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생을 사서 해보는 일
김치를 몇 번 담가보기는 했지만 김장이라고 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런데 이번에 그 경험을 직접 해보았다. 역시 김장은 혼자 하기에는 버거운 일이었다. 특히 요즘 나오는 배추는 알도 실하지만 크기도 커서 그 양을 예측하기가 쉽지가 않았다. 직접 해보니 양이 정말 상당했다. 배추가 이렇게 큰 것을 사는 것은 모험이기도 하지만 김장이라고 할 정도의 양이 나왔으니 만족하지만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들어갔다.
한국에서는 11월 말에서 12월 중순까지 가족들이 모이는 중요한 행사로 김장이 있다. 우선 김치를 담그는 것이 쉽지 않으니 모이는 의미도 있지만 김장에 상당한 힘이 들어가니 노동을 나누어서 한다는 의미도 있다. 김장을 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지만 생각보다 어렵지도 않다. 이번에 사 온 배추는 가장 큰 배추로 특대라고 보면 된다.
김치는 참 재미있는 음식이다. 시중에서 파는 규격화된 김치는 정해진 맛 이외에는 맛을 낼 수가 없지만 매번 재료를 다르게 해서 만든 김치는 하루하루 다른 맛을 내는 김장김치는 오묘한 맛을 내는 우리만의 맛을 표현해낼 수 있다.
가을 무는 그냥 믿고 살 수 있다. 이 글을 쓰다 보니 잘라놓은 무청이 생각이 났다. 살짝 데쳐서 말려야 하는데 하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냥 베란다에 있는데 오늘 저녁에 살짝 데쳐서 말려야겠다. 무청이 무척이나 싱싱하고 푸른색이면서 매운맛이 적고 단 것이 좋은 것이 좋은 무다.
이번에도 오래 절이기는 했지만 소금을 많이 사용하지 않아서 우선 적지 않은 시간 숙성이 필요하다. 무는 진흙 밭에서 자란 무가 달기에 흙이 털어 있지 않은 무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이 무를 채 썰다가 살짝 살이 베였다. 개인적으로 젓갈을 여러 가지 사용해보는데 집에 따라서 자신들만의 방법이 있다. 새우젓 하고 황석어젓을 사용하는 것은 보통 경기도식이고 멸치젓갈은 남해 쪽에서 사용을 한다.
젓갈도 살짝 더 발효가 된 것이 맛이 좋다. 추젓과 오젓 그리고 민물새우를 같이 집어넣었다. 이번에는 어떤 맛이 만들어질까. 김장용으로 새우 발이 굵고 살이 많으며 염도가 좋은 육젓이 좋지만 그것은 넣기 나름이다.
이번에는 절구를 사용해서 빻았다. 같이 넣은 마늘은 한지형을 사용했다. 한지형 마늘은 의성이나 단양이 유명한데 향이 진하고 단단해서 값이 비싸며 오래도록 보관할 수 있다. 그렇지만 난지형은 알이 굵고 연하지만 저장성이 떨어져서 햇마늘로 사용하고 장아찌 등을 만들면 된다.
워낙 속이 많이 필요하기에 이렇게 나누어 보았다.
음성 고춧가루도 이제 마지막이다. 음성 고춧가루가 좋긴 한데 가격이 상당히 비싸다. 1kg에 40,000원을 훌쩍 넘지만 좋기에 안 사용할 수가 없다.
이제 쪽파와 갓을 썰어서 집어넣었다. 사람들은 레시피를 생각하지만 레시피는 아예 감이 안 잡힐 때 보는 것이다. 특히 김치는 계량을 해서 만들기보다는 느낌과 감으로 하면서 냄새를 맡아보면 어떤지 알 수 있으며 맛도 더 좋게 만들 수 있다.
이번에 김치를 할 때 생각보다 많은 재료가 필요해서 요리 도구도 새로 구입을 했다. 이제 버무릴 시간이 왔다.
김치를 씻어서 물을 빼기까지 양념을 이렇게 버무려주면 되는데 악력이 셀수록 양념을 맛있게 버무릴 수 있다.
김치를 씻어서 올려놓고 보니 생각보다 많은 양에 놀랐다. 이 정도 배추를 언제 다 속을 넣어서 만들어야 하는 고민이 메시지로 머리를 때렸다.
그래도 이왕 했으니 마무리를 하려고 시작을 해본다. 그리고 속을 넣어서 버무려본다. 집에 있는 냉장고가 꽉 차고도 넘치며 통도 새로 샀는데 불구하고 부족한 사태가 벌어졌다.
단 9포기로 한 김치의 양을 무게로 재어보니 55kg이 나왔다. 큰 통 하나에 10kg까지 나가며 원래 오미자를 담아두었던 통은 10kg가 넘게 나간다. 다른 일을 하면서 김장을 마무리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시간으로 보자면 2박 3일 동안 김장이 진행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