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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Aug 29. 2018

방어의 힘

지역의 거점방어

안시성이 추석 전에 개봉될 예정이다. 현대전에서 성곽은 전략적으로 큰 의미는 없지만 봉건국가에서는 큰 의미가 있었다.  우리 역사에서 상당수의 육지 전투에서 승리는 성을 기점으로 있어 왔다. 임진왜란에서도 고개를 중심으로 방어에 성공한 적도 있지만 대첩이라고 부를 수 있는 전투들은 성을 기점으로 만들어졌다. 안시성을 비롯하여 압록강 북쪽의 오골성(烏骨城: 지금의 만주 鳳凰 남쪽에 있는 高麗山城)·국내성(國內城 : 지금의 만주 集安縣)을 비롯한 전국의 성들 수호에 매우 중요한 전략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고현성은 야경을 보기 위해서 지난번에 와서 본 적이 있고 낮에 다시 찾아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고현성(古縣城) 일대는 신라시대부터 '고정부곡'으로 불리다가 부곡이 폐지된 후에는 '고정리(古丁里)'로 명칭이 바뀌었다. 단종조 찬성 정분이 축조했으며, 둘레가 3080척, 샘물 1개 연못 2개이며 황취로(黃翠樓) 거제현 치소 고현성 內 객관 북쪽에 나란히 위치했다 한다.

사람이 능력을 꾸준히 쌓는 것이나 만약을 대비하여 성을 쌓는 것이나 다를 것이 없다. 전쟁이 억제되는 것은 결국 억제력이 동작할 수 있는 방어력을 쌓는 일이다. 개개인이 무술 같은 운동을 하는 것은 누군가를 공격하기 위함이 아니라 방어를 할 수 있는 기본능력을 겸비하는 것이다. 


거제도는 현재의 일본과도 근거리에 위치하고 있다. 임진왜란 당시에도 거제도는 일본군의 거점으로 활용되기도 했으며 해전에서 최초의 패배를 안겨준 곳이기도 하다.  문종 원년(1451)부터 단종 원년(1453) 사이에 축성된 후 현종 때까지 거제군의 치소(治所)로 사용되었다. 옹성(甕城 : 성문의 앞을 가리어 빙 둘러친 성문을 방어하는 작은 성)과 치(雉 : 성벽에서 돌출시켜 쌓은 성벽), 해자(垓字 : 성 밖으로 둘러 판 못)를 구비하였다. 

거제시청과 그 옆의 공원, 역사적인 고현성이 같은 공간에 있어서 거제시민들에게는 의미 있는 곳이지만 매일 이곳을 만나는 사람들과 여행 삼아 오는 사람들과 보는 관점은 다를 수밖에 없다. 필자에게는 이 고현성은 조선 전기의 읍성 구조를 잘 가진 곳이어서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거제도의 고현성이 함락된 것은 이순신의 승전보가 울렸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순신은 판옥선 40척을 거느리고 이억기와 함께 거제로 나와 원균의 군사와 합세하였다. 경남 거제시 사등면 덕호리의 견내량에서 적과 부딪치게 되는데 그때 이순신은 이곳의 바다가 좁고 물이 얕아서 움직이기가 어려우니 거짓으로 도망간 후 유인해서 싸우자고 권하지만 원균은 즉시 나아가서 싸우자고 주장한다. 이 모습에 이순신은 이런 말을 한다.

"공께서는 병법을 모르는 구려, 그렇게 하다가는 반드시 패하고 말 것이오."

이순신은 적장의 배를 비롯하여 상당한 피해를 입히며 왜군을 물속에 수장시켰다. 그 후에도 왜적들은 한 번도 이기지 못하자 모두들 부산과 거제로 들어가더니 다시는 나오지 않았다. 이때 거제로 들어간 일본군은 거제 읍성(邑城)을 공격하여 5일 후인 12일 날, 성주(城主) 윤승보(尹承輔)가 전사(戰死)하고 함락되었다고 한다.

고현성의 이곳저곳을 살펴보고 다시 밑으로 내려와서 거제시청 쪽으로 발길을 해본다. 사람들은 보통 시청에 민원을 해결하거나 회의 등의 참석을 하기 위해 방문하지만 지자체의 시청들은 대부분 국민들과 대면 공간인 시청의 1층을 머무는 공간으로 꾸미고 있으니 쉼의 공간으로 활용해도 좋다. 

거제시청은 1층에 민원실이 있는 공간 양쪽에 도란도란 쉼터를 조성해두었다. 기획전시실을 비롯하여 영상 홍보실, 인포데스크, 북까페, 카페테리아, 콘퍼런스룸, 어린이방, 수유실, 정보검색 대등이 만들어져 있다. 물론 공무원들이 근무하는 시간에 이용할 수 있다. 

시청에 이렇게 북까페가 조성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해 보인다. 꿈은 그 자리에 머물지 않고 인간의 성장과 함께 진화하게 되는데 평생의 시간을 돈과 맞바꾸는 삶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그 자리에 머물러 있을 수밖에 없다. 외부의 적을 막기 위해 준비하는 성을 쌓는 것이나 인생의 미래의 준비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같은 방어의 의미로 생각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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