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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Jul 29. 2018

Water Babies

물속에서 그려지는 동화

일과 연관되어 있어서 사진을 찍기는 하지만 사진이 아닌 글이 주인공이고 사진은 어디까지 조연의 역할에 머물러 있었다. 그런데 천안예술의 전당의 미술관에서 만나본 제나 할러웨이의 '워터 베이비'전을 보고 나이 사진이라는 세계에 대한 또 다른 색다름을 알게 된다. 땅에서는 중력이 있기 때문에 자유로운 모습을 연출하는 것은 한계가 있지만 수중에서는 다르다. 대신 수중에서는 사진 촬영에 제약이 따른다는 점이 있다. 


천안 예술의 전당에서 열리는 전시전은 J.R. 톨킨보다 앞선 시대를 살았던 영국 판타지 소설의 아버지라는 찰스 킹즐리의 소설 '물의 아이들'에서 영감을 받아서 제작된 수중동화라고 한다. 부제는 '육지 어린이를 위한 옛날이야기'로 빅토리아 시대에 만연했던 어린이들의 가난과 노동문제, 교육 등의 사회 문제 등을 담았다. 동시에 비슷한 이야기를 담았던 소설로 찰스 디킨스의 '올리버 트위스트'가 있다. 

물의 아이들이라는 작품은 진화적인 관점에서 쓰인 소설이다. 착취당하던 10살의 톰은 폭력과 가난에서 도망치다가 물에 빠지게 되는데 물에 적응하면서 새로운 존재로 거듭나게 되고 인간으로서 살았던 기억을 잊고 세계의 곳곳을 여행하게 된다. 그러던 과정 속에서 다양한 존재를 만나고 여러 경험으로 성숙해진 후 멋진 신사로서 살아가게 된다. 지금도 제 3세계 국가의 아동 노동 착취가 문제가 되고 있지만 19세기에는 만연해 있었던 사회문제였다. 

톰의 어깨에는 주름진 레이스 같은 것이 달려 있는데 시냇물 요정들이 톰을 물의 아이로 바꾸어주면서 톰의 피부가 변한 것이라고 한다. 바다엔 실 수 없을 만큼 많은 물의 아이들이 있다는 작가의 생각은 많은 예술가들에게 영향을 미쳤다. 워워 고블의 일러스트에서도 다양한 모습으로 등장하며 작품으로 탄생했다. 


"세상에서 가장 놀랍고 가장 강한 것들은 아무도 볼 수 없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물속에서 자유롭게 표현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아름답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물속에서 숨을 참아가면서 저 모습을 연출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을 기다렸을까. 그녀는 물을 즐거워하지 않는 아이들의 사진을 찍지 않는다고 한다. 태생적으로 인간 역시 물로 돌아가려는 성향이 있다. 인간 역시 물에서 진화했고 물에서 태어나기 때문이다. 

"물속에서 눈을 뜬 톰의 어깨춤에는 아름다운 아가미가 달려있었고, 톰은 9.85cm로 작아져있었다. 물속 요정들이 톰을 '물의 아이'로 바꿔 준 것이었다. 톰은 물에서의 기억은 잊은 채로 물의 아이로 다시 태어난 것이었다. 이윽고 톰은 다른 물의 아이들을 찾아 나서기로 결정했다. 더 넓은 바다에 가면 반드시 친구들을 만날 수 있으리라!"

제나 할러웨이는 모든 사진을 실제 모델을 통해 찍었다. 그녀가 연출한 사진 중에 '남한테 한만큼 너도 받으리'요정은 톰을 따스하게 안아주며 이런 말을 한다. 진정한 사랑과 가르침을 받은 톰은 더 이상 배고프지도, 슬프지도 않은 행복한 '물의 아이'가 된다.


"나는 스스로 진실을 고백하는 사람은 누구나 용서한단다." 

제자 할러웨이에게 물은 캔버스이며 빛은 물감이라고 한다. 1973년 바레인에서 태어난 그녀는 어머니에게 선물 받은 수중 카메라 덕분에 수중사진의 세계에 들어가고 스쿠버 안내자로 활동하면서 수중촬영의 기법을 독학으로 익혀 나갔다고 한다. 

수중사진이 다큐멘터리나 특정 분야를 제외하고 예술로서 자리매김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는 않았다. 오랜 시간 꾸준한 연습을 통해 자신만의 고유한 방식을 만들어낸 그녀는 지금은 전 세계의 매거진과 광고에 자신의 사진을 실으며 국제적인 명성을 쌓았다. 

2층이 동화적인 세계를 보여주었다면 3층은 상업적인 느낌과 동시에 성인들이 좋아할 만한 작품이 전시가 되어 있다. 물속에서 선이 아름다운 여성의 모습을 연출하기도 하지만 남성과 작업하는 것도 마다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수중사진의 촬영에는 메커니즘적 한계가 따른다. 수중촬영을 하기 위해서는 육지에서 필요하지 않은 고도의 스쿠버 실력과 모델과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주도할 수 있는 능력까지 갖추어야 한다. 

그녀의 작품들을 보면 마치 뮤지컬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창의적인 공간의 연출과 기획력을 통해 몽환적이고 신비로운 장면을 연출해 내었다.  지상에서 이루기 어려운 작품사진들이 수중에서 발견할 수 있는 특별한 매력이 사진 속에서 느껴진다. 

6시간의 세팅, 9명의 스태프들과 7대의 카메라, 8시간 동안 1,468컷의 촬영, 57초간의 숨 참기로 얻어진 완벽한 작품부터 그리스 신화에서 아름답고 매혹적인 노래를 불러 선원들을 유혹해 파멸을 시켰던 사이렌의 모습까지 다양한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물속을 다양하게 헤엄치며 다니는 다이버들의 모습에서 자유와 편안함을 볼 수 있다. 

이런 아름다운 모습을 연출하기 위한 방법은 영화에서 본 기억이 있다. 영화 300에서 신탁에서 메시지를 전하는 여성의 모습이 바로 물속에서 촬영이 된 것이다. 몽환적이면서 자유롭고 신화적인 모습을 연출하는데 물속만큼 좋은 곳이 없다. 

제나 할러웨이의 작품 중 '엔젤시리즈는 2014년 현대판 메디치 라 불리는 슈퍼 컬렉터 찰스 사치의 컬렉션에 추가되면서 세계적인 화제가 되었으며 예술성을 인정받는 동시에 세계적인 주목을 받게 된다. 

창조적인 행위를 하기 위해서는 경계를 넘어서는 최소한의 시도가 필요하다. 무언가 새로운 것을 창조하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한데 오랜 시간 자신만의 분야를 개척하기 위해 용기를 낸 그녀의 작품 속에서 아름다운 색감이 묻어 나온다. 


"결정적인 순간을 포착하기 위해 기다린 긴 시간은 그로 인해 얻을 수 있는 단 한 장의 사진과 동일한 가치를 지닌다." - 제나 할러웨이


The Water Babies

제나 할러웨이 사진전

2018.07.13 ~ 9.16

천안예술의 전당미술관

10:0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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