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의 비밀스러운 삶

삶을 영위하는 소들의 이야기

인간은 자신들만의 잣대로 모든 것을 평가한다. TV에서 동물 프로를 다룰 때 동물을 꼭 인간 나이로 환산한다.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 그냥 동물대로의 의미가 있고 가치가 있기에 인간 기준으로 판단할 필요가 없다. 인간의 평균 수명이 늘어난 것은 환경의 청결함도 있지만 예전보다 물질이 풍요로워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 책의 저자 로저먼드 영은 소를 비롯한 돼지, 양, 닭 등과 생활하면서 자급자족하는 삶을 살아왔다. 그러면서 동물에게 각각의 캐릭터를 부여하고 살펴보았다. 그중에서 중심이 되는 이야기는 명랑한 소들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지 못했던 소들의 엉뚱한 일상을 엿볼 수 있다.


사람에게 부모가 필요한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자신이 지금까지 쌓았던 경험을 넘겨주는 데 있다. 비록 DNA에 인간이 진화해오면서 축적된 경험이 이어지겠지만 사회생활에서 필요한 정보의 기초는 부모에게 물려받는다. 동물 역시 그렇다고 한다. 우리가 좋아하는 치킨의 재료로 사용되는 닭은 태어나자마자 케이지에 갇혀서 얼마 안 되는 시간을 자라다가 죽는다. 어미 닭에게 무언가를 물려받을 시간 따윈 없다. 문제는 그 과정 속에서 질병에 대항할 저항력을 점차 잃어버린다는 점이다. 대량살상을 일으키는 질병에 저항력이 원래 있었지만 암탉에서 병아리로 이어지는 과정 속에 생략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소 역시 그렇고 돼지도 그렇다. 인간은 치명적인 질병을 초래하는 기막힌 재능이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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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 임금이 최저의 생활을 보장하듯이 소들 역시 맑은 물과 좋은 먹이가 있고 쉴 수 있는 장소가 있는 생활을 좋아한다. 알맞은 생활환경에서 살 때 스스로 똑똑한 판단을 내릴 수 있듯이 사람 역시 다음을 기약할 수 있는 시간적 경제적 여유가 있을 때 미래가 있는 삶을 생각할 수 있다. 저자는 짐승들과 공존하는 삶을 살아왔고 지금도 그런 삶을 자신이 누리듯이 짐승들도 누릴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더 많이 먹고 더 많이 누리는 것까지는 좋지만 건강하게 살 수 있으려면 우리가 식량으로 삼고 있는 동물들의 생활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개를 식량으로 삼는 것에 대해 극렬하게 반대하는 이들은 소나 돼지의 권리에는 사실 그렇게 큰 관심은 없다. 그들에게는 개들만 중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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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서 태어나 자란 필자는 소를 가까이서 지켜볼 기회는 지방으로 촬영을 갈 때다. 가까이서 바라보고 지켜보긴 했지만 장시간을 그래 본 적은 없다. 그렇지만 좁은 환경에서 생활하고 있는 소들과 비교적 열린 환경에서 자라고 있는 소들과의 차이는 미묘하게 느낀다. 그렇지만 저자처럼 소가 어떤 습관을 가지고 유머감각까지 지니고 있는 것 까지는 알지 못한다. 자신이 기르고 있는 소들에게 때론 휴가까지 주는 것을 보면서 참 세상에는 별별일이 많이 있구나라는 생각도 한다. 저자는 소는 물론 양, 돼지, 닭 모두 개성적인 존재이며 지구 상의 모든 생명체는, 설령 지금껏 주목받지도 연구되지도 언급조차 되지 않았더라도 모두 개성적인 존재로 인정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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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랫 햇이 엄마와 같이 있으면서 풀 먹는 법도 배우고 서서히 무리와도 익숙해지고 친해져야 하긴 했다. 그렇지만 아직 블랙 햇이 너무 약해서 그 과정을 바로 본격적으로 시작할 수는 없었다."


가끔 우유도 먹고 지인이 준 인삼우유도 마시긴 한다. 그런데 젖소마다 우유의 맛은 모두 다르다고 한다. 원산지와 로스팅 스타일에 따라 커피맛이 달라지듯이 말이다. 스트레스받고 마치 우유 생산공장처럼 다뤄진 젖소의 우유가 사람에게 좋을까라는 생각을 가끔 해볼 때가 있다. 동물을 행복하게 해 주고 타고난 본능에 따라 살게 하는 일은 도덕과 윤리의 측면에서가 아니라 경제적인 면에서도 더 가치가 있다고 한다. 행복한 동물이 더 빨리 자란다고 한다.


이제 월드컵을 보면서 응원할 일이 별로 없겠지만 즐겨 먹는 치킨의 재료로 사용되는 닭들은 집약 환경에서 부자연스러운 살며 항생제를 먹고 살이 빨리 찌게 하기 위해 개량되었기에 뼈가 몸을 받치지 못하면서 두 다리로 잘 서지 못한 채 암모니아에 절인 똥 위에 앉아서 자라다가 우리의 간식상에 오른다.


책에 끝에는 저자가 경험한 소, 닭, 돼지, 양에 대해 알아야 할 스무 가지가 기술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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