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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

튀긴 음식을 만드는 일

요리도 일이라고 생각하면 일이 되어 버린다. 음식에서 일을 과학적으로 명확하게 정리하기가 힘들지만 굳이 표현하자면 이렇게 표현이 될 수 있다. 재료에 레시피(R)를 주어 나름 레시피의 조합으로 조리(C) 되었을 때 한 요리(Food) F = RC이고, 단위는 Flover(맛)이다. 레시피는 비슷할 수 있지만 사람의 정성과 능력에 따라 조리의 정도는 다르다. 그렇기에 결과적으로 맛도 달라진다. 일은 힘들 수도 있고 보람이 없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것을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삶의 질은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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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기름에 튀겨서 뒤처리가 조금은 귀찮은 치킨이 만들고 싶어 졌다. 그것도 나만의 레시피로 말이다. 치킨을 주문해서 먹는 일이 일 년에 5번도 채 안 되는 필자는 치킨을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치킨을 만들고 싶어 졌다. 재료의 양은 사람마다 다르니 준비한 것을 보면 아래와 같다.

밑간 : 맛술, 후추, 파슬리(요즘 안 끼는 데가 없다.), 소금 약간, 칠미

소스 : 꿀, 버터, 마늘, 청양고추, 마늘 볶은 가루

주인공 : 닭 한 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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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사온 닭을 먹기 좋게 조금 더 잘라내고 밑간이 잘 스며들 수 있도록 칼집을 낸다. 살아생전에 닭을 이렇게 손질하게 될 것이라는 생각은 해 본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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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만하면 요리는 맨손으로 하는 편인데 이번에는 위생장갑을 끼고 아까 말한 밑간을 적당량을 넣어서 조몰락 조 몰락하면서 버무려 준다. 그리고 한 20분 정도를 재워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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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소스를 만들기 위한 손질이다. 마늘과 청양고추를 잘 다진다. 버터를 사용할 것이기 때문에 느끼한 맛을 잡아주기 위한 재료는 필수적이다. 재료는 칼질에서 조금씩 맛이 좌우되기 시작한다. 맨 처음에 말한 것처럼 맛은 조리를 곱하기 때문에 조리의 질이 낮아지면 결과적으로 맛이 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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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에 밑간이 배이고 있을 때 다른 프라이팬에 소스를 만들기 위한 밑 작업을 시작한다. 일은 사람을 만드는 과정에서 필수적이다. 사람이 일을 최대한 안 하려고 하고 회피하면 결과적으로 더 나은 자신을 만들 수 없다. 집안일 역시 그 연장선상에 있다. 누가 더 많이 하고 덜하고 가 아니라 자신의 행위를 투입함으로써 객체는 주체적 형태로 변화시킬 수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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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시간이 지나고 적당하게 밑간이 배어든 것처럼 보인다. 이제 먼저 튀김을 할 시간이다. 튀김은 7~8분 정도 튀겨주어야 닭이 익을 수 있는데 집에서 하면 치킨집에서 튀기는 것처럼 잘 튀겨지지는 않는다. 그래서 손이 많이 가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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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조미된 닭에 튀김옷을 얇게 입혀보았다. 요리도 어떻게 보면 생산의 일종이다. 요리를 하는 사람은 일정한 방식으로 조리를 하며 생산된 음식이 만들어진다. 그리고 먹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먹여주고 싶은 사람이 맛있게 먹을 때 또 다른 가치가 생겨난다. 요리의 기본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의 고리 역할을 수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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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브유로 닭을 튀기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상당히 덥다. 온도가 올라간 기름에서 나오는 열기가 이 더운 여름을 더 따뜻하게 만들어주고 있다. 그리고 집안에는 훈훈한 닭튀김의 냄새가 지금도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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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튀겨진 닭을 기름이 빠지도록 채반(사실상 채반도 아니지만)에 올려놓고 잠시 기다려본다. 10분쯤 기다렸을까? 아까 본 소스를 넣은 프라이팬을 다시 가열하기 시작했다. 그 소스는 그냥 찍어 먹어보았는데 맛이 괜찮다. 달달하면서도 독특한 냄새가 나는 소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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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렇게 한 마리의 닭이 새롭게 탄생하는 순간이 왔다. 과연 맛이 있을까 반신반의하면서 한 조각을 먹어보았다. 소스의 맛과 닭의 맛이 잘 조화롭게 서로의 밸런스를 맞춘 느낌이다. 개인적으로 퍽퍽 살(운동하는데 근육에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싫어한다.)은 잘 먹지 않지만 소스 때문인지 칼질 덕분인지 몰라도 먹을만했다. 아무리 운동을 하더라도 도시의 수도승같이 사는 것은 바람직하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요리하는 일과 먹는 일은 사람에게서 떼려야 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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