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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Sep 01. 2018

꽃게철

가을에는 숯 꽃게가 제맛

아직 날은 덥지만 꽃게가 출하되기 시작했다. 그런데 지금 나오는 꽃게는 껍질을 탈피한 지 얼마 안 되어서 살이 가득 차 있지는 않다. 살이 실한 꽃게를 먹으려면 9월 중순 이후에 출하되는 것을 구매하면 된다. 대전에서 수산물이 가장 많은 시장은 두 곳이다. 오정동 농수산물시장과 노은동 농수산물 시장으로 가까운 곳을 이용하면 된다. 얼마 전에 마트를 갔다가 꽃게가 나온 것을 보고 이제 꽃게를 먹어야 한다는 의무감(?)에 시장을 찾았다. 


온도는 여름이지만 날은 가을이다. 절기상 가을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모두 지나갔다. 이제 일주일이 있으면 절기상의 백로가 온다. 백로 때엔 밤에 기온이 내려가고, 대기 중의 수증기가 엉켜서 풀잎에 이슬이 맺혀 가을 기운이 완전히 나타나게 된다. 경상남도의 섬지방에서는 ‘백로에 비가 오면 십리(十里) 천석(千石)을 늘인다.’고 하면서 백로에 비가 오는 것을 풍년의 징조로 생각하기도 한다. 공주에서 들어오는 길에 노은동 수산물 도매시장을 들렸다. 

우선 배추의 작황이 어떤지 궁금해서 농산물 시장 쪽으로 발길을 먼저 해본다. 정부에서 많이 풀었다고 하는데 가격이 저렴해졌을까. 누가 그러는데 여름 배추는 그렇게 맛이 좋지 않다고 말이다. 이제 추석이 곧 올 텐데 배추값은 떨어졌을까.

알은 그나마 조금 실한 편이지만 세 포기가 들어가 있는 한 망이 17,000원이라고 한다. 이것도 많이 내린 것이라고 하면서 추석 때까지 가격이 안 내려갈 것 같다는 상인의 말을 들으니 김치를 만드는 것은 좀 미뤄야 할 듯하다. 

폭염 때문인지 몰라도 대부분의 농산물의 가격이 만만치가 않다. 대량으로 취급하는 이런 시장이 그럴진대 도심에 있는 소규모의 시장이나 집 앞 마트의 물가는 물어보지 않아도 상당히 높을 것 같다. 

지인 중에 복숭아를 상당히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서 그런지 복숭아에 자꾸 눈이 간다. 딱딱한 복숭아 물렁한 복숭아, 빨간 복숭아, 하얀색의 복숭아, 어떻게 보면 천덕꾸러기 같은 천도복숭아까지 복숭아의 종류도 참 다양하다. 

이제 본격적으로 대하 철이 왔는데 대하의 살이 엄청 튼실하게 올라와 있다. 타이거 새우인지 대하인지가 구별이 안 갈 정도다. 저런 대하(흰 다리 새우)는 1kg에 15마리 정도나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가을은 천고마비의 계절이라고 했던가. 필자가 생각하기에 가을은 대하의 계절이자 전어의 계절, 꽃게의 계절이다. 남자의 계절도 아니다. 

이렇게 포장해놓은 회 한 접시는 13,000원에 사서 먹어볼 수 있다. 대형마트를 가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이 정도면 보통 25,000원을 붙여놓고 판다. 시장이 좋은 이유는 가격이 저렴하기도 하지만 단골을 잘 만들어놓으면 무언가를 더주기도 한다. 

서두가 길었다. 드디어 먹고 싶어 하는 꽃게를 만나게 된다. 꽃게는 가을 즈음해서 탈피를 하는데 이때 힘을 많이 써서 살이 많이 줄어든다. 즉 열심히 다이어트하고 운동을 한 결과 꽃게는 가볍게 변하지만 먹는 사람은 지갑은 가볍게 되고 먹는 것은 무겁게 된다. 조금 작은 것은 1kg에 25,000원, 큰 것은 1kg에 27,000원에 시세가 형성이 되어 있다. 꽃게는 회로도 먹을 수 있는데 그건 딱 1주 정도로 그나마 산지를 가야 먹을 수 있다. 

많은 중도매인이 이곳에 자리를 틀고 신선한 수산물을 팔고 있다. 개인적으로 전어와 대하, 꽃게까지 모두 사고 싶지만 참아본다. 

오늘 낙점된 꽃게는 바로 이들이다. 껍질의 무게가 있어서 그런지 두 마리 정도 얹으면 거의 1kg에 육박하게 된다. 속살이 안 차 있겠지만 가을 초입에서 빨리 먹을 수 있다는 것에 만족해본다. 

먹음직스러운 이 오징어는 그 색깔이 진해서 초콜릿 오징어라고도 부른다. 이 오징어로 요리를 해서 먹으면 초콜릿 복근이 생길까. 

꽃게는 두 마리 사 와서 아직 팔딱거리는 게를 올려보았다. 흐르는 물에 칫솔로 살살 닦고 나서 찜 냄비를 준비하면 되는데 잡내를 제거하기 위해서는 된장을 풀어주는 것이 좋다. 

모든 갑각류는 내장이 흐르지 않게 뒤집어서 쪄주어야 한다. 게 다리를 만져보니 역시 엄청난 운동으로 인해 살이 홀쭉해진 것을 알 수 있다. 

지인이 준 된장은 그냥 뚜껑만 열어도 맛있는 냄새가 확 풍겨 나온다. 오늘 서산의 제대로 된 육쪽마늘을 사 왔는데 그 마늘을 잘 까서 이 된장을 찍어먹으면 정말 맛있을 것 같다. 

찌는 방법은 생물 꽃게는 중 불에서 15분 정도 쪄준다음에 약불에서 5분 정도 쪄주면 된다. 게들이 힘이 센지 자꾸 뚜껑을 밀어 올린다. 저렇게 힘을 쓰다 보면 다리가 다 따로 놀게 될 텐데라는 생각을 했는데 진짜 그렇게 되었다. 냉동꽃게도 쪄서 먹을 수 있지만 여러 번 먹어본 결과 냉동꽃게는 요리용이지 찜용은 아니다. 

꽃게찜은 역시 가을에 먹을 수 있는 즐거운 맛이다. 물론 본에 먹는 암꽃게의 달달함보다는 덜하지만 만족할만하다. 다시 꽃게찜을 해 먹는 것은 9월 중순 이후나 먹는 것이 좋겠다. 껍질은 얇아서 먹기에는 무척 편리하지만 살이 생각보다 많이 빠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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