 수육을 만들어 봐야겠다. 겉절이 부분을 떼내서 수육과 먹을 만큼 빼내 본다. 

김치를 가져다 주기 좋게 잘 정리해서 담아본다. 맛은 살짝 매콤하면서도 그냥 겉절이가 가진 날 것의 느낌이 나서 좋다. 

목살 부위로 사려고 하다가 목은 돼지가 항생제등을 잘 맞는 부위라고 지인이 말해서 삼겹살로 구입했다. 그리고 된장, 마늘, 대파, 양파, 월계수 잎, 통후추, 조림간장, 청주 등을 준비했다. 통후추가 생각 외로 돼지수육의 맛을 더해준다. 센 불로 30여분을 끓인 후에 20여분은 중불로 끓이고 10분은 뜨거운 기운을 고기 속 구석구석에 전달하기 위해 남겨둔다.

집에 통후추가 있는 통이 두 개 있었는데 어느새 이것뿐이 안 남았다. 누가 이 통후추를 다 썼을까. 후추를 사용할 때는 갈아놓은 후추보다는 통후추가 맛이 더 좋다. 

자 준비된 재료들을 모두 냄비에 넣었다. 만약 생강은 누린내를 없애주기에 사용하는데 통후추와 월계수 잎이 있으면 굳이 넣어줄 필요는 없다. 

재료가 신선할수록 고기의 맛은 더해진다. 각종 재료가 고기로 모두 스며들어가기 때문에 수육을 삶을 때는 시간도 중요하지만 재료의 궁합도 상당히 중요하다. 

한 시간여를 끓이고 나서 살짝 식힌다. 수육을 만들고 나서 남은 육수를 잘 활용하면 돈코츠 라멘과 비슷한 맛을 내는 음식을 만들 수 있다. 

630g 정도를 구매했는데 양이 얼마 많지 않은 것 같다. 보통 목살은 근섬유질이 많은 부위라서 섬유의 방향과 수직방향으로 썰어주지만 삼겹살은 그냥 보이는 대로 썰어주면 된다. 

딱 먹기 좋은 두께인 0.5cm 정도의 간격으로 썰어주었다. 수육을 한 점 들어서 먹었는데 비계와 담백한 부위의 조화가 괜찮다. 부드럽게 잘 삶아졌다. 

자 이제 김치의 겉절이 위에다가 잣을 뿌려주었다. 잣과 겉절이 그리고 수육을 같이 먹으면 조금 더 고소하게 만들어주는 효과가 있다. 온갖 재료가 한데 어우러지고 버무려지면서 내는 조화의 맛인 김치와 질 좋은 국산 돼지로 만든 수육이 만나 음식의 맛이 상승되었다. 


여행이 준비하는 동안이 더 즐거워지듯이 음식 역시 준비하는 과정이 즐겁다. 먹는 것은 내 몫이라기보다는 먹여주고 싶은 당신의 몫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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