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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Sep 22. 2018

필리핀 여행

행복이라는 관점은 무엇인가. 

오래간만에 필리핀 사람들을 많이 만나보았다. 물질적인 풍요가 아닌 행복의 가치척도로 본다면 필리핀 사람들은 한국 사람들보다 더 나을 듯하다. 필리핀은 한국전쟁 때 참전도 했고 박정희 대통령 때 외화가 필요할 때 한국에 돈을 빌려주기도 했을 정도로 아시아의 뜨는 신흥국이기도 했다. 선진국으로 나아가기 위해 필요한 국가규모, 인구, 지하자원까지 있지만 가장 중요한 시기인 1966년에 필리핀 대통령이 된 마르크스의 장기집권으로 인해 필리핀의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21년의 장기집권으로 첫 임기 동안 농업·공업 부문에서는 발전을 이루었지만 단지 그것뿐이었다. 

농업 부분의 발전은 제조업의 발전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마르크스와 박정희는 닮은 점이 많다. 같은 해에 출생했으며 독재로 장기집권을 주도하고 계엄령을 발포하는 등 자신의 의지가 아닌 다른 사람들에 의해 권좌에서 내려갔다는 점이다. 

지금은 기차가 다니지 않지만 기찻길 양쪽으로 필리핀에서 적은 소득으로 생활을 영위하는 사람들이 모여 살고 있다. 대부분의 집들이 오래되었고 편의시설은 부족하지만 사람들의 얼굴은 유독 밝아 보였다. 

필리핀인들의 주식은 열대과일이기도 하지만 돼지의 각종 부위로 만든 꼬치요리들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필리핀의 시장이나 골목 구석구석에서 이렇게 구워지고 있는 꼬치들을 흔하게 볼 수 있다. 

필리핀은 300여 년의 스페인의 식민지였지만 드디어 1898년에 독립을 선언하면서 자주국가의 길을 걷는가 했더니 이어지는 미국과 스페인의 전쟁에서 미국이 승리하면서 스페인의 다시 식민지의 길을 걷게 된다. 식민지는 가쓰라-태프트 밀약으로 일본이 조선을 지배하고 미국이 필리핀을 지배하는 것으로 상호 승인하였다. 

1960년대에 도심 달동네에서나 봄직한 집들이 기찻길 양쪽으로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마닐라 시내를 들어가도 빈부격차에 의해 새롭게 들어선 높은 빌딩 사이에 슬럼가 같은 곳도 있지만 북적거리는 그곳과는 달리 시내에서 2시간쯤 떨어진 곳에도 우창한 숲 사이로 이렇게 집들이 수없이 들어서 있다. 

지금 한국의 농촌을 가봐도 이런 풍경을 만나보기는 힘들지만 간단하게 먹거리들을 들고 다니면서 파는 풍경이 일상이다. 크고 작은 꼬치나 과자들을 통에 넣어서 들고 다니면서 아이들이 잔돈과 바꾸어 주고 있었다.  


철로의 끝이 어디일지도 모르지만 필리핀의 철로는 일본의 군사적인 목적에 의해 부설된 것도 적지 않았다. 대중교통의 비중이 비교적 낮은 필리핀 국립철도(Philippines National Railways;PNR)와 함께 도시철도인 LRT,MRT가 운행하고 있으며 현재 메트로 마닐라 등 동서 방향으로 LRT2가 건설 중에 있으며, 네그로스 섬,세부섬,파나이 섬,루손섬에는 사탕수수를 운반하는 '슈가 트레인'이 있다. 

구석구석에 작은 슈퍼마켓은 아이들이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곳이다. 필리핀은 지난 2004년 한국의 원조를 통해 '마닐라 남부 통근열차 프로젝트(South Manila Commuter Rail Project, 이하 사우스 레일)'가 추진된 적도 있지만 이곳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생계를 계속할 수 있도록 이주지가 가까이 있었으면 좋겠다거나 이주지에 전기와 수도라도 들어올 수 있게 해 달라는 요청은 받아들여지지는 않았다.  원조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탐욕스러운 조건인 고가격 저품질의 불리한 구매 계약을 강요하고 무역의 왜곡을 가져올 수 있는 구속성 원조라는 원망을 받기도 했다. 

아이들의 표정이 무척이나 밝다. 마닐라에서도 외곽에 자리한 곳이라서 관광객들은 이곳을 지나쳐갈 뿐 이곳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베트남의 경우 오토바이가 압도적으로 많이 사용되는 교통수단이지만 필리핀은 트럭을 개조하여 마치 버스처럼 사용되던 지프니와 물론 택시도 있지만 오토바이 옆에 작은 공간을 만들어서 이동할 수 있는 트라이시클과 칼데사, MRT 등이 사용된다. 

오랜 기간 동안 철로가 방치되어 있는 곳에 추산 4만여 가구의 주민들이 이곳에 거주하고 있다고 한다. 일본 역시 오랜 시간 추진하다가 주민 보상 문제로 포기했지만 한국 역시 합당한 원조가 아닌 사업 관점으로 접근했다가 표류하였다. 

삶의 목표는 물질적인 풍요가 아닌 행복에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살아야 행복할 수 있을까? 이 화두의 답은 짧은 시간이지만 아이들의 표정에서 느껴진다. 삶에는 2가지 진리가 있는데 하나는 태어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죽는 것이라고 한다. 

우리가 생각하는 자동차는 필리핀에서 중산층 이상이 구매할 수 있지만 서민들의 1호 재산은 오토바이와 연결된 지프니다. 이곳에도 집에 소중하게 지프니 한대가 차고에 들어가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기찻길 위에 서서 카메라를 바라보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오늘 하루도 행복하게 살고 있다는 것을 보게 된다. 돈이 많고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으면 잠시는 행복하다. 그러나 지속시간은 짧다. 필리핀의 많은 사람들은 신을 가슴에 품고, 살아 있음에 감사하고 삶을 축제라고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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